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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 내세웠던 이복현 주춤?…경영위축 우려 강조

  • 2024.06.12(수) 09:30

이복현 "상법개정 필요하지만 경영위축 우려도"
"상법개정 필요 VS 의미 모호" 토론 입장 나뉘어
26일 기업입장 반영해 상법개정세미나 개최 예정

지난 5월 미국 뉴욕 기업설명회(IR) 출장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을 무조건 도입해야한다고 언급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번에는 경영계의 위축 우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이번 달 말 기업 측 입장을 반영한 상법개정 세미나를 추가로 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상법 개정을 여러 차례 강조한 것과 비교해 다소 주춤한 모습을 내비친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는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는 이복현 금감원장과 자본시장연구원, 자산운용사, 한국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학계 등 전문가가 참석했다. 

축사를 맡은 이복현 원장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도 "경영환경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는 한국적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 참석한 토론자들 역시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을 강조했지만 일부 토론자들은 경영계 위축 우려를 표하며 상법개정 자체가 모호하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세웠다. 주주권한 강화 위해 상법개정 필요 

현행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로 한정되어 있다. 다만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및 법적책임 대상에 회사와 주주를 병기하고 있다. 이어 국내에서도 델라웨어주처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일본 역시 판례에서 이사의 주주이익보호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이날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도입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그동안 국내에서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규제 및 사익편취 방지제도 등을 통해 규율했지만 여전히 기업들이 규제를 회피하는 한계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 거래가 있다면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반주주의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이사회 등 의사결정자에 대해 의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지배구조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주제로 두 번째 발표를 진행한 나현승 고려대 경영대 교수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현승 교수는 "지배주주가 보유한 지분이 적음에도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모든 계열사에 절대적 지배권을 행사하며 사익을 추구, 소수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주의 권한 강화가 시급한 만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개정,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임, 이사선임 시 집중투표제(선임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 확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의미 모호"

반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자체가 모호하다는 상반된 입장도 나왔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은 그 의미가 모호하여 구체적인 상황에서 이사의 행위기준으로 작동하기 어려우므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은 "제도의 실질적 정착을 위해 기업과 주주의 인식이 합치되는 것이 중요한데 지배구조 개선 방안 마련 시 중소기업의 현실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참석자들의 발언은 경영 위축 우려로 상법개정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경영계 입장을 대변하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 11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개정을 하면 소송 남발 등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한경협은 "이사는 회사가 임용한 대리인으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없다"며 "주주비례적 이익을 고려하면 소수주주 지분이 과대평가 받아 자본다수결원칙을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이복현 원장 역시 상법개정에 대한 경영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축사에서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 경영판단을 한 경우 민형사적으로 면책받을 수 있도록 경영판단 원칙을 명시적으로 제도화한다면 기업경영에도 큰 제약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경영위축? 기우에 불과" VS "사회적 합의 필요해" 

경영계의 우려와는 달리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개정과 경영위축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도 있다. 

김우진 교수는 "일각에서 주주의 이익과 회사 이익이 충돌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상법개정을 통해 규율하는 것은 이해충돌이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주 간 이해충돌이 없는 자본배분, 신규투자 등 경영전략적 의사결정은 오히려 경영판단의 원칙으로 인정이 가능하고 이해충돌이 없는 일반적 경영상황 역시 선관주의 의무를 충족하면 투자실패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업 측 우려를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도 나왔다. 

정은정 금감원 법무실 국장은 "열악한 기업지배구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과 더불어 이사의 책임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경영판단원칙의 법제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오는 26일 상법 개정 논의를 위한 추가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해당 세미나 주제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업 측 입장을 반영해 선정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균형감 있는 공론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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