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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개정, 행동대장만 추궁하면 뭐하나?...지배주주 책임물어야"

  • 2025.05.20(화) 17:31

대신경제연구소, 20일 거버넌스 인사이트 포럼 개최
정대익 경북대 교수, "상법 개정해도 달라질 것 없어"
"이사 아닌 회사에 책임 물어야 지배주주에게도 타격"

20일 서울 중구 대신파이낸스센터에서 열린 '대신경제연구소 거버넌스 인사이트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김보라 기자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해도 일반주주들이 실질적으로 이를 활용해 이사에 책임을 묻긴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한 미국 일부 주와는 달리 우리나라의 법리 체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이유다. 

결국 일반주주 권익침해 사례가 일어나면 이사가 아닌 회사에 책임을 물어야 사실상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지배주주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신경제연구소는 20일 서울 중구 대신파이낸스센터 본사에서 '2025년 정기주주총회 리뷰와 상법 개정안 주요 현안 점검'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와 기업 경영 변화'를 주제로 발표를 맡은 정대익 경북대 교수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넣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라며 "도입론자들은 주주파란이 있을 거다, 주주천국이 온다고 하는데 이는 굉장한 정치적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 법리체계로는 이사의 충실의무는 주주가 아닌 회사에만 있다고 강조했다. 정대익 교수는 "주주는 이사가 아닌 회사에 출자를 하니 법률적으로 이사는 주주에 대한 신인의무를 지지 않는다"며 "또 이사는 주주의 대리인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명제도 틀리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주는 회사의 소유자가 아니다"라며 "회사를 상대로 채권적 청구권을 가지는 지위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은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도입하고 있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신인의무를 기초로 한다. 다만 정대익 교수는 미국 델라웨어와 한국 법리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서 이를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델라웨어의 이사의 주주에 대한 신인의무는 미국만의 독특한 해석이고 우리나라를 포함 다른 나라에서는 법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주주를 보호하기 싫어서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를 선임하는 주주총회 자체가 회사의 기관이기 때문에 결국 이사를 선임한 것은 주주가 아닌 회사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주주에 대한 권익침해가 일어났다면 이사가 아닌 오히려 회사에 책임을 묻는 것이 더 낫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대익 교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할 때도 이사를 상대로 주주들이 이의제기했지만 아무것도 변제를 받지 못했다"며 "이사가 아닌 삼성물산을 상대로 이의제기를 해야 지배주주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회사에 이의제기를 해야지 지배주주에게까지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지 이사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이사 선에서 문제가 끝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두산그룹 합병과 같은 사례 역시 한국은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만 지키면 되기 때문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대익 교수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우리나라는 합병비율을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것만 따르면 책임이 없다고 말한다"며 "반면 미국은 법 규정을 따르더라도 불공정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자본시장법에 허점이 많다는 것"이라며 "만약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하더라도 자본시장법이 상법보다 더 우선하는 특별법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고 결국엔 자본시장법도 손을 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결국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하더라도 나중에는 지배주주 충실의무를 묻는 것으로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익 교수는 "지배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대부분 나라가 이를 인정하고 있다"며 "이사가 합병비율을 불공정하게 내놓으면 이사가 그에 따른 이득을 다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이사는 보수인상 정도로만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즉 불공정한 합병비율 등 일반주주에 대한 권익침해로 일어나는 이득을 취하는 주체는 이사가 아닌 지배주주라는 것이다. 그는 "이사에 대해서만 책임을 묻는 것은 조직폭력배에서 두목은 놔두고 행동대장만 구속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도입하더라도 나중에 무조건 지배주주에 책임을 묻는 걸로 이슈가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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