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기술주를 둘러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다소 부진한 실적에도 이례적으로 주가는 반등 무드를 타는 모습이다.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구글)이 대표적이다.
덕분에 나스닥 지수도 지난주 후반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증권가는 이들 빅테크 종목의 밸류에이션에 집중하라는 견해다. 단 추세적 반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상이한 실적 시즌 분위기
30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를 비롯해 애플, MS, 알파벳, 메타 플랫폼스 등 대형 기술주는 최근 줄줄이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1.6%, 87.8% 증가한 169억3000만달러(한화 약 21조9920억원), 24억6000만달러(3조1955억원)를 기록했다.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이다.
뒤이어 애플, MS, 알파벳도 실적을 공개했다. 애플의 3분기(4~6월) 매출액은 830억달러(107조817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231억달러(30조70억원)로 4%가량 감소했다. 단 전분기보다는 74% 넘게 늘어나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테슬라, 애플과 달리 MS와 알파벳은 기대치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놨다. MS의 4분기(4~6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19억달러(67조4200억원), 205억 달러(26조63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2.4%, 7.5%씩 늘었지만 시장 컨센서스는 밑돌았다.
알파벳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6%, 0.5% 증가한 697억달러(90조5400억원), 194억달러(25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이 역시 컨센서스에 못 미친다.
KB증권에 따르면 MS는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PC 수요 둔화로 매출이 3억달러(3897억원) 감소했다. 알파벳의 경우 광고비 집행 감소 여파가 이번 실적에 반영됐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MS와 알파벳을 시작으로 대형 기술주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며 "두 회사가 예상을 밑돈 실적을 내놓은 것은 △달러 강세 △중국 경제 봉쇄 △온라인 광고 수요 둔화에 의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기대와 우려 '교차'
실적 간 온도차는 있지만 주가 측면에서 대형 기술주를 둘러싼 분위기는 서서히 바뀌는 모양새다. 서학개미들의 순매수 상위 리스트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반등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주당 700달러선이 무너진 테슬라는 현재 800달러 위로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애플의 주가 또한 157달러를 돌파했다. 이달 첫 장 종가는 14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었다. 실적이 부진했던 MS와 알파벳 모두 최근 5거래일 간 주가가 3~4% 이상 뛰었다.
대형 기술주의 선전에 힘입어 나스닥 지수도 반등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26일 1만1560선에 머물던 지수는 바로 다음 거래일에 1만2000선을 회복했고 28일에는 1만2100포인트를 넘어섰다.
시장은 MS와 알파벳에 주목하고 있다.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에도 주가 반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MS의 경우 그간 주가 조정이 충분히 진행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주가 조정은 충분히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환율 영향을 제외하면 핵심 사업부 성장성은 견조하고 블리자드 인수와 메타버스 사업 진출을 통한 시너지 창출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알파벳을 두고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이지만 주가의 추세적인 상승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영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가의 추세적 반등을 견인할 단기적인 모멘텀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다"며 "2분기 검색 광고는 소비자들의 여행과 소매 수요로 양호했지만 물가 상승으로 인해 점차 재량 지출 여력이 줄어들면서 광고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호윤 연구원은 "구글의 밸류에이션은 16.5배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 이전 대비 15% 이상 하락했다"며 "올해 성장률 하락세가 아쉽긴 하지만 내년부터는 서서히 회복될 가능성이 높고,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밸류에이션 매력에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