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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IoT가 아파트 건설현장에…

  • 2016.10.27(목) 11:27

SK텔레콤·대우건설, '스마트 건설 솔루션' 구축
"건설현장 안전·업무 효율성 높일 것"

 

▲ 위례신도시의 우남역 푸르지오 아파트 건설현장에 각종 안전사고 예방 문구가 걸려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스마트 안전 태그(tag)를 목에 거는 순간 여러분이 어디 숨어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버튼은 누르지 마세요. 사이렌 울립니다."

지난 26일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위례신도시의 우남역 푸르지오 아파트 건설현장.

 

"안전모 꼭 착용하세요. 안전모가 건설현장 입장 티켓입니다." 뚝딱뚝딱 건설자재를 다듬는 소리를 들으며 안전모를 착용하고, 건설 중인 아파트를 올려다봤다. 대형 크레인이 나르는 철근이 하늘을 좌우로 휘저으며 날아다니고 있다. 난간 없는 계단에서 발을 헛디딜까 조심하며 603동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어두컴컴한 회색 콘크리트 벽 곳곳에 '위험·추락·감전주의' 등 경고 문구가 가득했다. 여기까지는 흔한 아파트 건설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위례신도시의 우남역 푸르지오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김동훈 기자]

 

"SK텔레콤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건설 현장에 종합 안전 솔루션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해 건설 재해 제로화에 도전합니다."

건설현장이 확 바뀐다. SK텔레콤은 이날 IoT로 건설 현장 사고를 방지하는 '스마트 건설 솔루션'을 대우건설과 함께 위례신도시 푸르지오 건설 현장에 구축하고 시연 행사를 열었다.

스마트 건설은 IoT 네트워크와 IoT 플랫폼인 씽플러그(ThingPlug)를 기반으로 지능형 CCTV, 가스 센서, 진동 센서, 화재 감지 센서 등을 설치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위험상황을 감지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출입증이나 손목 밴드형 스마트 태그(Tag)를 착용하면 현장 관리자들이 실시간으로 작업 위치와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근로자가 스마트 태그에 있는 버튼을 2초 이상 누르면 건설현장에 사이렌이 울려 위급 상황을 상황실에 알릴 수도 있는 쌍방향 연락망인 셈이다.

 

▲ 위례신도시의 우남역 푸르지오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스마트 건설 솔루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작업자 현황. [사진=김동훈 기자]


실제 사례를 보면, 통상 건설현장은 작업을 시작하고 마칠 때 모든 근로자가 모여 인원체크를 하는데, 스마트 밴드를 착용하면 이런 과정이 빠르게 끝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스마트 건설 시스템을 적용하면 인원체크를 할 때 들어가는 시간을 30분이나 줄일 수 있어 공정기간 단축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실제로 작업자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PC 모니터와 태블릿PC, 스마트폰을 보면, 우남역 푸르지오 건설현장에는 이날 480명이 작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247명이 실제 어느 구역에서 작업중이라는 정보를 볼 수 있었다. 회선당 월 350원이어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운용할 수 있다.

 

▲ 스마트 건설 솔루션이 구동되는 태블릿PC에서 화재 감지 알람이 확인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특히 이 스마트 태그는 추락사고 위험이 있는 지역에 작업 허가가 되지 않은 근로자가 접근할 경우, 현장 안전 관리자에게 3차원 현장 지도와 경고 사이렌을 통해 알려주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을 주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실시간으로 작업자들의 위치와 대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더욱 요긴하다는 설명이다. 향후 근로자의 상하 공간이동을 감지하는 기능을 추가해 추락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는 시스템도 갖출 예정이다.

가스 누출로 인한 인명사고 가능성이 있는 밀폐 공간이나 지하 공간에 설치된 센서도 안전사고 예방역할을 톡톡히 했다. 용접작업을 하면 공기보다 무거운 아르곤가스가 산소를 위로 밀어내고 아래쪽부터 쌓이기 때문에 장시간 작업하는 근로자가 질식사 위험에 노출된다. 이날 한 근로자가 밀폐된 공간에서 용접 작업을 하자 휴대형 가스 측정기가 아르곤가스, 산소 농도의 이상 징후를 실시간으로 포착했고, 사이렌이 울렸다. 사이렌 소리를 들은 인근 작업자들이 달려가 쓰러진 근로자를 구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근처 화재 감시 CCTV는 불꽃과 연기를 감지해 화재에 대한 조기 경보도 해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근로자는 작업하면서 가스 누출이나 산소 농도가 떨어진 게 어느 정도로 위험한지 바로 파악하기 어렵지만, 센서는 경고·위험·구조 필요 등의 단계별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 신속한 대응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 한 근로자가 용접작업을 준비하고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콘크리트가 단단해지는 과정에서 부실이 발생하거나 무거운 건축자재의 하중을 이기지 못해 구조물이 무너지는 사고도 센서를 통해 예방할 수 있다. 건물 기둥에 부착된 무선 진동 센서를 두드려보니, 일정 규모 이상의 충격을 감지하는 PC 모니터에 곧바로 해당 정보가 전달됐다.

 

콘크리트 구조물에 설치한 온습도계에 탈부착 가능한 이 센서를 가져다 놓기만 하면 콘크리트가 어느 정도 굳어지고 있는지도 실시간으로 확인해 품질과 안전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무선 진동 센서는 건축 이후에도 초고층 빌딩, 초장 대교 등에도 설치할 수 있다"며 "최근 지진 등 환경 재난에 대비해 내진 측정 분석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둥 상단에 부착된 진동 감지 센서가 작동, 해당 정보가 모니터로 전달되고 있다.[사진=김동훈 기자]


이와 함께 건설 현장 곳곳에 설치된 지능형 영상분석 시스템 'T뷰'는 도난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T뷰는 별도의 저장장치 없이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영상 저장, 분석, 관리가 가능해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스마트 기기에 앱만 설치하면 인원체크와 안전사고 예방과 관리는 물론이고, 작업 관리자가 건설현장을 이동하면서도 도면 관리, 공정 기록, 검측 보고서와 같은 기록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이런 스마트 건설 솔루션을 적용하면 기존 유선 계측기를 무선 IoT로 대체해 비용을 절감하고, 보다 많은 수량의 센서와 계측기를 구축할 수 있어 건설현장의 안전도와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무선 네트워크를 이용한 클라우드 기반의 도면관리 시스템과 드론을 활용한 시공단계별 3D 모델링을 이용하면 시공물량 파악과 공정관리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스마트 솔루션은 중국이 추격하는 글로벌 건설현장에서 하나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CCTC 영상을 통해 작업 장면이 실시간 모니터링되는 장면.[사진=김동훈 기자]


다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불편할 수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작업장을 비우고 담배를 태우거나 화장실에 갈 때 위치정보가 실시간으로 관리자에게 알려지기 때문이다. 임시 근로자가 많은 건설현장 특성상 스마트 태그에 인적 정보를 입력하는 작업이 오히려 불편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늘어나는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근로자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대우건설 관계자는 강조했다.

 

안전보건공단의 '시공능력 상위 30대 건설사 산재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2년부터 올해 6월까지 공사 현장에서 327명이 산재사고로 사망했고, 4211명이 부상했다. 올해만 해도 8월 말 기준 건설업 전체 사고 사망자수는 316명으로 전년보다 21명이나 증가했다.

 

내년부터 양사는 대우건설의 국내외 주요 건설현장에 스마트 건설 솔루션을 확대할 계획이다. 권송 SK텔레콤 IoT솔루션부문장은 "향후 국내외 건설현장과 각종 산업 현장에 다양한 융합 안전 서비스를 확산하고, 정부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스마트 건설 솔루션을 표준모델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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