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층 자산형성 지원을 위해 금융 교육을 활성화하고 정책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내년부터 고등학교 선택과목으로 신설되는 '금융과 경제생활'을 필수 교과로 설정하고, 교사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교대와 사범대에서도 금융 교육을 필수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축형 지원 상품인 청년도약계좌뿐만 아니라 투자형 상품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안정성이 높은 대표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금융감독원이 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와 공동으로 '청년층 자산형성 지원을 위한 금융교육 활성화 세미나'를 개최했다. 청년층의 자산운용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이번 세미나에는 학계‧유관기관‧금융업계‧대학생‧재무 상담사 등이 참여했다. ▷관련기사: 이복현 금감원장 "청년층 자산형성 지원위한 금융교육 강화"(4월8일)
한재영 금융투자교육원 원장은 '국내 및 주요 선진국의 금융투자교육 운영 현황 및 시사점' 주제 발표를 통해 학교를 통한 조기 금융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도 대비 2024년도 국내 초·중·고등학생의 경제 이해력에 관한 평균점수가 하락했으며 중·고등학생의 평균점수는 60점에 미달했다.
해외에서도 조기 금융교육을 늘리는 추세다. 한 원장은 "미국은 2006년부터 금융교육을 의무화했고 영국은 2020~2030 금융웰빙을 위한 국가전략을 통해 200만명의 어린이가 의미 있는 금융교육을 받도록 목표를 설정했다"며 "일본도 연령별 맞춤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싱가포르는 2012년부터 초등교육과정 사회 교과에 금융 교육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내년부터 '금융과 경제생활'이라는 고등학교 선택과목이 신설된다. 그러나 한계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 원장은 "선택과목이다 보니 학교에서 과목을 개설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다"며 "개설됐다고 하더라도 교사의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2~고3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수능 과목에서 빠지다 보니 수업 대신 자습 시간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금융 과목을 필수화할 것을 조언했다. 한 원장은 "금융에 관한 학교 교육 활성화를 위해 금융 교육을 필수 교과로 설정해야 한다"며 "교대와 사범대 내에서도 금융교육을 필수 교육으로 넣어 교사의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본시장을 활용한 청년층 자산형성 지원정책의 필요성'을 통해 저축형 상품뿐만 아니라 투자형 상품에 대한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23년도 청년도약계좌를 출시한 바 있다. 김 연구위원은 "청년 자산형성 지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2023년도 출시한 청년도약계좌의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가입할 수 있는 청년 4명 중 1명꼴로 가입했고 가입 유지율도 높다"고 말했다. 청년도약계좌는 개인의 저축액에 대응해서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여기에 금융 효용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산관리역량도 제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청년들의 주식 투자는 증가했다. 그러나 다른 세대에 비해 공격적이고 위험선호적인 투자 현상으로 수익률이 낮았을뿐더러 개인 간 격차도 커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단순한 금전적인 지원을 넘어 개인의 행동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지원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안정적인 자산관리를 유도하고 △청년층의 자산 구성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위원은 "저축 외에도 청년들이 선호하는 금융투자 방식을 활용하되 안정적인 자산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저축과 투자를 병행함으로써 자산구성 효율화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가령 안정성이 높은 ETF에 적립식으로 장기 투자할 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패시브 ETF를 통해 운용 비용을 최소화하고, 서비스 수수료를 낮추고, 최소가입기간 유지 시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효과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체험형 경제 수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기존 고등학교 경제 과목이 사라진 것은 경제 과목이 어려워 선택하는 학생 수가 적었던 탓"이라며 "기존의 경제 수업처럼 하면 실패작이 될 것이 뻔하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주식 모의 투자 방식이나, 중앙은행이 금리 결정하는 것과 관련해 모의 회의를 해보는 등 체험형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전무는 대학 인프라를 통한 금융 교육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무는 "투자 전문가들이 대학에서 1학점짜리 금융 관련 교양 과목을 가르치면 효과적일 것"이라며 "학점을 제공한다면 학생들이 수업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문가들이 협의해서 투자와 관련한 책을 선별해 (대학생에게) 읽게 하고 한 학기 수업하는 방향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