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째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오는 24일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또한번 맞붙는다. 이번 주총에서는 임기 만료 이사가 대거 발생하는 만큼 새 이사진 구성이 최대 관심사다.
이미 집중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몇명의 이사를 뽑을 것인지 먼저 투표하고, 이어 이사선임 안건 표결에 들어간다.
최윤범 회장 측은 '이사 5인 선임안'을 통해 표 분산을 최소화하고 감사위원까지 선임해 이사회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영풍·MBK 측은 '이사 6인 선임안'을 앞세워 자사 추천 후보들의 이사회 진입 폭을 최대한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5인 안이 통과될 경우 최 회장 측이, 6인 안이 가결되면 영풍·MBK 측이 각각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비는 6석 누가 채우나
고려아연은 이달 24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52기 정기주주총회를 연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사내·사외이사 6명의 임기가 이번 주총까지여서 재선임 안건이 최대 이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9명이다. 이 가운데 직무정지 상태인 4명을 제외하면 실제 이사회 구도는 최 회장 측 11명, 영풍·MBK 측 4명이다. 임기 만료 이사가 6명인데, 이를 제외한 이사회는 최 회장 측 6명, 영풍·MBK 측 3명이다.
결국 이번 주총에서 임기 만료 자리를 어느 쪽이 얼마나 채우느냐에 따라 향후 이사회 판도가 갈리는 구조다.
고려아연 측은 최윤범 회장측 비상장회사인 유미개발을 통해 이사 5인를 뽑은 안건을 제안했다. 동시에 최윤범 회장과 황덕남 이사회 의장을 후보로 올렸고, 미국 합작법인 크루서블 JV(Crucible JV)는 월터 필드 맥라렌(Walter Field Mclallen) 후보를 별도로 추천했다.

영풍·MBK 연합은 이사 6인 선임 안건을 제안했다. 또한 박병욱·최연석 기타비상무이사 후보와 최병일·이선숙 사외이사 후보 등 5명을 주주제안으로 올렸다. 다만 오영 후보는 일신상의 사유로 자진 사퇴해 실제 후보군은 4명으로 줄었다.
집중투표제도 이번 주총의 핵심 변수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 1주당 선임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받아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현재 의결권 기준 영풍·MBK 연합의 지분은 42.1%, 최 회장 일가와 우호주주인 한화·LG화학, 크루서블 JV(Crucible JV)를 합한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약 38.7%다. 지분 격차는 크지 않지만 실제 의석 수는 표를 어느 후보에게 어떻게 배분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5인 선임’ 시나리오…고려아연이 노리는 의석 방어
고려아연이 승기를 점하기 위해선 이사 5인 선임안이 통과돼야 한다. 양측 지분율을 단순화하면 집중투표제 아래에서 영풍·MBK는 210.5표(42.1×5), 고려아연 측은 193.5표(38.7×5)를 행사할 수 있다. 총표에서는 영풍·MBK가 앞서지만, 실제 당락은 후보별 득표 순위로 갈린다. 확보한 표를 몇 명의 후보에게 집중하느냐에 따라 의석 수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영풍·MBK가 2명의 후보에게 표를 집중하면 후보 1인당 약 105.3표, 고려아연 측이 3명의 후보에게 나눠 실으면 후보 1인당 약 64.5표가 된다. 이런 경우 영풍·MBK 2명은 안정적인 당선권(상위 5명)에 들어간다 된다. 영풍·MBK가 3명에게 표를 분산하더라도 후보 1인당 득표력은 약 70.2표 수준이 돼 이론적으로 3석 확보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그럼에도 고려아연이 5인 선임안을 밀고 있는 이유는 이사회 의석 확대 폭을 제한하는 효과 때문이다. 6석 전체를 놓고 경쟁할 경우 영풍·MBK가 확보 가능한 의석 수 자체가 늘어나지만, 5석만 채우면 영풍·MBK가 확보할 수 있는 의석은 통상 2~3석 범위로 묶어둘 수 있다. 이후 최윤범 회장 측에 유리한 분리선출 대상 감사위원 선임까지 이뤄지면 한층 유리한 구도가 된다.6인 선임으로 판 넓히기…영풍·MBK 의석 확대 전략
영풍·MBK 측에 유리한 그림은 이사 6인 선임안이 통과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선임 대상 이사 수 자체가 늘어나는 만큼, 영풍·MBK가 확보할 수 있는 의석 폭도 자연스럽게 확대되기 때문이다.
이사 6명을 선임할 경우 영풍·MBK는 252.6표(42.1×6), 고려아연 측은 232.2표(38.7×6)를 행사할 수 있다. 이 역시 총 투표수 자체보다 이를 몇 명의 후보에게 집중하느냐에 따라 실제 의석 수가 달라진다.
가령 영풍·MBK가 확보한 의결권을 3명의 후보에게 집중하면 후보 1인당 약 84.2표 수준이 된다. 반면 고려아연 측이 같은 표를 3명의 후보에게 배분하면 후보 1인당 약 77.4표 수준에 그친다. 이 경우 영풍·MBK 후보 3명이 상위 득표권에 안정적으로 진입한다.
이 같은 구도가 현실화되면 기존 이사회 6대3 구조에 신규 선임 결과가 반영돼 이사회는 9대6 구도로 재편된다. 과반 확보에는 이르지 못하지만, 최 회장 측이 유지해온 안정적인 우위를 상당 부분 약화시키는 결과다.
영풍·MBK가 6인 선임안을 밀어붙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사 선임 규모가 5명으로 제한되면 확보 가능한 의석이 통상 2~3석 범위에 머물 가능성이 크지만, 6석 전체를 놓고 경쟁하면 3석 이상을 확보할 공간이 생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영풍·MBK가 이번 주총 한 번으로 이사회를 장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해마다 이사 수를 1~2석씩 늘려 장기전으로 끌고 갈 가능성에 주목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영풍·MBK가 바로 이사회를 가져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대신 매년 임기 만료 이사와 신규 선임을 통해 의석을 하나씩 늘리면서 격차를 줄여가는 장기전 전략을 염두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