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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ETF 성공하려면 비과세 등 세제 혜택 필수"

  • 2024.05.29(수) 07:00

한동훈 앰플리파이 아시아시장 총괄 상무 인터뷰
"SOFR 액티브 이어 비만치료제 ETF도 현지화 예정"
"사이버보안·블록체인 주목, 적립투자로 변동성 줄여"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크기가 140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다. 그럼에도 한국은 글로벌 운용사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핵심 시장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글로벌 ETF 운용사 앰플리파이의 아시아시장 총괄은 한국과의 협력이 꼭 필요한 이유로 투자 트렌드에 가장 밝은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앰플리파이는 파트너사 삼성자산운용의 미국달러무위험지표금리(SOFR) ETF에 이어 글로벌 비만치료제 ETF도 현지화했다. 

투자대상으로서 한국시장의 가치가 올라가기 위해선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가 중요하다고 봤다. 해외기관들 사이에서는 한국정부에 대한 낮은 신뢰도가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의 요인 중 하나로 꼽혔기 때문이다.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밸류업 우수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동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동훈 앰플리파이 아시아사업 총괄 상무가 지난 10일 서울시 강남구에서 비즈워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백지현 기자 jihyun100@

작지만 빠른 한국‥삼성운용 비만치료제 ETF 현지화 완료

미국에는 348개의 ETF 운용사가 존재한다.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3개사가 순자산의 70%를 독점하고 있고 나머지 30%는 중소형사가 나눠 먹는 시장이다. 시장을 점유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 시장에서 앰플리파이는 30위를 차지하고 있다. 운용자산은 약 90억달러다. 고배당주에 커버드콜 전략으로 투자하는 DIVO ETF와 암호화폐 플랫폼, 채굴용 그래픽처리 장치에 투자하는 BLOK ETF가 대표작이다. 

앰플리파이의 아시아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인물은 국내 운용사 출신 한동훈 상무다. 그는 커리어의 절반을 한국에서, 나머지 절반을 미국에서 보냈다. 한동훈 상무는 2008년부터 10년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리테일마케팅 팀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2018년 글로벌X로 이직해 아시아 전략을 담당했다. 올해부터 경쟁사인 앰플리파이로 자리를 옮겨 아시아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ETF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리서치 기관인 ETF GI에따르면 4월 말 기준 전세계 ETF 순자산 규모는 12조3500억달러로 집계된다. 이중 아시아는 1조4000억달러이며 여기서 일본이 60%를 차지한다. 한국의 순자산은 1000억달러로 전 세계 대비 1%에 불과하다.

시장 크기는 작지만 잠재적으로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는다. 한동훈 상무는 지난 10일 서울시 강남구 한 카페에서 비즈워치와 만나 "한국에선 ETF 역사가 20년밖에 안 됐고 미국처럼 뮤추얼 펀드에서 ETF로 전환할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시장에서 비중이 높은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는 점도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단순히 잠재력만으로 한국시장 가치가 높게 평가받는 건 아니다. 어느 국가보다 운용사와 투자자들이 트렌드를 빨리 읽는다는 점이 한국시장의 특징이다. 한 상무는 "한국투자자들은 똑똑하다. 한국처럼 자기학습에 열심인 곳은 거의 없다"며 "ETF 사업에서 트렌드를 리딩하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운용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피터지게 경쟁해야 하고, 따라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리소스가 있어야 한다"며 "그래서 아이디어가 좋은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방증하는 사례로 삼성자산운용이 낸 KODEX 미국달러무위험지표금리(SOFR) 액티브 ETF의 현지화 사례를 언급했다. 한동훈 상무는 "기관들은 리보(LIBOR)보다 SOFR를 많이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에는 SOFR금리 ETF가 없었다"며 "한국에서 먼저 나왔고, 앰플리파이가 이를 수입해 미국에 상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상무는 삼성자산운용이 올초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톱2 플러스'도 현지화해 지난 21일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했다고 밝혔다.

한국시장이 갖고있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국내 운용사도, 투자자도 트렌드를 쫓는데 치중하다보니 상품을 보유하는 기간이 짧다는 것이다. 소위 말해 단타가 판을 친다. 한 상무는 "미국에선 401K 등 퇴직연금계좌를 통해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며 "개인별 소득에 따라 세금구간이 다르지만 많게는 37%까지 세금을 내게 되지만 1년 이상 장기 보유시에는 절반 수준까지 세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장기보유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도 퇴직연금 계좌를 통한 투자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하지만, 투자자들이 ETF를 단기매매 수단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AI 중추 '사이버보안·블록체인' 테마에 주목해야

한동훈 상무는 ETF 투자 전략에 대해 성장주와 배당주를 나눠 제시했다. 한 상무는 주식시장에서 매그니피센트7(M7)이 주도 중인 AI 테마의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특히 "M7 이외에도 사이버보안, 블록체인 등 중추가 되는 기술을 봐야한다"며 "사이버보안은 AI 인프라를 만들고 블록체인은 웹3 구축에 필수불가결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에 반도체 인프라를 구축하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성장주는 주가 변동성이 큰 편이므로 변동성을 피하고 싶다면 1~2주 간격으로 적립식 투자해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배당주에 투자할 땐 배당과 매매차익을 합친 총수익을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배당률 숫자만 보고 접근하는 투자자가 많지만 배당이 나오고 있더라도 정작 자산가격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한국시장에서 유행하는 커버드콜 고배당 상품에 접근할 때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커버드콜은 현물주식과 옵션 프리미엄 양쪽에서 배당금이 나와 고배당 상품을 만들 때 활용한다. 월배당 상품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면서 운용사들은 미국 S&P500과 다우존스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커버드콜 ETF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한 상무는 "커버드콜은 상승장에서는 오르는 만큼 수익이 발생하지 않고 프리미엄만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또 하락장에서는 손실 발생을 막아줄 수 없다"며 "배당을 주더라도 실제로 계좌를 열어보면 원금이 깎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은 리스크에 대해 인지하고, 공짜 점심은 없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밸류업ETF 세제 혜택 동반돼야"

한편, 한 상무는 한국시장이 투자대상으로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앞서 크리스티안 마군 앰플리파이 CEO는 이달 초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이 한국을 신흥국시장(EM)으로 분류하고 있는 건 "모욕적인 일"이라고 강력 비판한 바있다. 한동훈 상무는 "MSCI가 한국을 신흥국시장에 넣는게 이상하다는 건 미국에서도 주류 의견"이라고 말했다.

한 상무는 "MSCI 신흥시장으로 분류하는 자금은 선진시장보다 리스크가 높다고 보는데, 포트폴리오 상 리스크가 높은 자산보다는 안전 자산의 비중을 높게 둘 수밖에 없지 않나"며 "신흥시장으로 분류돼있으면 그만큼 자금이 들어가지 못하니 증시를 디스카운트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입장에서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선 거버넌스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상무는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북한의 존재나 지정학적 리스크를 심각하게 바라보지만, 기관 입장에선 좀 다르다"며 "주주환원 자사주 소각, 배당 등이 잘 안되는 거버넌스 문제를 비롯해 시장정책의 지속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는다"고 말했다. 

곧 등장할 밸류업 지수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에게 분명한 혜택을 줌으로써 자금을 적극적으로 유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업가치 우수기업과 가치제고 기대 기업에 투자하는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9월에 공개하기로 했다. 연말까지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상장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동훈 상무는 "시장의 관심을 끌면서 장기적으로 주주환원 이니셔티브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책으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게 업계의 공통적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밸류업 지수 상품을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나 퇴직연금계좌로 투자할 때 비과세 한도를 부여하거나, 이 상품에 투자해서 나오는 차익을 분리과세하는 등 투자상품으로서 분명한 혜택이 필요하다"며 "밸류업 ETF가 또 다른 고배당 ETF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결국은 이것만의 특징이 부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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