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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MCN산업 지속성장하려면…

  • 2018.03.12(월) 17:18

다른 사업과의 연결성 고민해야

 

"2016년 MCN협회 창립 총회에서 MCN 시장을 1조원 규모로 만들겠다고 생각없이, 철없이 얘기했는데요…"

 

지난 7일 한국MCN협회 창립 2주년 총회 및 봄 정기 세미나에 참석한 이성학 MCN협회장(CJ E&M 방송사업총괄)의 공식 발언 중 눈길을 끈 대목입니다.

 

'생각 없이, 철없이'란 표현이 놀라웠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 MCN 산업의 빛과 그림자

 

MCN이라는 신 산업을 대표하는 인사 중 한 명이 이 정도로 자조적인 표현을 한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만큼 솔직하게 MCN 산업에 대한 애정과 고민을 동시에 드러낸 것이 아닐까 합니다.

 

또 대도서관, 캐리, 양띵 등 스타 크리에이터의 탄생과 트레져헌터, 메이크어스, 레페리 등 MCN(멀티채널네트워크) 기업들의 투자 유치, CJ E&M(다이아TV)과 같은 대기업의 활발한 진출 등으로 지난 2~3년 간 눈길을 끌었던 MCN 시장이 최근엔 예전만 못한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는 얘길 이 한마디로 정리한 게 아닌가 합니다.


실제로 MCN 업계는 작년 초부터 그림자가 부각되기 시작했는데요. 국내 대표적 MCN 사업자인 트레져헌터도 2016년 매출액은 약 55억원으로 전년보다 52% 성장했으나 영업손실이 84%나 늘었죠.

 

MCN이 '핫'하다는 소식에 사업자, 크리에이터가 속속 뛰어들었으나 그 누구도 사업을 대규모로 키우지 못하고 있는데다 시장 참여자가 급증한 탓에 점점 레드오션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 입니다.

 

올초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발표한 'MCN 브랜디드 콘텐츠의 광고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6년 말 기준 국내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는 1만명에 달하는데, 연간 1억원 이상 벌어들이는 사람은 1%인 100명 정도라고 합니다.

 

크리에이터 혼자 출연, 촬영, 편집 등을 모두 하지 않는 이상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형편이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국내에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국외로 나가야 하는데 여의치 않았죠. 특히 기회의 땅이라 불리던 중국 시장에선 사드 여파로 상처를 남기고 대부분 후퇴한 상태입니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통한 수익도 따지고 보면 남는 게 많지 않습니다.

 

유튜브 광고 수익은 대략 45(유튜브) 대 55(크리에이터)로 나누는데, 여기에 MCN 사업자가 끼어 있으면 크리에이터의 수익이 더욱 떨어집니다. MCN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유튜브·크리에이터 사이에서 조금 남는 수익을 챙겨선 사업이라 말하기 어렵고요. 

 

 

◇ MCN, 브랜디드 콘텐츠가 답?

 

이런 까닭에 언제부턴가 MCN협회는 MCN 사업자들의 수익 모델을 놓고 다양한 해법을 제시해왔는데요.  

 

올해는 브랜디드 콘텐츠와 사업 다각화가 제시됐습니다. 선정된 주제들은 작년 MCN협회가 개최한 세미나, 포럼 등에서 이미 등장한 적이 있는 것입니다. 뾰족한 해법은 아직 없다고도 볼 수 있고, 여기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강조점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날 세미나에선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브랜디드 콘텐츠를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최 교수는 앞서 언급된  'MCN 브랜디드 콘텐츠의 광고효과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습니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쉽게 말해 '광고인데 광고처럼 안 보이는 동영상'을 말합니다. 기업과 협력해 영상을 만드는 방식으로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는 수익 모델로 통합니다.

 

MCN 사업자 가운데 브랜디드 콘텐츠의 대표적 주자는 글랜스TV입니다. 이 회사는 작년 브랜디드 콘텐츠에서 성과를 보이면서 MCN협회 등이 주최하는 행사에서 브랜디드 콘텐츠의 가능성을 꾸준히 제시한 바 있습니다.

 

광고도 재미가 있고 정보까지 제공한다면 일반 사용자들이 거부감 없이 즐기는 동영상 콘텐츠가 될 수 있고, 하나의 뉴미디어 트렌드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최 교수는 "뷰티 제품의 경우 처음에 어떤 제품을 사는지가 중요한데, 요즘엔 크리에이터가 추천하는 상품부터 시작하는 어린 학생들이 많다"며 브랜디드 콘텐츠의 영향력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광고처럼 안 보이는 영상을 기업을 대신해 만들어주는 의미의 브랜디드 콘텐츠가 곧 MCN의 정체성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MCN협회가 정의한 MCN은 여전히 '1인 미디어 동영상 생태계를 중심으로 크리에이터를 관리·육성하는 네트워크 비즈니스'라는 점에서 보면 그렇습니다.

 

가령 MCN 사업자를 표방하는 사업자가 아니라 일반 광고 대행사나 외주 제작사가 이런 브랜디드 콘텐츠를 만들어도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다루는 1인 미디어가 핵심이라는 MCN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애매하지 않나요.

어쨌든 최 교수는 MCN 사업자들에게 유튜브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할 것을 조언하면서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AI) 스피커 등 다른 기술, 디바이스(기기) 활용법도 연구해볼 것도 제안했습니다.

 


◇ MCN, 콘텐츠만 생각해선 안돼

 

세미나에서 바통을 이어받은 임성희 아이리버 동영상 그룹장(상무)는 SM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성공기를 소개하면서 MCN 사업자들이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을 배우고 사업 다각화, 글로벌 진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무리한 주문 같지만, SM엔터도 현재의 MCN 사업자들만큼이나 소규모일 때 사업 다각화와 함께 글로벌 진출을 꿈꿨다는 것이죠.

 

임 상무는 "SM엔터가 성장한 비결은 인기 아이돌 HOT만 띄워서 된 게 아니라 MC, 탤런트, 스포츠 스타 등 다양한 아티스트를 키우면서 리테일, 노래방, 인공지능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글로벌 확장을 꾸준히 시도했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사업을 잘 하는지는 다른 문제이고 다양한 사업과 내 콘텐츠가 어떻게 연결될 것이라는 미래 시각을 갖고 역량을 키워야 진정한 의미의 기업화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에 MCN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떻게 좋은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였는데, '어떻게 콘텐츠를 다른 사업과 연결해 돈을 벌 것인가'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돈만 목표가 되어선 곤란하겠지만, 돈을 벌면 양질의 콘텐츠 제작과 사업 확대에 도움이 되겠지요. 올해 MCN 사업자들은 어떤 영역에 집중하게 될까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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