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넥스트 커머스]③신뢰·우정까지 쌓는 로봇

  • 2016.10.25(화) 17:19

말하는 인공지능 국내외 속속 출시
"커머스 적용 서비스 완성도 높여야"

이커머스 시장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방대한 양의 상품이 PC에서 모바일 장터를 옮겨 팔리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기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O2O(Online to Offline)는 물론이고 개인 맞춤형 추천 서비스, 챗봇과 대화하며 쇼핑하는 '컨버세이셔널 커머스' 등이 대표적이다. '넥스트 커머스' 시장을 살펴봤다. [편집자]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어이, 인공지능! 비 오는데 뭐하냐?"
"네. 와이퍼를 작동하겠습니다."
"배고프다. 근처에 먹을 데가 있나?"
"물론이죠. 화면에 보이는 곳 중 골라보세요. 버스에서 내릴 때는 우산 꼭 준비하시고요."


인공지능(AI)이 승객의 질문에 응답하는 자율주행 버스 '올리'(Olli)를 이용하면 구현 가능한 서비스 장면이다. 올리는 미국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을 탑재한 버스로, 로컬모터스가 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리는 차량에 설치된 30개 이상의 센서를 통해 수집된 방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운행 중 주변장소, 운행정보와 관련된 승객의 질의에 답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자율주행 버스 '올리'(Olli)



◇ 말하는 인공지능이 커머스와 결합

올리와 같은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는 더욱 다양한 영역에서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어 처리 기술은 고도화되고, 네트워크 속도가 5G를 향하고 있으며, 사물인터넷(IoT) 기기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다. 가령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의료, 법률 자문, 영어교육에도 말하는 인공지능을 접목할 수 있다. 해당 영역의 빅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다. 의학 논문을 계속 학습하는 인공지능은 사람보다 뛰어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서비스는 차세대 커머스 플랫폼으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음성은 문자보다 이용이 훨씬 간편해 차세대 사용자 환경(UI)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데다, B2C(기업 대 소비자 간 거래)는 물론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서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게 커머스이기 때문이다.

 

박일환 SK텔레콤 디바이스지원단장은 "음성 기반의 사용자 환경은 특별히 배우지 않고 말만 해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음성은 감성적이기 때문에 제품과 서비스가 사용자의 경험이 쌓이면 신뢰와 우정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자들은 각각 '어시스턴트'와 '알렉사' 등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를 빠르게 학습해 언어의 장벽도 쉽게 넘을 수 있어 국내 사업자에 위협적이다.

 

IBM에서 왓슨을 개발하고 있는 살림 루코스 박사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각국 언어별로 특화하고 현지화할 필요도 있지만, 각 언어의 능력은 비슷하다"며 "한국어 버전은 오는 11월 말부터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왓슨은 언어 학습을 할 때 외국어로 쓰인 특정 단어가 사람의 이름인지, 자동차 모델인지 맥락을 파악해 의미를 찾기도 한다는게 IBM 측의 설명이다.

국내 사업자들의 경우 SK텔레콤, 네이버 등이 음성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8월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 스피커인 '누구'(NUGU)를 출시했고, 네이버도 조만간 대화형 인공지능 플랫폼 '아미카'(AMICA)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들은 주유소 검색, 음식 주문, 쇼핑, 호텔 예약 등을 음성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계속해서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장기간 한국어 데이터를 수집하면서 관련 기술력을 쌓은 이들은 외국 사업자들이 한국어 인식 기술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음성인식 기반의 인공지능이 IoT,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과 결합되면 사용자에게 더욱 흥미로운 쇼핑 경험도 제공할 수 있다. 사용자가 안경 형태의 기기를 착용하고 대형마트에 가서 카트를 끌고 다닐 때 특정 캐릭터가 나타나 과거 쇼핑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 추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식이다. 이 경우 사업자는 상품 광고나, 캐릭터 상품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하면 이런 형태의 쇼핑을 할 수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 생태계 구축·서비스 고도화 '관건'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의 성패는 생태계 구축에 달렸다. 인터넷 검색 시장이 1위 사업자인 네이버로 갈수록 몰리는 것과 마찬가지로, 음성기반 서비스 또한 데이터를 더 많이 축적한 쪽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서비스들은 단순한 완성형 기기가 아니라 스스로 학습해 성장하는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와 연동돼 사용자의 이용 데이터가 많을수록 서비스가 고도화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까닭에 SK텔레콤은 전문가 그룹과 일반 사용자의 참여로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선하는 '누구나주식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특히 사용자의 다양한 의견을 매달 수렴해 서비스 개선에 반영할 계획이다. 또 내년 상반기에는 누구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하는 등 다양한 사업자들이 이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네이버의 경우도 삼성전자, SPC, 배달의 민족, 야놀자 등 다양한 영역의 사업자들과 협업해 아미카를 적용토록 하고 있다.

다만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도 한계는 있다. 소음 환경에서의 음성인식, 결제·음성대화 내용 등 개인정보에 대한 보안유지, 원활한 데이터 송수신 등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용자들이 어떤 데이터가 수집돼 얼마나 오래 저장되고 이용되는지 알도록 하는 등 신경을 써야 한다"며 "특히 사용자들은 서비스 완성도가 90%, 80%라고 얘기하기보다는 '있다 없다' 둘 중 하나로 얘기하므로 기대치를 넘는 완성도를 보여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리즈끝]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