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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신생 맞아?..이색 행보 게임사 '룰메이커'

  • 2015.03.04(수) 09:39

웹젠·엔씨 출신 선수들 의기투합한 개발사
액션슈팅 '우주정복' 출시..통큰 마케팅 눈길

모바일게임 시장이 신생 벤처 개발사에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던 것도 옛날 얘기다. 스마트폰이 고사양화 되면서 가볍고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캐주얼 장르보다 PC에서나 즐길만한 역할수행게임(RPG) 등이 새로운 주류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신한 아이디어나 기획보다 대규모 자본이 흥행을 좌우하는 사례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대형 게임사에 밀려 신생 개발사의 입지가 점차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 김태훈 룰메이커 대표

그러한 면에서 신생 모바일게임 개발사 룰메이커의 행보는 여러모로 주목할만하다. 전략 시뮬레이션과 RPG·액션슈팅 요소를 혼합한, 모바일에선 다소 낯선 장르로 승부를 보려는데다 신생 업체에 걸맞지 않게 큰 규모의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어서다.

 

룰메이커는 지난 6월 설립된 모바일게임 개발사다. 웹젠모바일 대표였던 김태훈(41) 씨가 자신과 같이 일했던 동료 기획자 및 엔씨소프트, 엔트리브 등에서 근무하던 개발자들과 의기투합해 세웠다. 총 14명의 임직원 대부분이 게임과 인터넷 서비스 업계에서 8~14년 근무 경력을 갖고 있다.

 

룰메이커가 3일 출시한 '우주정복'이란 게임은 전략 시뮬레이션의 대명사 '스타크래프트'를 연상케한다. 공상과학(SF) 미래 우주를 배경으로 전투기와 탱크 등을 이끌며 대규모 분대 단위 전투를 벌인다는 내용이다. 게이머가 '커맨더(지휘관)' 역할을 맡아 수십개 캐릭터로 구성된 분대를 지휘할 수 있다. 더 좋은 무기나 장비를 얻어 전투력을 강화시키면서 자기 분대를 성장시킬 수도 있다.

 

우주정복은 슈팅액션 장르를 기반으로 하면서 전략 시뮬레이션과 RPG 요소를 조금씩 버무렸다. 기왕이면 요즘 유행하는 RPG 장르로 만들지 다소 모호한 장르 게임을 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태훈 룰메이커 대표는 "스타트업의 특성을 감안한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요즘 모바일 게임들은 점차 대작화되고 초기 개발 투입 인력도 많아지는 추세"라고 소개하면서 "그러나 20여명이 안되는 신생 기업이 6개월이란 짧은 기간 안에 만들 수 있는 게임 장르는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결국 RPG가 아닌 슈팅액션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사실 김 대표의 전공은 RPG다. 김 대표는 웹젠모바일 대표 시절 웹젠의 온라인 장수게임 '뮤'를 이용해 '뮤 더 제네시스'란 모바일게임을 만들었다. 뮤는 국내 최초의 '3D MMORPG'란 타이틀을 갖고 있는 1세대 게임이다. 김 대표가 욕심을 부렸다면 룰메이커의 첫번째 도전작은 정통 RPG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이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한 대작 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자칫 무모할 수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판단이다. 그는 "개발진들도 RPG를 많이 다뤘고 저도 이 장르에 자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의도적으로 RPG를 피했다"고 말했다. 우주정복은 이처럼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성과물이다.  

▲ 룰메이커의 '우주정복'은 액션슈팅을 기반으로 하면서 스타크래프트 같은 전략 시뮬레이션과 역할수행게임(RPG) 장르 요소가 섞여 있는 모바일게임이다.

 

대신 마케팅에 힘을 싣기로 했다. 룰메이커는 신작 우주정복 출시와 함께 게이머 두명을 선발해 우주여행을 보내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에 거점을 두고 있는 우주여행 회사 '월드 뷰 엔터프라이즈(World View Enterprises)'의 우주여행 상품을 경품으로 내걸은 것이다. 이 우주여행은 거대한 캡슐에 사람을 싣고 헬륨 가스 풍선에 매달아 고도 약 30km까지 올렸다가 2시간 정도 우주에 머물다 지구로 돌아오는 것이다.

 

경비는 한명당 7만5000달러(한화 8200만원). 미국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미국 왕복 비행기 값이나 숙박비 등이 포함되면 한명당 1억원 정도 필요하다. 신생 업체가 벌이는 이벤트라 하기엔 규모가 크다. 우주정복이란 게임명에 걸맞게 우주란 키워드가 들어간 마케팅을 벌인다는 점이 무엇보다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룰메이커가 대단히 큰 기업은 아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우주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없기 때문에 사회 기여 차원에서 생각해낸 아이디어"라고 소개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 만큼이나 김 대표 이력 자체도 독특해 눈길을 모은다. 김 대표는 사회 생활을 방송사 PD로 시작해 우연한 기회에 게임 업계에 발을 들였다. 그는 서울대 사범대학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지난 1997년 EBS 교육방송 PD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즐겨 했던 김 대표는 인터넷 서비스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에 전공과 거리가 먼 검색포털사로 이직한다. 지난 2000년 NHN(지금의 네이버)으로 회사를 옮겨 한게임 게임퍼블리싱 팀장, NHN게임스 사업총괄 실장을 맡다가, 2008년 웹젠으로 넘어가 사업총괄 본부장을 거쳐 웹젠모바일 대표직까지 올랐다.

 

현재 룰메이커의 지분은 김 대표가 63%, 한주석 부대표가 17%를 각각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직원들(15%)과 초기 엔젤투자자(5%)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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