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규모 유상증자 발표한 삼성SDI를 둘러싸고 주주들의 반발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해당 건을 중점심사 대상 '1호'로 선정했다. 당국은 회사를 직접 불러 증자의 당위성과 자금 사용 계획 등을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다.
증권가에선 주가 흐름에 엇갈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몇몇 증권사는 주주가치 희석을 반영해 목표가를 하향했다. LS증권은 현재 주가보다 10% 더 낮은 목표가를 제시하기도 했다. 반면 업황이 바닥에 있다는 점에서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SDI는 지난 14일 증권신고서를 통해 2조원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공모하는 방식이다. 이번 증자로 발행할 주식수는 1182만1000주로 총 주식수의 16.8%에 달한다. 회사는 기준주가(20만4000원)에 할인율 15% 적용해 16만9200원으로 예정발행가를 정했다. 회사는 이번 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23%를 국내 전고체 배터리 시설 투자, 나머지 77%는 미국·유럽 법인 인수합병(M&A)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유상증자 계획에 주식가치 희석 우려가 번지며 주가는 크게 흔들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SDI 주가는 유상증자 계획 공시 당일인 14일 전일대비 6.6% 하락하며 19만14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주말을 보내고 온 17일에는 18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은 삼성SDI의 유상증자를 중점심사 1호 대상으로 삼기로 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달 증권사IB 본부장을 소집해 유상증자에도 중점심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증자비율과 할인율, 회사의 재무위험, 자금사용목적 등 7가지 사유에 해당하는 유상증자 건은 중점심사 대상으로 지정한 후 7영업일간 집중 심사를 실시한다.
금감원 설명에 따르면 삼성SDI를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한 건 정성적 요건 때문이다. 증자 규모가 2조원에 달하는 만큼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커지자 증자 당위성부터 미래 자금 사용계획, 주주 소통을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점심사 제도를 들인 배경에는 증권시고서가 주주와의 소통창구가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가 있다"며 "증자를 왜 해야하고, 회사에 어떤 이익을 갖고 올 수 있을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집중심사 기간 후반부인 오는 24~25일께 삼성SDI를 불러 대면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삼성SDI의 유상증자가 금감원 심사 관문을 통과할지 여부를 떠나 증권가에선 주주가치 희석은 불가피하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나온다. 우선 현대차증권은 삼성SDI의 적정주가를 32만원에서 24만원으로 내렸으며, LS증권도 19만5000원에서 16만5000원으로 낮췄다. LS증권이 제시한 목표가는 현재 주가보다도 약 12% 더 낮은 수준이어서 사실상 '매도' 의견인 셈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27년 전고체 전지 양산은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는 시그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주주가치 희석 및 실적 전망치 하향 반영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주가를 다시 회복하려면 전고체 전지 수요 구체화, 신규 수주 등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강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활용 가능성 등도 염두에 두고 있어 향후 추가적인 자금조달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정경희 LS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로 삼성SDI는 약 5조원으로 추정하는 2025년 시설투자(CAPEX)의 상당 부분을 진행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을 확보했다"면서도 "그러나 보유 중인 매각 가능한 자산이 있음에도 자기자본 증액 방식을 취한 점은 주식투자자 관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주식가치 희석영향에 더해 삼성SDI의 CAPEX 자금조달 방식 선택에 따라 당분간 주가에 하방 리스크가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목표가를 27만원으로 유지한 흥국증권은 "유상증자로 인한 직접적인 지분가치 희석은 당장 반영하기 이르다"면서도 "적극적인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나, 유상증자의 시점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반면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목표가를 29만원으로 유지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1분기 산업전반의 재고조정 이후 2분기 업황 회복을 예상하고 있어 주가 역시 유상증자 희석 반영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규 전기차 고객 확보 및 건설경기 회복 지연으로 소형전지 가동률 부진이 예상대비 장기화되고 있고, 고객사인 스텔란티스의 전기차 판매 계획도 기존 목표대비 하향됐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짚었다. 다만, NH투자증권은 현 주가가 주가순자산비율(PBR) 0.6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목적이 각형 배터리 고객 확대 및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성장 동력 확보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장기 성장성 확보와 단기 주당 가치 희석 사이의 줄다리기 불가피하나 업황과 실적이 저점인 상황에서 추가 조정보다 개선 가능성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