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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품격]'삼전닉스' 열풍 속 가치투자 꿈꾸는 VIP운용

  • 2026.06.05(금) 07:30

독립계 자산운용사 인터뷰④ 김민국 VIP자산운용 공동대표
서울대 동기 최준철 대표와 함께 가치투자 외길 걸은 지 23년차
풍부한 리서치 기반으로 투자 기업에 ‘거절할 수 없는 제안’ 던져
가치투자로도 양호한 수익률 자신, 1분기 순이익 업계 9위 수준

운용사는 수익률이 아닌 철학을 파는 곳이란 말이 있다. 철학은 곧 돈을 맡긴 투자자와의 약속이다. '저평가 가치주' '혁신 성장주' '주주 행동주의' 등 저마다의 투자 원칙과 철학을 기반으로 투자자가 맡긴 자금을 굴려 경쟁력을 입증해야한다. 연일 오르내리는 시장은 통제할 수 없지만 그런 시장을 바라보는 철학은 운용사의 몫이다. 증시 초호황의 시대, 수많은 카피상품이 존재하는 현 시점. 고유의 철학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과를 내어온 독립계 자산운용사를 만나봤다. [편집자]

96세, 전설적인 가치투자 대가 워런 버핏의 현재 나이다. 버핏은 1956년 26세 나이에 100달러로 주식투자를 시작한 뒤 2025년 말까지 버크셔해서웨이 CEO로 투자 일선에서 뛰었다. 올해 초 CEO에서 물러났지만 이사회 의장으로서 투자에는 여전히 참여 중이다. 

50세. 국내 대표 가치투자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VIP자산운용을 이끄는 김민국 각자대표의 현재 나이다. 서울대 투자동아리 스믹(SMIC)에서 활동하던 대학생 시절부터 가치투자에 관심을 가졌고, 비슷한 생각을 하던 동갑내기 동창 최준철 공동대표와 의기투합해 2003년 27세 나이에 VIP투자자문을 세웠다. 이 회사가 11조원에 가까운 펀드 및 투자일임 자산을 굴리는 VIP자산운용으로 성장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공동대표이사.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버핏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건강과 총기를 유지하고 큰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 개인적인 꿈입니다.”버는 돈 비해 저평가된 기업 주목

김민국 대표가 나이 들어서도 하고 싶은 투자는 누가 뭐래도 가치투자다. 가치투자는 기업 가치에 믿음을 두는 투자전략이다. 다만 기업 가치를 구성하는 요소는 순자산, 수익, 성장 등 다양하다. 어느 쪽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같은 가치투자여도 전략은 판이하게 갈린다. 

김 대표가 중시하는 가치는 현금흐름 기반의 안정성, 그리고 버는 돈에 비교해 저평가된 기업 투자다. 김 대표는 ”우리가 투자했을 때 돈을 이미 벌고 있는 회사가 좋다“며 ”그런 회사의 감정가가 100이어야 하는데 60이나 70일 때 투자를 노린다“고 설명했다. 

이런 기준으로 봤을 때 김 대표는 향후 가치투자를 하기에 좋은 섹터(산업군) 중 하나로 지주회사를 꼽았다. 지주회사 주가 전반이 저평가된 상태인 데다, 정부에서 추진 중인 배당 확대, 중복상장 금지,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수혜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배당이 늘어나면 현금흐름이 좋아진다. 자회사의 중복상장이 안 되면 지주회사 주가의 디스카운트 가능성도 작아진다. 주가 누르기는 보통 상속과 연관성이 큰데, 지주회사는 오너가 최대주주인 경우가 많아 주가 누르기를 해소하면 주가 상승 요인이 된다.

김 대표는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에 기존 중복상장을 가능하면 회수하라는 말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VIP투자운용이 펀드를 통해 투자한 메리츠금융지주의 경우 자회사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상장폐지 이후 주가가 급등했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해외 기업은 계열사가 수십 곳인데도 지주회사만 상장한 경우가 많다. 이를 예시로 들면서 김 대표는 “대주주의 지배력 걱정이 있다면 중복상장을 해소하면서 자사주를 꾸준히 사들이고 저평가된 상황을 활용해 보유 지분을 올리는 쪽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리서치의 힘, 행동주의는 부드럽게

참치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태평양 수온을 확인했다

VIP자산운용이 밝히는 대표 리서치 사례 중 하나다. VIP자산운용의 가치투자의 기반은 리서치다.

현재 VIP자산운용 임직원 54명 중 60% 이상인 33명이 리서치 업무에 종사하거나 겸직 중이다. VIP자산운용에서 지금까지 만든 누적 리서치 보고서만 1만건이 넘고, 이 보고서를 기반으로 운용역이 투자 기업을 결정한다. 말 그대로 ‘리서치는 VIP자산운용의 힘’인 셈이다.

김 대표는 “월 또는 분기 단위로 리서치 평가가 좋은 사람들에게 보상을 하고 있으며 좋은 종목을 발굴해 투자한 펀드가 수익을 내면 리서치 직원에게도 분배를 하는 구조”라며 “우리 리서치 직원이나 운용역의 이탈률이 상대적으로 적은 점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봤다.

그렇다 보니 리서치 직원으로 업무를 시작한 뒤 경험을 쌓아 운용역이 된 뒤에도 리서치 업무를 함께 진행하는 사람도 많다. 김 대표 본인도 업무 시간의 90% 이상을 리서치 및 VIP자산운용에서 투자한 회사 관련 일에 쏟고 있다. 

“우리가 펀드를 통해 투자한 회사 중 지분 5% 이상을 쥐고 있기에 공시 의무가 있는 기업만 35곳 이상이다. 그런 회사의 경영진이 바라는 점을 파악하고 우리의 리서치 능력을 기반으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김 대표가 영화 ‘대부’의 유명 대사를 빗대어 꺼낸 말이다.

물론 투자 기업이 그런 제안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VIP자산운용은 그런 때만 행동주의 행보에 나선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주주가치에 있어 시급성, 중요성, 비가역적인 원칙을 어기는 경우에만 회사 측에 직접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VIP자산운용은 지난해 롯데렌탈의 사모펀드 어피니티 대상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에 반대했다. 최근에는 펀드를 통한 롯데렌탈 보유 지분율을 7.33%로 끌어올리면서 ‘밸류업 정책’ 재개를 정식 요청했다. 올해 3월 주주총회 시즌에 대원산업의 집중투표제 배제 및 월덱스의 이사 보수한도 확대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무소의 뿔처럼 가치투자 간다

VIP자산운용이 가치투자 외길을 가다 보니 국내증시 초호황기인 지금은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는다. VIP자산운용의 대표 공모펀드 ‘VIP 한국형가치투자 펀드’는 2023년 4월 3일 설정 이후 올해 6월 2일까지 수익률 120.57%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255.36%를 밑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우리는 우리의 스타일을 지킨다”며 “시장을 매년 이기기는 쉽지 않으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과적으로 이기려고 한다. 특정 기간에 시장이 30% 빠졌다면 우리 펀드는 10%만 빠지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바벨 전략’을 추구하는 고객이 안전자산 투자 차원에서 VIP자산운용 펀드에 돈을 넣는 사례도 많다는 것이 김 대표의 말이다. 바벨 전략은 투자자가 안전자산과 고위험자산으로 투자자금을 배분해 예측 불가능한 위기 상황에서 생존을 보장하고 이익도 추구하는 전략을 말한다.

김 대표는 “우리가 운용하는 자산에서 고객 이탈이 그렇게 많지 않고 최근 사모펀드도 추가로 론칭했다”며 “우리 스타일에서 ‘소금의 짠맛’을 잃어버리면 시장이 떨어질 때 우리 펀드도 똑같이 가게 될 수밖에 없는 만큼 분산투자 대안으로 우리를 생각하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VIP자산운용의 공모펀드는 독특한 구조로 주목받기도 한다. 

첫 공모펀드인 ‘VIP 더퍼스트 펀드’는 손익차등형 공모펀드다. 손익차등형 사모펀드 7개에 분산투자하는 구조로 주요 투자종목은 메리츠금융지주와 삼양식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였다. 손익차등형 펀드는 투자자를 일반투자자(선순위)와 운용사 및 기관투자자(후순위)로 분류한다. 후순위 투자자는 펀드에서 손실을 보면 이를 먼저 감내하지만 이익이 나면 더 많이 가져간다.

VIP 더퍼스트 펀드는 2023년 2월 24일 설정 이후 2024년 12월 29일 청산했는데 당시 수익률은 22.2%로 같은 기간 코스피 변동률 –0.78%를 훨씬 웃돌았다. 

지금은 코스피 수익률과 경쟁하고 있는 VIP 한국형가치투자 펀드도 마찬가지다. 매 분기 말 기준 최근 1년(네 분기) 수익률이 마이너스(-)면 다음 분기 운용보수를 안 받는 절대성과연동형 펀드다. 김 대표는 "공모펀드 시장에서 이런 성과연동형 펀드를 따라하는 곳이 아직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성과를 내지 못하면 수수료를 받지 않는 문화를 사모펀드에 이미 도입한 데다 꾸준한 수익률에 대한 장기적인 자신감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VIP자산운용은 회사 수익 측면에서도 최근 3년 연속으로 자산운용업계 별도기준 순이익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1분기(2026년 1~월)에는 순이익 368억원으로 9위를 기록했다.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와 비교해도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오히려 앞서는 수준이다.

김 대표는 “오랫동안 잘하면서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쪽이 우리 목표에 조금 더 가깝다”며 “우리에게 맞는 고객이 원하는 운용·투자의 가치를 제공하면서 같이 갈 수 있다면 그 자체가 보람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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