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새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고려아연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과 갈등을 이어온 영풍이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고 고려아연 지분공개매수에 나섰다. MBK파트너스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지분 약 48%를 확보할 예정이다. 두 회사가 손을 잡는 과정에서 체결한 계약으로 인해 공개매수가 성공한다면 고려아연의 실질 대주주는 MBK파트너스가 된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만든 특수목적법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이하 MBK)는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MBK는 144만259주(6.96%)~301만4881주(14.56%)를, 영풍은 4777주(0.02%)~1만주(0.05%)를 사들일 계획이다.
공개매수 수량은 최소 144만5036주(6.98%)~ 최대 302만4881주(14.61%)다. 주당 매수 가격은 전일 종가보다 18.7% 높은 66만원이다. 공개매수 기간은 이날부터 오는 10월 4일까지다.
최대 물량 기준으로 공개매수가 성공하면 영풍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3.18%가 되며, MBK의 지분은 14.56%로 오른다. 두 회사의 지분을 합하면 47.74%다.
만약 공개매수 응모 수량이 최소 수량에 미달하면 공개매수는 취소된다. 최대 수량을 넘어서는 응모가 들어오면 안분비례해 공개매수한다.
최대 수량 기준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은 증권사 수수료 포함 약 2조원이다. MBK는 자기자금 5000억원에 NH투자증권으로부터 1조5000억원의 차입을 받아 자금을 마련했다.
공개매수와 함께 MBK와 영풍은 주주 간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했다. 고려아연 지분은 영풍이 더 많더라도 실질적 대주주의 지위는 MBK가 갖는 계약이다.
우선 두 회사는 고려아연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합의했다. 고려아연 이사선임, 정관 개정, 자본구조 변경 등 주요 경영사항과 관련한 의결권 행사를 상호 협조하기로 계약했다.
다만 이사를 선임할 때 MBK가 추천한 이사가 영풍의 추천 이사보다 1인 더 많도록 해야 하는 단서를 달았다. 경영에서도 MBK가 대표이사(CEO)와 재무담당책임임원(CFO)를 지명하도록 했다.
주식 처분에도 제한을 뒀다.
영풍은 앞으로 10년 동안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 매각 제한이 풀린 10년 뒤에는 MBK에 우선매수권을 줘야 한다. MBK가 우선매수권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고려아연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및 특수관계인에게는 매각할 수 없다.
MBK는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도 갖는다. 콜옵션은 공개매수 완료일부터 2년이 지난 뒤 또는 고려아연 이사의 과반수가 MBK와 영풍이 지명하는 이사로 선임된 날 중 먼저 도래한 날부터 사용할 수 있다.
콜옵션 대상주식은 행사 가능 시점 기준으로 MBK 및 영풍이 보유한 지분의 50%+1주에서 MBK가 보유한 주식을 뺀 나머지 주식이다. MBK가 콜옵션을 사용하면 영풍보다 지분을 1주 더 갖게 된다.
공개매수를 마친 이후에는 옵션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옵션대상주식의 의결권은 MBK가 사용할 수 있다.
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뿐만 아니라 영풍정밀 공개매수도 진행한다. 공개매수 예정 수량은 684만801주(43.43%)이며 매수가격은 주당 2만원이다. MBK가 영풍정밀 공개매수에도 나서는 것은 이 회사가 가진 고려아연 지분(1.85%)에 대한 지배력 확보가 목적으로 보인다.
현재 장형진 고문과 특수관계자 4인이 보유한 영풍정밀 지분은 21.25%다. MBK가 공개매수 물량을 모두 채우면 합계 지분은 64.69%로 영풍정밀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다.
한편 고려아연 측은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고려아연은 "당사와 아무런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당사 최대주주인 영풍이 기업사냥꾼 MBK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라며 "이는 당사에 대한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약탈적 인수·합병(M&A)이라고 판단해 본 공개매수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또 "이번 공개매수는 중장기적인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소액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당사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현 경영진의 리더십 아래 지속가능한 성장, 주주환원정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임직원 및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