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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둘러싼 '백기사' 대리전…50년 만에 '남'됐다

  • 2024.09.19(목) 17:16

[고려아연 분쟁]
최윤범 우군확보 선방에 장형진 사모펀드 맞불
최윤범·장형진 특수관계 '이별'…대결 공식화

공동창업자의 3세대 경영에서 벌어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백기사'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쥐고도 지분싸움에서 밀렸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년전 LG·한화·현대차 등을 우군으로 확보하자, 장형진 고문 일가가 지배한 영풍은 사모펀드를 백기사로 세운 모양새다. 고려아연이 창립 50년 만에 장 고문 일가를 '특수관계'에서 제외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 비즈워치

우군 확보 전략 총출동

19일 고려아연의 지분구조를 보면 최대주주는 이 회사 지분 25.4%를 보유한 영풍이다. 영풍의 최대주주인 장 고문 일가가 개인적으로 보유한 지분까지 합치면, 영풍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33.13%다. 장 고문 일가는 이 지분을 바탕으로 고려아연을 계열사로 두고 지배해왔다.

반면 최 회장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15.65%에 머문다. 지분은 장 고문에 밀리지만 고려아연의 실질적 지배권은 최 회장이 쥐고 있다. 창업 이후 영풍은 장 씨 가문이, 고려아연은 최 씨 가문이 경영한다는 암묵적 합의에 따라서다. 공동 경영에 대한 공식적인 '계약서'는 없지만, 2세대 경영까진 '약속'은 지켜졌다. 지분과 경영이 개인적 약속에 의해 분리된 독특한 경영방식인 셈이다.

암묵적 합의가 깨진 것은 지난 2022년부터다. 고려아연이 증자를 통한 신주 발행, 자사주 활용 등을 통해 전격적으로 지분 동맹을 맺으면서다.

2022년 고려아연은 한화임팩트와 한화 해외계열사(Hanwha H2 Energy USA)를 상대로 전격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두 회사는 고려아연 신주(6.88%)를 6406억원에 인수했다. 

자사주 카드도 꺼냈다. 고려아연은 자기주식 119만5760주(6.02%)를 LG화학·한화·한국투자증권·모건스탠리 등에 처분했다. 표면적 목적은 자사주 교환을 통한 사업 제휴 강화였지만 최 회장은 든든한 우군을 확보했다. '회사 금고'에 보관된 자사주는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지만, 외부로 매각될 경우 보통주로 전환돼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지난해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으로 세운 해외법인(HMG Global)을 상대로 신주 5272억원어치(5%)를 발행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 니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됐고, 고려아연은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우군들의 지분을 더하면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은 33%대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영풍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과 맞먹는 셈이다.

최근 영풍은 MBK파트너와 손잡고 반격에 나섰다. 장 고문은 고려아연 측의 2차례에 걸친 신주 배정 유상증자로 공동 경영이 파괴된 것으로 받아들였고, 최 회장의 방식 그대로 제 삼자를 대상으로 우군 확보에 나서게 됐다.

MBK파트너는 시장에서 고려아연 지분 14.46%를 공개매수해 영풍의 우호지분이 되기로 했다. MBK파트너가 공개매수에 성공하게 되면, 장 고문 일가의 우호 지분은 47%대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MBK파트너는 이번 공개매수에 2조원을 쏟을 예정으로 향후 고려아연의 실질적 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고려아연을 '남'(MBK파트너)의 손에 넘기더라도 '동업자'(최윤범 회장 일가)에겐 줄 수 없다는 장 고문 일가의 의지가 담긴 셈이다.

고려아연 50년 특수관계 끝났다

고려아연도 영풍이 남이 됐다고 공식화했다. 이날 고려아연은 특수관계자에서 장형진 고문 일가를 제외했다고 공시했다. 장 고문 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33.13%가 더 이상 우호 지분이 아니란 점을 명시한 것이다.

1949년 고 최기호·장병희가 영풍을 공동으로 창업한지 75년 만에, 1974년 고려아연이 설립된지 50년 만에 두 가문의 사이가 '특수관계'에서 '대립관계'로 돌아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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