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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분쟁 여파에 첫 분기 손실…배경 놓고 책임공방

  • 2025.03.25(화) 17:14

고려아연, 창사 이래 첫 분기 순손실…금융비용 급증이 원인
영풍·MBK "조 단위 공개매수 차입 탓…일회성 그치지 않아"
고려아연 "차입 인수 막으려는 조치…경쟁력 지키려는 결정"

고려아연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본업에서는 흑자를 냈지만, 급증한 금융비용이 실적을 끌어내렸다.

이에 대해 경영권분쟁 상대방인 영풍·MBK파트너스는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진행한 자사주 공개매수로 늘어난 차입금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가 회사를 인수하면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반박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이 지난 20일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순이익은 194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4407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4분기에는 245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고려아연 설립 이래 첫 분기 단위 순손실이다.

고려아연의 영업문제는 없었으나 이자비용 급증과 외화환산손실 등 금융비용이 급증한 탓에 분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실제 4분기 영업이익은 1203억원으로 흑자를 냈으나, 금융비용이 3141억원이나 발생했다.

특히 이자비용이 급증했다. 지난해 4분기 이자비용은 약 741억원으로 3분기 누적 439억원과 비교하면 급격하게 늘어났다.

달러 가치 상승에 따른 외화환산손실 영향도 크게 받았다. 지난해 4분기 외화환산손실은 1068억원이 발생했다. 3분기 누적 환산손실이 40억원임을 감안하면 한 분기만에 크게 증가한 수치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지난 분기의 경우 요동치는 환율로 인해 일시적인 환차손과 금융비용 증가로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엄청난 환율 변동으로 인한 환차손의 경우 대외 환경 변화로 인해 불가피한 변수이고, 고려아연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이 지난해 환차손 변수로 수익성이 부진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분법손실도 늘어났다. 4분기 지분법손실은 약 944억원이다. 3분기 누적 지분법손실액은 163억원이었다.

고려아연의 첫 분기 순손실과 관련,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영풍·MBK는 이러한 손실 요인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 지적했다.

영풍·MBK 관계자는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위해 조달한 2조원이 넘는 금융차입금 때문에 매 분기 동일한 규모의 이자비용 부담을 져야 한다"며 "신사업 또는 여유자금 운용 등을 명분으로 무분별하게 벌여놓은 각종 출자와 투자 사업들의 현재 사정도 아직 본격 반영조차 안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영풍·MBK는 최윤범 회장이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법률 비용 등을 회사의 자금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2024년 별도 기준 고려아연 판매관리비상 지급수수료(905억원)가 전년(449억원) 대비 2배로 증가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지급수수료는 각각 219억원, 365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14%, 160% 증가한 금액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자비용은 영풍·MBK의 경영권 인수 시도로 인해 파생된 것으로 고려아연 경영진이 이를 막아내고 기업가치와 사업 경쟁력 훼손을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MBK·영풍이 고려아연을 장악하면 금융사로부터 빌린 조 단위 차입, 이른바 차입매수가 고려아연의 기업 경쟁력을 크게 해칠 것으로 우려된다"라며 "홈플러스 사태에서도 MBK의 과도한 차입매수가 경쟁력 훼손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고 꼬집었다.

영풍·MBK는 이그니오홀딩스를 보유한 페달포인트가 몇 년째 당기 순손실을 지속하면서도 손상 인식이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는 점도 짚었다.

영풍·MBK 관계자는 "신규사업 초기로 인한 과다한 비용 지출과 향후 성장 가능성을 감사인에게 어필했을 것"이라며 "언제까지 관련 손실을 숨길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신사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폄훼하는 것"이라며 "페달포인트의 경우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고려아연의 성장에 주요하게 기여할 신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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