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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N 비즈전략]下 적자뚫는 생존노하우는…

  • 2017.07.24(월) 11:10

모바일 동영상 광고 시장 '쑥쑥'
안정적 수익모델 챙기고 글로벌로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동영상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연예인 못지않게 큰돈을 버는 세상이다. 이들을 관리하는 국내 MCN(Multi Channel Network·멀티채널네트워크) 사업자들이 탄생한지도 4년이 흘렀다. MCN 국내시장 규모는 2000억~3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가 급증하면서 벌써 레드오션이 되고 있다. 수익성도 MCN 시작 당시와 마찬가지로 의문 부호가 붙는다. 이들의 현황을 진단하고 활로를 모색해본다. [편집자]

 

 

국내 MCN 사업자들이 적자를 거듭하면서도 투자를 확대하는 까닭은 시장 전망이 그만큼 밝기 때문이다. 지속 투자하고 콘텐츠를 쌓아 버티고 또 버티면 적자생존 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전 세계 동영상 광고시장 규모는 올해 256억200만달러(28조7000억원)이며 연평균 15.4% 성장해 오는 2021년 454억7000만달러(51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의 경우도 같은 기간 2억100만달러(2200억원) 수준에서 17.7% 성장해 3억8700만달러(4300억원)로 치솟을 전망이다.

다만 전략은 각양각색이다.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광고 ▲별풍선(아프리카TV 사용자들이 주는 현금성 선물) ▲PPL, 네이티브 광고 ▲커머스(전자상거래) ▲ 캐릭터 상품 등 MCN의 수익 모델별로 특화하는 사업자가 있고, 모두 다 하는 사업자도 있다.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는 곳도 물론 존재한다.

◇ 안정적인 수익성부터 챙긴다


최근 MCN 업계의 스타로 떠오른 글랜스TV의 경우 '브랜디드 광고'에 집중하고 있다. 광고주가 원하고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양질의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모델이다.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네이버,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에 올리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광고주와 협업해 동영상을 만드는 게 주력이다. 광고주와 장기 계약 관계를 맺으면 안정적 수익 창출이 가능해서다.

 

광고주와 협업하지 않은 동영상은 그 자체로 자산이 된다. 인기를 끈 동영상 시리즈에 기업의 간접광고(PPL) 요청도 들어올 수 있다. 크리에이터와 동영상 광고 수익을 배분할 일도 없다.

박성조 글랜스TV 대표는 "작년 브랜디드 콘텐츠(네이티브 광고형) 비중이 전체의 25%에 불과했고 오리지널 콘텐츠가 75%였으나 올해는 브랜디드가 75%로 올라갈 것"이라며 "브랜디드 콘텐츠의 수익성이 훨씬 높아 손익분기점(BEP)을 소폭 넘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존 TV 광고 대신에 모바일 동영상 플랫폼이나 자체 플랫폼을 갖춰 브랜드 광고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어 시장 전망도 밝다.

 

이 회사도 광고주가 원하는 품질의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 인력을 기존 20명에서 40명으로 확대하고 방송 장비와 스튜디오 등에 대한 투자 때문에 많은 이익이 발생하진 않았다. 수익으로 연결하려면 광고주의 손길이 닿아야 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런 투자 덕분에 광고주들과 장기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항공, 레드불과 연간 계약을 체결하는 등 장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며 "양질의 콘텐츠를 700개 이상 쌓는 투자를 하다 보니 광고주들의 좋은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글랜스TV가 제작한 영상들이다. [자료=글랜스TV]

 

◇ 지식재산권(IP)이 답이다


캐리소프트는 대표 크리에이터 '캐리'의 이탈로 MCN 업계를 술렁이게 했던 회사다. 시청자 입장에서 캐리가 곧 캐리소프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비결은 크리에이터의 캐릭터화다. 크리에이터가 이탈해도 캐릭터는 남기 때문이다. 캐리소프트는 캐릭터를 활용한 주스나 요구르트, 볶음밥, 장난감, 인형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이 회사 매출액 중 유튜브 광고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0% 미만일 것으로 예상된다. 덕분에 최근에도 IBK기업은행과 엘엑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50억원을 추가 투자 유치했다.

 

박창신 캐리소프트 대표는 "과거에 캐릭터 사업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서 TV에 방영하면 캐릭터가 널리 알려져 사업할 수 있었는데 비용이 어마어마했다"며 "그러나 MCN을 통해 크리에이터가 인기를 끌고 캐릭터 사업을 하는 지름길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캐리소프트는 캐릭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도 추진한다. 중국과 동남아 지역이 주된 타깃이다. 이 회사 콘텐츠의 세계관과 성격이 동양적이라는 이유에서 자신감이 있다.

 

그는 "네이버나 유튜브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만으로 사업을 했다면 점점 어려워졌을 것"이라며 "유튜브를 보면 광고가 늘어나는 속도보다 콘텐츠가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빠른 레드오션이 되고 있어 콘텐츠 한 편당 광고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캐리소프트의 캐릭터들. [자료=캐리소프트]

 

◇ 규모 키우고 글로벌로

 

크리에이터의 양적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모델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CJ E&M의 다이아(DIA) TV다.  이 회사는 현재 1200개 크리에이터 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연내 2000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100만 구독자를 확보한 대형 크리에이터 한 명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새싹을 많이 키워 함께 성장하려는 모델이다. 

 

수익 구조는 독특하다. 상위 크리에이터의 수익을 CJ E&M이 일부 챙기고 나머지는 다른 크리에이터 지원을 하는 식이다. 현재 10만 구독자 이상인 크리에이터가 200팀에 달한다. 국내 시장은 한계가 있으므로 글로벌 시장을 지향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비중을 기존 25%에서 30%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K뷰티와 키즈 콘텐츠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능성이 있다"며 "키즈 콘텐츠는 언어장벽이 상대적으로 작고 한류 콘텐츠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레져헌터와 레페리, 메이크어스도 마찬가지다. 동영상 광고 수익도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에만 집중하는 형태로는 규모를 키우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송재룡 트레져헌터 대표는 "기존에 투자한 것이 성숙되면 내년부터 흑자가 날 것"이라며 "광고나 크리에이터 에이전시 형태 사업만 해선 규모를 키우기 힘들다는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투자하고 해외로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최인석 레페리 대표는 "작년에는 중국 지사 설립 등 인프라 투자가 많았으나 올해부터는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디지털 마케팅과 커머스 영역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이크어스는 올해 광고 영업을 강화해 실적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매출원가의 60%에 달하는 인건비 등 제작비용을 줄이기 어렵지만 매출을 높여 극복한다는 얘기다. 

 

우상범 메이크어스 대표는 "올해는 연결 기준 매출액 400억원과 함께 흑자를 달성할 목표"라며 "지난해는 영업조직 없이 미디어 영향력을 확대했다면 올해는 브랜디드 콘텐츠와 동영상 플랫폼 광고 영역에서 매출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푸드 레시피를 제품화하는 등 사업 영역을 더욱 넓힐 방침이다. 그는 "페이스북 미드롤(동영상 재생 중간에 광고가 들어가는 것)을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초 시작하면 수익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중국에서 진행된 커머스 사업 사례. [사진=씨메이트]

 

◇ 다른 수익모델은

 

홈쇼핑을 모바일로 옮기는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커머스 영역이 MCN의 미래라는 전망도 있다.

 

중국의 경우 커머스 시장이 활발하다. 타오바오 같은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왕홍(중국판 인기 BJ 또는 크리에이터)이 강력한 마케팅 파워를 발휘하면서 '왕홍 경제'라는 말까지 나왔다. 파피장이라는 왕홍이 화장품 브랜드 릴리 앤드 뷰티의 상품 판매를 인터넷 생방송에서 진행하며 17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린 사례가 유명하다. 

 

그러나 이를 꺼리는 목소리도 있다. 박창신 캐리소프트 대표는 "동영상을 통해 물건을 파는 건 콘텐츠 질을 훼손할 수 있어 지양하고 있다"고 했다.


샌드박스 네트워크는 광고와 캐릭터 부문 수익 모델을 병행한다. 커머스 영역은 현재 10대에 집중된 시청자들이 성장해 구매력 있는 세대가 되면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필성 샌드박스 네트워크 대표는 "앞으로 크리에이터에 연예인 못지않은 인지도가 생기면 광고 모델 활동은 물론 영화를 만들어서 넷플릭스에 납품하는 식의 사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리에이터 이탈 관련 리스크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MCN도 연예계와 비슷하다"며 "우리와 함께 할 때의 가치가 나갈 때보다 많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한 크리에이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대형 기업이 MCN 사업자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MCN 시장이 굴러간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2014년 디즈니가 메이커 스튜디오를 6억7500만달러(약 7500억원)에 인수한 것이다. 워너브라더스도 게임 전문 MCN 머시니마를 인수했다. 인수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1억달러(약 11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자금이 유입돼 성장 동력을 얻는다는 얘기다.

 

대기업이 직접 뛰어들지만 투자 규모가 외국 사업자 대비 미미하고, 작은 MCN 스타트업(신생 벤처) 기업들이 벤처캐피탈(VC) 투자를 받아 운영하는 까닭에 당장의 수익성을 놓고 고민하는 국내 사정과 다소 다르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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