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지지부진하던 글로벌 농산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박스권을 돌파하면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여파로 최근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한 데다 에너지 대란에 따른 비료 가격 상승, 작황 부진 전망 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농산물 ETF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전망이다.
박스권 돌파 농산물 ETF 꾸준히 상승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뉴욕증시에 상장한 농산물 ETF인 'Invesco DB agriculture Fund(DBA)'는 지난 12일 19.7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최근 4거래일 연속 오르면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DBA는 인베스코가 운용하는 ETF로 'DBIQ Diversified Agriculture Index Excess Return' 지수를 추종한다. 밀과 콩, 옥수수 등 곡류부터 설탕과 커피, 코코아 등 농산물 그리고 소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물을 포함한 다양한 농·축산물 선물에 분산투자하는 대표적인 농산물 ETF다.
DBA의 최근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농산물 선물 가격에 반영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그간 원유와 철광석,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농산물 가격은 상대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밀과 커피, 면화 등의 가격이 신고가를 돌파하면서 상승세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인플레이션 우려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농산물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백신 보급과 치료제 개발로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이 줄면서 물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구인난에 따른 임금인상마저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주 나온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6.2%나 뛰면서 1990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 급등에 놀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겠다는 성명을 내면서 오히려 인플레이션 우려에 불을 붙였다.
에너지 대란으로 인한 비료 가격 인상도 농산물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밀과 옥수수, 면화 등의 경작에 사용하는 요소비료의 주된 원료가 천연가스와 석탄이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서 생산하는 요소의 경우 천연가스가 생산 비용의 70~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옥수수와 밀의 파종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비료 가격이 상승한 만큼 추후 곡물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상기후에 따라 농산물 작황 전망도 좋지 않다. 이달 들어 해수면 온도가 다시 하락하는 등 지난해 겨울 농산물 작황에 영향을 줬던 라니냐가 재발할 우려가 커진 탓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초까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라니냐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반구에서 생산하는 곡물과 미국산 소맥(밀) 가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해외투자 낯설다면 국내 농산물 ETF로
농산물 가격이 당분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농산물 ETF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 투자가 낯설다면 국내 시장에 상장한 ETF를 통해서도 농산물에 투자할 수 있다.
국내 시장에 상장한 농산물 ETF 역시 최근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KODEX 3대농산물선물 ETF'는 지난달 15일 이후 한 달간 8% 가까이 올랐고,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 ETF'도 7% 넘게 상승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3대농산물선물 ETF'는 'S&P Grains Select Index ER지수'를 추종하는 ET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 상장한 옥수수와 콩, 밀 선물 가격에 연동하는 상품이다. 순자산 규모는 100억원가량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농산물선물Enhanced ETF'는 KODEX 3대농산물선물 ETF와 마찬가지로 'S&P Grains Select Index ER'지수를 추종한다. 그러나 KODEX 3대농산물선물 ETF와 달리 세 가지 곡물 외에도 설탕 선물을 추가로 담았다. 순자산은 281억원 규모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농산물 ETF 등 원자재에 대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