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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주주충실의무' 너무나 상식적…배임죄 폐지 없이도 도입 가능

  • 2024.06.20(목) 18:03

20일 거버넌스포럼 '밸류업과 이사충실의무' 세미나
"일반주주 과잉보호하자는 것 아냐…전체주주 보호가 핵심"
"상법개정하면 소송 봇물?…사익추구 안 하면 위반도 없어"
"배임죄 손대지 않아도 주주충실의무 넣어 상법 개정 가능"

20일 서울 여의도 IFC에서 열린 '밸류업과 이사 충실의무'를 주제로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김보라 기자

주주에 대한 이사충실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를 두고 찬‧반입장이 쏟아지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배임죄 폐지를 반대급부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은 너무나 상식적이며 선진국에서는 논란거리가 아닌 만큼 이를 국내에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이사가 대주주나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를 위해 경영을 하지 않는다면 재계에서 우려하는 소송 문제도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제기한 배임죄 폐지론에 대해선 굳이 배임죄를 손대지 않아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상법에 넣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0일 밸류업과 이사 충실의무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는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 김규식 피보나치자산운용 변호사,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밸류업 대상은 기업가치가 아닌 주주가치"

이남우 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가 포함되는 것은 상식적이고 선진국에선 법 제도에 녹아있다"며 "해외에서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이 논란거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밸류업과 상법개정을 주제로 발표한 이상훈 경북대 교수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밸류업(기업가치제고)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도입, 즉 상법개정"이라며 "정부는 기업 밸류업이라고 제목을 지었지만 밸류업의 대상은 주주가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하는 것이 일반주주를 과잉보호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는 일반주주의 사적이익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지배주주를 포함한) 전체 주주를 보호하자는 것이지 일반주주만 과잉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주영 한누리 변호사는 "원래 본인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굳이 상법에 명문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소극적이었다"며 "하지만 한국 법원이 전체 주주의 이익에 반하거나 주주들을 불공정하게 차별하는데도 이사회에 면죄부를 주는 형태가 반복되면서 이사의 전체 주주들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1대0.35 비율)을 예로 들었다. 그는 "주주에게 불리한 합병비율이 나오면 이사회는 반대해야 하지만 대법원은 합병만 하면 회사에 시너지가 생기고 문제가 없기 떄문에 이사가 합병비율의 불공정문제를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며 "불공정문제는 이사의 의무와 상관없다는 건데 이는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또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하면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2004년 증권관련집단소송법 제정 당시에도 이러한 비판과 언론보도가 쏟아졌다"며 "하지만 실제 2005년 법이 시행된 이후 20년간 제기된 증권관련집단소송건수는 12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단순히 배당을 적게 하거나 경영을 부실하게 한다는 이유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주주 또는 경영진의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전체 주주나 일부 주주의 이익을 해하는 경우 위반이 성립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훈 교수 역시 "충실의무를 도입하려면 경영권 방어장치를 달라고 하는데 사익추구를 하지 말고 전체 주주를 보호하자는데 왜 경영권이 위태로워진다고 얘기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상법 개정하는 대신 배임죄 폐지?

지난 14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상법개정 이슈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배임죄 처벌을 없애거나 형사처벌을 보류하는 것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배임죄로 인해 이사회 의사결정이 과도한 형사처벌 대상이 되어 온 만큼 배임죄 폐지하거나 완화하고 이사회 판단에 문제가 있다면 민사법정에서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이번엔 배임죄 폐지 꺼내든 이복현…"세상 어디에도 없는 제도"(6월 14일)

상법 개정과 배임죄 폐지 또는 완화와 맞바꾸자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이상훈 경북대 교수는 "배임죄로 과도한 형사처벌의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해한다"며 "다만 배임죄를 폐지하면 형사절차로 인해 나타났던 억제효과, 증거수집기능 등이 약해질 수 있고 배임죄는 기업 이사진 말고도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배임죄가 없다고 하는데 미국은 원고 친화적으로 꼽히는 사법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우리나라는 피고한테 유리한 사법시스템이라 배임죄를 단순 폐지하자는 것보단 종합적인 면을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굳이 배임죄를 손대지 않아도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상법 개정안에 넣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는 "상법의 회사와 이사의 관계가 민법의 위임 규정을 준용하면서 이사는 '타인인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규정되어 배임죄 성립이 가능한 것"이라며 "상법 개정안에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면 배임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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