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SDI가 추진 중인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중심으로 진행 중인 이니셔티브(initiative)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금융감독원 차원에서 돕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 삼성SDI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 원장은 "유상증자, 공매도, 지배구조 등 자본시장 이슈가 있는데 최근 유상증자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있다"며 삼성SDI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사례를 언급했다.
삼성SDI는 지난 14일 증권신고서를 통해 2조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공모하는 방식이다. 이번 증자로 발행할 주식수는 1182만1000주로 총 주식수의 16.8%에 달한다. 회사는 이번 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의 23%를 국내 전고체 배터리 시설 투자, 나머지 77%는 미국·유럽 법인 인수합병(M&A)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SDI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심사를 통과해야 효력이 발생, 청약을 진행할 수 있다.
이복현 원장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자금조달이 목적이고 투자가 필요하면 시장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만 한국 시장 특성상 단기 중심 투자를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가를 희석하는 유상증자를 악재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다만 유상증자로 중장기 사업 효과 나타날 수 있고 이런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모든 유상증자를 부정적으로 보는 건 금감원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며 "삼성SDI 유상증자도 일정대로 증권신고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재용 회장이 삼성그룹 이니셔티브 관련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데 당국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도움을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삼성SDI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일정보다 빠르게 검토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원장은 "삼성SDI의 유상증자는 긍정적 투자"라며 "금감원은 유상증자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충분히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기업이 신속하게 자금 조달을 받을 수 있도록 빠르게 증권신고서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업 스스로도 유상증자에 대한 불신 등을 없애려면 지배구조 선진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이복현 원장은 "삼성SDI와 같은 유상증자가 가능하려면 지배구조 선진화가 병행돼야 한다"며 "일반주주 권익을 강화하고 주주이익 및 환원에 기업이 적극적일수록 기업 가치 올라간다는 자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기업이 자금조달을 받기 위해 여신이나 사모펀드 등을 활용하는데 MBK로 인한 사모펀드에 대한 여러 이슈가 있다 보니 기업들은 공모시장을 활용할 수 있다"며 "지배구조 선진화를 추진하면서도 투자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시장이 인정한다면 증권신고서 심사 등 당국이 지원해야 할 것은 도움을 드리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