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조 글랜스TV 대표. |
박성조 글랜스TV 대표(MCN협회 부회장)는 최근 2년 사이 국내 MCN(Multi Channel Network·멀티채널네트워크) 시장에서 가장 핫한 사업가다. 업계 단체인 MCN협회나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여는 온갖 세미나에서 기조 연설자 자리를 거의 독차지하며 '입으로'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해온 것도 있지만,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브랜디드 콘텐츠'(광고처럼 보이지 않은 동영상 광고 콘텐츠)라는 개념을 널리 알리면서 카파, 레드불, 제주항공,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수많은 국내외 브랜드와 1200편 이상의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성공 가능성을 성과로 증명해왔기 때문이다.
유튜브와 같은 모바일 플랫폼이 동영상 유통의 대세인 상황에서 버스·커피숍 등에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옥외 광고) 시장으로 시선을 돌려 색다른 플랫폼 전략을 추진하고있는 점도 주목된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글랜스TV 사옥에서 박성조 대표를 만나 그간 사업 성과와 향후 계획을 들었다. 박 대표는 "브랜디드 콘텐츠의 핵심은 진정성"이라며 "서울버스 6400대를 통해 매일 500만명에게 맞춤형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을 벌여 우버형 공유경제 비즈니스모델로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콘텐츠 유통 플랫폼 '다각화'
박성조 대표는 2015년 10월 글랜스TV를 창업했다. 기존 미디어의 아날로그 역량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주로 하면서 지금의 사업 모델을 구상하게 됐다.
"첫 직장은 신문사였어요. 그곳에서 IT 사업을 담당했고, 이후 케이블방송채널에서 방송기획을 했죠. 주요 방송사들의 아날로그 영상 콘텐츠를 디지털화하는 사업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여 글랜스TV 사업 모델에 대한 인사이트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박 대표는 글랜스TV 창업 이후 다양한 브랜드와 협력해 패션, 뷰티, 여행, 라이프스타일, 엔터테인먼트 분야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을 다각화한 점이 눈길을 끈다.
네이버,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 유통하는 한편 SK브로드밴드, CJ헬로 등 유료방송사업자와 제휴를 맺고 VOD 서비스도 제공했다. 네이버TV의 경우 30개에 달하는 채널을 개설해 SM·YG·JYP 등 대형 연예기획사와 콜라보레이션 형태의 영상들을 선보여 누적 조회수 1000만건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글랜스TV는 영상 콘텐츠가 파고들 수 있는 영역을 오프라인에서도 발견, MCN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글랜스TV는 버스, 커피숍, 뷰티샵 등 오프라인 플랫폼의 디지털 사이니지에 집중 진입했다.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전면 경쟁에 나서기보단 상대적으로 관심이 줄어든 오프라인 광고 플랫폼을 디지털화하는데 주목한 것이다. 오프라인 전단 시장을 온라인으로 끌고 들어가 성공한 앱 '배달의민족'과 유사한 전략이다.
동영상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수익 기반이 흔들릴 위험도 줄인 전략이기도 하다. 페이스북이 광고 정책을 바꾸면 해당 플랫폼에서 동영상을 유통하는 회사들은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많은 콘텐츠 사업자들이 온라인 플랫폼에 진입했으나 모바일 시대에서 특정 콘텐츠가 사용자에게 발견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며 "오프라인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저희 콘텐츠가 훨씬 더 잘 발견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 글랜스TV 사업 모델 [자료=글랜스TV] |
◇ "콘텐츠로 말하라"
박 대표가 내세운 브랜디드 콘텐츠는 한동안 MCN 업계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각인됐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와 이들을 관리하는 MCN 사업자들은 유튜브 광고 수익이나 PPL(간접광고)에 수익 모델을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글랜스TV는 브랜디드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웠고 대부분 MCN 사업자들이 적자를 거듭하는 상황에서도 수익성과 콘텐츠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를 보였다.
물론 글랜스TV는 브랜디드 콘텐츠에서 매출의 90%가량이 발생, 부정적인 시선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MCN=브랜디드 콘텐츠'라는 인식이 지나치게 확산될 경우 전체 MCN 콘텐츠의 진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가령 유튜브에 보이는 영상들이 광고라고 인식된다면 시청자의 반감이 작용하고 광고 효과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 대표는 그러나 "브랜드나 광고대행사가 영상을 만들어 자사 기업철학을 소개하면 단순 광고로 해석되는 등 진정성을 의심받기 때문에 공신력 있는 화자를 통해 소비자 접점을 찾으려 한다"며 "글랜스TV는 이런 수요에 주목한 미디어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글랜스TV는 진정성을 어떻게 확보했을까. 글랜스TV는 기업을 처음부터 고객사로만 보지 않는다고 한다.
박 대표는 "우선은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영업에 대한 얘기를 가급적 하지 않는다"며 "일정한 '톤앤매너'(동영상 콘텐츠에서 브랜드 노출 수준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고 콘텐츠 발행 비용도 안 받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랜드 내부에서 자사 콘텐츠에 대한 컨센서스가 형성될 때까지 충분히 기다렸다.
제주항공과 1년씩 두 번 계약해 60편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든 게 대표적 사례다. 소비자들이 광고라고 인식하지 않을 정도의 콘텐츠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되면 다른 회사들도 "어떤 회사길래 멋진 영상을 만들고 장기 계약까지 한 거냐"며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난다는 얘기다.
▲ 글랜스TV가 제작한 동영상 콘텐츠 |
◇ 플랫폼 사업자 꿈꾸는 콘텐츠 기업
글랜스TV의 콘텐츠는 얍TV와의 제휴로 서울버스 6400대 정도에서 시청할 수 있다.
하루 500만명에 달하는 서울버스 승객을 상대로 브랜디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는 규모인데, 이런 점을 내세워 플랫폼 기업으로서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
박 대표는 "브랜디드 콘텐츠를 시간과 장소·상황 등 버스 승객의 시청 환경에 맞게 송출하는 플랫폼 '브릿지'를 곰앤컴퍼니 자회사 플랫브레드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서울시가 제공하는 공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버스에 몇명이 탔는지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기술이다. 내년 3월 상용화되는 5G 시대가 되면 실시간 퀴즈쇼 등 더욱 다양한 서비스도 가능할 전망이다.
더 나아가 이런 브랜디드 콘텐츠와 디지털 사이니지 같은 플랫폼을 더욱 고도화하면 매장 내 TV 등을 보유한 음식점 주인도 광고를 유치해 돈을 벌 수 있게 될 것으로 박 대표는 기대했다.
자신이 가진 차량이나 집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우버·에어비앤비와 유사한 공유경제형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글랜스TV는 콘텐츠 기업이자 페이스북과 같은 광고 플랫폼 사업자가 될 수 있다.
박성조 대표는 "(현재는 개인정보 관련 규제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버스 내부의 CCTV를 활용하면 안면 인식 기능을 통해 나이, 성별, 심지어는 표정을 통해 기분까지 구별할 수 있어 더욱 정확한 타깃 광고도 가능할 전망"이라며 "미디어 산업에는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같은 모델이 없었는데, 연간 3조원 이상(한국지방재정공제회 2017 옥외광고통계)으로 평가되는 옥외 광고시장을 디지털화하면 이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