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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배임죄 폐지 꺼내든 이복현…"세상 어디에도 없는 제도"

  • 2024.06.14(금) 15:37

'이사충실의무 강화+배임죄 폐지' 패키지 제안
"배임죄 폐지 어렵다면 경영판단원칙 고려해야"
"개인적으로 공매도 부분 재개 필요하다고 생각"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하는 상법 개정과 동시에 배임죄도 폐지해야 한다고 소신 발언했다.

배임죄의 구성요건이 추상적인 탓에 경영진에 대해 과도한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배임죄는 해외 선진국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없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상법 개정 이슈'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3층 기자실에서 '상법 개정 이슈'를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소액주주 보호장치를 높이는 것과 배임죄 처벌을 없애거나 기준을 명확히 함으로써 형사처벌을 보류하는 것을 병행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경영진이 균형감각을 갖고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은 전날 저녁 공지한 것으로 상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자 직접 입장 표명에 나선 것이다. 

이 원장은 지난 12일 증권학회 세미나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도 "경영환경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는 한국적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법 제382조3에 따르면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해야 한다는 방안을 두고 학계, 경영계 등에서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이 원장은 이날 "이사회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점은 입장이 명확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서로 윈윈하자는 구조를 만들자는 취지이지, 지배구주의 긍정적 역할을 폄하하거나 지배주주에 불리하게 하자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임죄 폐지도 새롭게 주장했다. 이 원장은 "배임죄에 대해 일도양단으로 유지와 폐지 중 하나를 고르라면 현행 유지보다는 폐지가 차라리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임죄로 인해 이사회 의사 결정이 과도한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은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한자가 그 임무에 위반한 행위로 재산이나 이득을 취득하고 회사 내지는 주주 등에게 손해를 가한 죄로 삼라만상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자의 판단이 형사법정이 아닌 이사회에서 균형감을 갖고 결정하도록 하고, 만약 다툼이 있다면 민사법정에서 금전적 보상으로 주주 등 사이에 정리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특히 "배임죄는 주요 선진국 어디에도 없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배임죄는 과거 일본 제도 일부에서 들어온건데 사실 일본에선 있어도 운영을 안하는 상태인데 우리는 광범위하게 운영을 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목적적 고의만 했었는데 미필적 고의로 범위가 너무 넓어졌다"고 말했다. 

만약 배임죄를 폐지하기 어렵다면 구성요건을 구체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 원장은 "현실적인 사정으로 폐지까지 어렵다면 구성요건에 사적 목적 추구 등을 명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말 나쁜 짓을 한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도록 한정해야 된다는 의미이고, 명확히 형사처벌이 배제될 수 있는지에 대해 예측가능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대안으로 경영판단원칙의 법제화 방안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이 원장은 "경영판단원칙을 도입하자는 건 단순 선언이 아니라 이사회가 내용 및 절차 면에서 중요 의사결정시 거쳐야하는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동의를 명시하고, 이를 통해 예측가능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형법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형법상 규정된 특별배임죄라도 폐지하는 것을 한번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이슈의 소관 부서인 법무부와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합의된 건 없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하는 안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 원장은 "짐작하기로는 배임죄 문제에 대해 해결이 안되면 정부의 의사결정이 되게 힘들다는 점 때문에 법무부가 걱정을 한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이사충실의무를 강화하는) 회사법 개정 이슈, 과도한 형사화와 관련된 배임죄 개정 이슈는 같이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팀인 기재부, 금융위, 경제수석실과 합의된 결론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원장은 전날 정부가 공매도 금지기한을 연장한 것과 관련해서도 개인적으로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솔직히 상위 10~20개 정도만이라도 기관 중 잔고관리시스템 완비돼 가능한 곳에 한해 일부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었다"면서 "다만 논의과정에서 금융위 의견이 하나로 결정됐고 그런 이유로 어제 금융위 의결에서 이견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본인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임기가 정해져 있는 자리니깐 임기를 채워야한다고 생각한다"며 "기본적으로 임명권자가 결정하실 문제지 제가 어떻게 할지 말지 이런 생각이 있진 않다. 한달을 있든 얼마를 있든 오늘 일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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