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증시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매파 발언 여파가 이어지며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당초 비둘기 기조로의 정책 전환을 기대한 시장에서는 낙관론을 접고 전망 방향성을 틀었다. 월가에선 당분간 주식시장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라는 조언이 잇따랐다.
업종 중에는 반도체주의 내림세가 두드러졌다. 업황 침체에 대한 우려와 함께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가 주가를 짓눌렀다.
이번주 시장에서는 IT 대형주와 관련된 행사가 예정돼 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을 앞두고 관전 모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월 충격 여전...월가 "증시 떠나있어라"
지난주 시장은 파월 의장발 매파 긴장 속에 시작했다. 다우존스, S&P500, 나스닥종합 등 뉴욕 3대 지수는 3%대 하락률을 기록했던 지난달 26일 '검은 금요일'에 이어 월요일에도 낙폭을 확대, 한주 내내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갔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 참석해 경기침체 고통을 수반하더라도 금리인상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금리인상과 둔화된 성장률, 고용시장의 여건 완화가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동시에 가계와 기업에 상당한 고통을 안길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을 줄이기 위한 안타까운 비용"이라고 발언했다.
사실상 시장참가자들이 염원하던 긴축 정책 속도 조절 가능성을 부인한 셈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낙관론에서 회의론으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셀(매도) 사이드 지표는 2021년 10월 이후 10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해당 지표는 은행과 블룸버그에 제공된 자산 배분 데이터를 기반으로 매달 월가의 투자심리를 보여준다.
사비타 수브라마니안 BofA의 미 주식시장 퀀트전략부 헤드는 "상승장이 온다는 어떤 사인도 보지 못했으며 연말 기준 S&P500 지수를 3600으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글로벌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마이클 스트로백 CS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극심한 고통이 올 것"이라며 "수개월 간은 주식시장 수익률이 완전히 재미없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위기의 반도체주, 악재 산적
업종 가운데서는 반도체주의 낙폭이 눈에 띄게 확대됐다. IT 수요 둔화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다운 사이클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 필라델피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반도체 주를 모아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일주일간 10% 넘게 급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정부의 대중국 수출 규제 소식이 불확실성을 가중했다. 이번에 규제 대상이 된 제품은 엔비디아, AMD에서 생산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제품으로 데이터 센터에서 머신러닝 등 연산을 담당한다. 만일 실제로 규제가 시행될 경우,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에만 4억달러의 매출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이날 AMD와 엔비디아는 각각 전일대비 7.3%, 3.0% 빠졌다.
시장에서는 9월 중순 CPI 발표와 FOMC 등 빅 이벤트를 앞두고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시간)에는 미국 경제동향 보고서인 연준 베이지북이 공개된다. 지난달 발간된 베이지북에서는 물가상승과 12개중 5개 지역에서 침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베이지북은 FOMC 개최 2주 전에 공개되는데, 연준의 정책 결정을 위한 참고 자료로 쓰인다.
이밖에 TSMC의 8월 판매 통계, 애플 신제품 공개 등 IT 관련 이벤트들이 대기하고 있다.
한편, 5일에는 미국 증시가 노동자의 날을 맞아 휴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