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신약을 사람과 반려동물 대상으로 동시 개발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동물의약품은 조기 상업화를 통한 매출 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HK이노엔, 반려동물 아토피치료제 3상 승인
HK이노엔은 반려동물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IN-115314'가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3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고 전날(28일) 밝혔다.
IN-115314는 세포 내 신호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야누스 키나제-1(Janus Kinase-1, JAK-1)'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의 신약 물질이다. HK이노엔은 해당 물질을 사람(연고제)과 반려동물(경구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동시 개발 중이다. 사람 대상 아토피치료제는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바 있다.
이번 3상 승인에 따라 HK이노엔은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반려견을 대상으로 IN-115314를 경구투여해 소양증과 피부병변 개선효과 및 안전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이 임상에는 국내 10여 개 동물병원이 참여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이 관련 시장에 성공 사례를 만든 것과 같이 반려동물 의약품 분야에서는 IN-115314가 새로운 신화를 만들 차세대 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반려동물 치료제 동시개발 이유는
사람 대상 의약품을 반려동물로 확장하게 되면 두 개의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반려동물 시장은 고가 의약품도 수용 가능한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람 대상 임상은 장기간이 소요되고 실패 가능성이 큰 반면 반려 동물약은 임상 및 승인 절차가 비교적 간단해 빠르게 출시 가능하다. 일부 조건이 맞으면 3상 만으로도 허가가 가능해 빠르면 1~2년내에도 상업화가 가능하다.
엔솔바이오사이언스는 골관절염 치료제 'E1K(엔게디 1000)'를 사람 대상 골관절염 치료제로 개발하면서 동물 대상으로 확장했다. 합성 펩타이드 물질인 E1K는 관절 연골 조직의 퇴행화를 촉진시키는 단백질인 TGF-β1의 신호전달경로를 조절해 관절 연골 퇴행화를 막고 통증 경감 효과를 나타낸다.
E1K는 동물 골관절염 치료제로 2020년 허가를 받아 '조인트벡스'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사람 골관절염 치료제는 임상 2상을 마치고 국내 3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세포치료제 개발기업 박셀바이오는 지난해 8월 반려견 전용 면역항암제 '박스루킨-15'를 허가 받았다. 이 약물은 반려견 백혈구에서 발현되는 인터루킨-15를 유전자 재조합한 것으로, 반려견 유선종양 수술 후 면역보조제로 사용 승인을 받았다. 파트너사인 유한양행은 박스루킨-15를 전국 동물의약품 대리점을 통해 유통하고 있다.
한 바이오기업 대표는 "최근 매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동물의약품 진출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다만 '핵심 사업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사람 대상 신약 개발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아니냐'고 비판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