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기대치에 크게 못미치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내놓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부진이 현실화 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7일 발표한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연결기준 잠정)과 매출은 각각 8조3000억원, 59조원이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한참 밑도는 실적이다.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2일 집계한 이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0조2301억원, 매출액은 61조7047억원이다.
영업이익이 예상치보다 무려 2조원 가량 적은 것은 주력인 스마트폰 사업의 성과가 부진한데다 성과급 지급이나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등 일회성 비용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선태 NH농협증권 연구원은 "3분기 대비 갤럭시S4의 판매량이 400만대 가량 줄어든 1000만대로 집계되고, 삼성 성과급이나 마케팅 비용, 환율 요인 등 일회성 비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을 내놓을 때 각 사업별 성적을 공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스마트폰 판매량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KB투자증권은 작년 4분기 삼성 스마트폰 판매량을 당초 9100만대로 예상했으나 최근 이보다 낮춘 8800만대로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가운데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 부문(정보통신·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기 때문에 이 부문의 실적이 떨어지면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 IM 부문 영업이익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9%로 무려 3분의 2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고공 성장세를 멈출 것이란 우려는 이미 예상돼 왔다. 고사양의 스마트폰 시장이 북미와 유럽 등에서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도 화웨이 등 현지 제조사들이 삼성전자와 비슷한 품질의 스마트폰을 쏟아내면서 위협하고 있다. 애플도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과 손잡고 현지인이 좋아할만한 색상의 아이폰을 다양한 가격대로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삼성 독주 체제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력 모델의 판매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S4의 경우 지난 2분기에 2050만대 팔렸으나 3분기에 1450만대, 4분기에 1000만대 판매에 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다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시장 선도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은 것도 수익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연말 쇼핑 대목인 4분기는 전통적으로 마케팅 비용이 급증하는 시기라 더욱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격화되는 스마트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플래그십 모델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다양한 중저가 모델 중심으로 사업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내달에 열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맞춰 '갤럭시S5'를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오는 9월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는 대화면폰 '갤럭시노트4'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인텔 등 세계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과 협력해 만든 제 3의 모바일 운영체제(OS) 타이젠을 탑재해 구글 안드로이드 의존도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젠은 저사양 스마트폰에서도 구동이 가능해 신흥 시장을 공략할 주요 무기로 각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