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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이사충실의무 규정 없다?'…정면 반박 나선 금감원

  • 2025.03.26(수) 09:37

이복현 "해외투자자 요구, 국제적 기준에 맞추라는 의미"
한경협 공개토론 요구 무응답에 보도참고자료 재배포
해외 주주가치 보호 입법례 해석부터 부작용 해소방안 담아
"한덕수 대행 거부권 행사시 한국 양치기 소년 취급 받을 것"

금융감독원이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을 규정하는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해외에 없는 입법례'라는 재계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해외투자자들이 왜 굳이 이사충실의무 도입을 요구하겠냐'고 강하게 발언하며 이번에도 상법 개정안을 도입하지 못할 경우 한국은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금감원장은 26일 오전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라디오에 출연해 "델라웨어주 등에선 주주중심을 일반적인 규준으로 받아들이고 있고, 해외투자자들이 한국에 요구하고 있는 건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한국 자본시장을 운영해달라는 의미"라며 "(일각에선) 해외에 없는 규제를 도입한다고 말하지만 해외투자자들이 자기 나라에 없는 규제를 굳이 도입하자고 왜 얘기를 하겠냐"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날 주주가치 보호 관련 주요 입법례를 담은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앞서 지난 19일 상법 개정안 통과 관련 보도참고자료를 낸지 일주일 만이다. 금감원은 "한국경제인협회에 자본시장 현안 과제들에 대한 공개토론을 제안했으나 현재까지 협회의 입장이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재계와 일부 언론에서 주주 충실의무 관련 잘못된 해외사례 등을 인용하고 있어 사실관계를 바로잡고자 관련 내용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우선 델라웨어주 회사법은 주주에 대한 이사 책임을 강행하는 규정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이사의 충실의무 및 그 위반에 따른 법적책임의 대상에 회사와 주주를 병기해 회사와 주주의 이익 모두가 충실의무의 보호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델라웨어 회사법 102조에 따르면 회사의 정관상 이사의 신인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감면할 수 있으나, 회사 또는 주주에 대한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 감면은 금지돼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델라웨어주 법원에선 합병 등 자본거래 진행시 주주가 직접 권리당사자로서 이사를 상대로 충실의무 위반 소 제기를 인정했으며, 여러 판례를 갖고있다. 일례로 테슬라 CEO이자 솔라시티 최대주주인 일론 머스크에 대해 테슬라의 솔라시티 인수 결정과 관련한 충실의무 위반 소송이 있다. 

미국 모범회사법(MBCA, Model Business Corporaton Act)이 각주 회사법에 대해 강제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36개 주에서 모범 회사법을 주 회사법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해당 주 법원들은 사법적 해석의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영국 판례를 과장했다는 재계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영국 법원은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특별한 거래상황에 놓일 때 주주에 대한 의무를 우선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재계에선 영국 판례가 언급한 '특별한 거래상황'은 이사가 주식 처분을 했거나 소규모·가족기업일 때 등 예외적인 경우만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금감원은 영국 법원이 명시한 '특별한 거래상황'은 주주가 취약한 지위에 놓이게 되는 경우도 포함하도록 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회사법이 국내 현행 상법과 동일하게 회사에만 충실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주주는 충실의무 대상이 아니지만 판례나 정부 지침에서 주식교환·이전, 합병, 분할 등 자본거래의 경우 이사의 주주이익 보호의무를 인정하고 있다고 반론했다. 

또한 금감원은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 자본지출이 기업성장의 핵심요소인 산업의 경우 과도한 주주환원은 오히려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주장에 대해 한국은행의 실증분석을 잘못 해석한 결과라고 짚었다. 한은이 지난 17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반도체, IT 등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인 산업부문은 주주환원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에 금감원은 "반도체, IT 등 업종의 경우 투자가 주주환원보다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내용일 뿐, 주주보호 수준이 높을수록 오히려 기업가치를 저해한다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상법 개정안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는 학계 지적에 대해선 가이드라인 제정 등 보완방안을 마련해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반론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법 해석 및 법원 판결례를 통해 주주 충실의무의 구체적 내용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탄핵 기각으로 복귀한 한덕수 대통령 대행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그는 "4월 초 상호관세 이슈가 있고 (국내선) 정치적 불안정이 있을 수 있어 주식시장뿐 아니라 외환시장이 같이 흔들리는 상황"이라며 "경제팀에선 그런 사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 때 동북아 금융허브정책을 추진했고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가 경제부총리를 맡았고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증권제도 주무과장이었다"며 "한덕수-최상목 체제에서 조차 주주가치가 성립되지 않으면 '제갈공명이 와도 안될 것'이란 반응이 있고 나중에 자본시장법 개정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한국 정부는 양치기 소년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발언했다.   

이 원장은 "저희가 재의요구권 행사와 관련한 공식자료를 만드는데 이번주 중 총리실, 기획재정부, 금융위 등에 보낼 것이고 기회가 되면 국민들께 설명드릴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에 무조건 도움이되는데 단기적으로 생기는 부작용을 어떻게 치유할지를 다루며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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