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중국 헝다 사태 등으로 글로벌 증시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에서도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증시 상승에 베팅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시장 내 공포심리 확산에 따라 해외 증시가 하락하자 이를 해외 주식 '줍줍' 기회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만 놓고보면 현재까진 서학개미들의 승리다. 미국 주요 지수들이 사상 최고점을 찍는 등 우려와 달리 해외 증시가 활황세로 돌아선 것이다.
그러나 향후 방향성에 대해선 국가별로 전망이 엇갈린다. 중국·홍콩 관련 주식은 상대적으로 가격 매력이 큰 반면 최근 계속 오른 미국 주식은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지 않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강심장' 서학개미, 나스닥 3배 베팅 ETF 매수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 주식 3위에 'PROSHARES ULTRAPRO QQQ' ETF가 이름을 올렸다. PROSHARES ULTRAPRO QQQ는 미국 나스닥 100 지수를 3배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다. 만일 미국 나스닥100 지수가 하루 동안 5% 오르면 같은 날 이 ETF는 나스닥100 지수 상승분의 3배인 15% 상승하는 식이다.
PROSHARES ULTRAPRO QQQ의 지난달 순매수 결제금액은 1억3324만달러(약 1567억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동학개미(국내 개인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 9위에 이름을 올린 LG전자(1530억원)의 순매수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며, 10~12위를 차지하고 있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1330억원), 엘앤에프(1330억원), 카카오뱅크(1230억원)의 순매수 금액을 모두 뛰어 넘는다.
이어 미국의 대표 금융 서비스 지수를 추종하는 '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도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 5위를 기록했다. 이 ETF는 러셀 1000(Russel 1000) 금융 서비스 지수 일일 실적의 3배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순매수 규모는 7149만달러(약 841억원)에 이른다.
이외에도 서학개미들은 나스닥 지수를 1배 추종하는 'INVESCO QQQ TRUST SRS 1 ETF'를 4456만달러(약 524억원)어치 사들였다. 순매수 금액 기준 9위에 해당한다.
승기 잡은 서학개미…추가 상승은 '글쎄'
서학개미들의 저가 매수 전략은 일단 성공적이다. 뉴욕 증시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 등은 대내외 악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란히 신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기준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98%(44.74포인트) 상승한 4596.42포인트로 마감하며 역사적 신고가를 기록했다. 같은 날 나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1.39%(212.28포인트) 오른 1만5448.12포인트로 신고가를 다시 썼다.
다만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찍힌다. 증시 전문가들은 테이퍼링이 곧 실시 된다는 점에 더해 가격 매력도 측면에서 상승 상한폭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올해 말 S&P500 기준 균형 가격에 근접한 상태로 업사이드(상향선)가 크지 않다"며 "이달 테이퍼링까지 시작되면 미국 국채시장에서 매도세가 급격히 나타날 가능성이 있고 단기적으로는 미국 주식 가운데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주식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