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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안녕한가]⑤갤럭시, '영혼'을 심어라

  • 2013.12.26(목) 12:30

스마트폰 HW 중심 성장, 구글 의존 절대적
자체 OS 필요성 대두, 타이젠 개발에 기대

삼성전자에게 2013년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시기였다. 스마트폰과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TV 등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는 주요사업은 세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진짜 고민은 이제 막 시작됐다. 정점에 서 있는 지금, 미래를 고민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1등 삼성전자의 고민을 주요 사업별로 짚어 본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1등의 고민이 시작됐다
②반도체, 시스템LSI를 키워라
③UHD TV에 미래 달렸다
④갤럭시, 오늘은 1등 내일은?
⑤갤럭시, '영혼'을 심어라

 

삼성그룹 사장단은 지난 23일 경기도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난상 토론을 벌이면서 내년 경영 키워드로 '마하 경영'을 꺼내 들었다. 마하경영은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06년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하기 위해 설계도는 물론 엔진, 소재, 부품 등을 모두 바꿔야 한다"면서 내건 화두로 '변하지 않으면 사라질 것'이란 위기감이 담겨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 힘입어 올해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시점에 위기를 말하는 것은 역설적이다. 사업이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본질적으로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것이다. 스마트폰 산업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 '양' 위주의 사고와 행동 방식을 '질' 중심으로 바꿔야한다는 절박감이 묻어난다.

 

◇ 실질적 지배력 유지위해 脫구글 시급

 

사람에 비유하면 스마트폰 단말기는 '육체'고 단말기를 사용자와 연결하는 운영체제(OS)는 '영혼'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스마트폰 산업은 하드웨어보다 이를 사용자와 연결하는 운영체제(OS)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모바일 OS 시장을 장악한 구글이 제조사를 비롯해 통신과 콘텐츠, 서비스 등 정보통신(IT) 생태계를 쥐락펴락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그만큼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가'란 질문에 선뜻 답할 수 없는 것은 바로 독자적 OS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세계 스마트폰 OS 시장점유율에서 안드로이드폰 점유율은 81%를 차지했다. 안드로이드가 세계 스마트폰 OS 점유율 80%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마치 개인용 컴퓨터(PC)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가 도스와 윈도우 운영체제로 세계 시장을 장악했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NYT)가 삼성이 해결해야 할 숙제이자 아킬레스건으로 ‘안드로이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은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등에 업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3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나 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구글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하드웨어 사양 경쟁이 한계에 이르면서 이제 스마트폰은 제조사들마다 차별점을 보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해지고 있다. 하드웨어 사양 경쟁보다 이용자환경(UI)나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 등을 개선해야만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애플이 높은 고객 충성도를 유지하는 비결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자체 OS와 온라인 장터 '앱스토어' 등을 한꺼번에 다루면서 사용자 편의성을 개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소프트웨어를 개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결국 자체 OS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안드로이드 의존도 지나치게 높아 ‘시한폭탄’

 

삼성전자 역시 구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자 OS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은 인텔을 포함해 글로벌 정보기술(IT) 및 통신사들과 함께 타이젠 OS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타이젠연합은 내년 2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식 행사를 따로 연다며 초청장을 배포하기도 했다. 관련업계에선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만든 최초의 타이젠 OS 스마트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타이젠연합은 내년 2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최초의 삼성전자 타이젠폰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젠 개발에 참여한 업체들은 대부분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에도 속해 있다. 폐쇄·독점 전략을 구사하는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구글로 몰려 들었던 업체들이 이번엔 다른 한쪽에서 ‘탈(脫) 구글’을 내세우며 제3의 세력을 조직한 것이다. 신흥 OS는 안드로이드 같은 강력한 영혼을 갖고 싶어하는 IT 공룡들의 합작품인 것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제조사들에 제공해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 있으나 언제라도 유료화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 구글은 지난해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하드웨어 제조 분야에도 손을 뻗은 상태다. 안드로이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삼성전자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안드로이드 대안으로서 타이젠은 삼성전자 사활이 걸린 혁신적 도전임에 분명하다. 타이젠이 성공할 경우 삼성전자는 타이젠연합에 가입한 글로벌 통신사 등 IT기업들에 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도 있다. 만약 타이젠이 기대에 못 미쳐 모바일 OS 시장 지형 변화를 일으키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의 미래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OS의 다변화 전략은 늘 필요하다”라며 “급변하는 모바일 생태계에서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대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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