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간 뉴욕증시가 랠리를 펼친 가운데 정보기술(IT)업종에 대한 국내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개화하는 모습이다. 미국 국채 금리 하락과 반도체법 통과 소식에 IT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면서다. 전문가들은 남아있는 실적 시즌과 금리 방향성에 유의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다음주에는 상장사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를 두 달 연속 인상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CPI 지표가 향후 금리 인상 속도를 좌우할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법 통과에 IT업종 강세
7월 뉴욕증시는 6월 저점 대비 약 12% 뛰며 뒤늦은 서머랠리를 시현했다. 2분기 성적표가 예상치를 웃돈 덕분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이번 분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70.5%가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주당순이익(EPS)을 발표했다.
이번주에는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지난 4일 종가 기준으로 다우존스 지수는 7월 말 대비 0.36% 하락했다. S&P500지수는 0.52%, 나스닥 종합지수는 2.66%씩 올랐다.
물가 충격보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더 강하게 반영되면서 날뛰던 금리가 안정화된 점은 기술주에 호재가 됐다. 글로벌 장기 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6월 중순 3.4%대까지 치솟았지만 현재 2.6%대까지 내려앉은 상황이다. 한 달 반 만에 고점 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반도체 및 과학지원법 통과 소식이 IT업종의 주가를 부양했다. 지난달 28일 미 하원이 휴회 직전 통과시킨 이 법은 반도체를 비롯한 여러 첨단산업 발전을 위해 약 2800억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국, 미국, 일본, 대만 등이 참여하는 칩4 연합체의 동맹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투자자들의 기술주 투자도 확대됐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투자자들은 지난 1~5일 IT기업인 인텔을 1524만달러 사들였다. 미국 주식 매입 규모로는 세 번째다. 이밖에도 IT기업인 메타(1236만달러), 바이오 기업 시가테크놀로지(866만달러), AMD(814만달러) 등을 순매수했다.
2%대로 내려온 벤치마크...하락세 둔화 우려
한편 시장에서는 뉴욕증시의 단기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선 최근 가파르게 내린 금리의 하락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장단기 금리차는 지속되기 어렵다"며 "10년물 국채 수익률 상승과 함께 단기적으로는 증시 하락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어닝 쇼크가 예상되는 경기소비재 업종의 실적 발표가 남아있는 점도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미 실적을 공개한 기업들 가운데 소비재 기업들의 EPS가 전년 동기 대비 12% 뒷걸음 치며 금융기업과 함께 역성장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달 중순에는 유통업체인 월마트, 타깃, 홈디포, 메이시스 등이 줄줄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리오프닝 업체 중에서도 미국 이외 지역 매출 비중이 높은 업체의 주가 등락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거시경제 지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는 10일 미국 CPI가, 11일에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나온다. 월가에서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8.8%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직전 6월 CPI는 전년동월대비 9.1% 올라 41년만에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증권가는 물가지표를 중립금리 논쟁의 주요 변수로서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