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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버스·직방·T맵이 쓴 공공데이터 활용도는…

  • 2017.09.17(일) 15:39

교통‧부동산‧상권 등 생활 속 정보 집합체
공공‧민간 등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

 

당신이 만년 꼴찌 야구팀의 단장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설상가상 구단의 재정까지 악화된 상태입니다. 실력 있는 선수들을 영입해 팀의 성적을 끌어올리고 싶어도 재정 여력이 없습니다. 단장인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팀을 이끌 것인가요. 

같은 처지에 놓인 영화 머니볼 주인공 빌리(브래드 피트)는 팀을 살리기 위해 경제학자를 영입합니다. 야구팀에 웬 경제학자냐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의 실험은 꽤 성공적이었습니다. 보통은 자신의 경험과 직관을 토대로 선수의 실력을 판단했지만 빌리는 출루율과 장타율이라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저평가된 선수를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영입한 것이죠. 오로지 통계와 수학에 기반한 데이터만으로 만년 꼴찌였던 팀 성적을 끌어 올렸습니다.

빌리가 활용한 '데이터(data)'는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깊숙이 박혀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관심 있는 상품을 구경한 뒤 뉴스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좀 전에 봤던 상품이 떡하니 광고로 떠있는 모습 자주 경험하셨을 겁니다. 자신이 눌렀던 사이트, 이동 경로 자체가 발자취로 남아 하나의 데이터가 된 것이죠.

공공기관은 공적업무를 통해 사람들의 발자취(데이터)를 모으게 됩니다. 구청을 방문한 A라는 사람의 데이터와 버스를 이용하는 B라는 사람의 데이터를 하나하나 모아 '공공데이터(public information)'를 만들게 되는 것이죠. 공공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야구인들이 경험과 직관으로 선수를 뽑아온 것처럼 이 시간에는 사람이 많을 거라는 추상적인 우리의 생각을 구체화시켜 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이런 상상이 가능합니다. 도로교통공사가 실시간으로 수집한 교통사고 정보를 바탕으로 편리한 교통정보 어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습니다.

평소엔 별로 사람이 없는 한 지하철역에 달리던 버스에서 사고가 나 버스 승객들이 갑자기 지하철을 이용하게 됐다고 가정합시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이 시간에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사람은 갑작스럽게 몰린 인파로 인해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사고 때문에 지하철역에 사람이 몰렸다는 정보를 바로 받는다면 이용시간대를 바꾸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유연한 대처가 가능합니다. 경험에 의해 막연히 추측하는 것보단 훨씬 더 생활이 편리해 질 수 있는 겁니다.


한국에서 공공데이터가 처음으로 화제가 된 건 2009년입니다. 당시 한 고등학생이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버스 정류장이 아닌 어떤 장소에서든 버스 시간을 조회할 수 있는 서울버스 앱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던 경기도가 저작권과 위치정보 침해를 주장하며 서비스를 중단시켰죠. 그럼에도 이미 서울버스 앱의 편리함을 경험한 많은 이용자들의 항의로 서비스가 재개됩니다. 공공데이터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사건이었습니다.

정부는 이후 공공데이터 활용 촉진을 위해 지난 2013년 공공데이터법을 시행합니다. 공공데이터 포털(www.data.go.kr)에 들어가면 국민 누구나 파일데이터, 오픈API, 시각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공공기관이 축적해 온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 공공데이터 포탈에서 활용가능한 데이터 종류 [자료=공공데이터 포탈 갈무리]
 

공공데이터 포털에 공개된 국내외 실제 활용사례는 1539건에 달합니다. 그 중에 여러분이 한 번쯤 들어보셨음 직한 것도 있습니다. 직방이라는 앱 아시나요. 원룸, 오피스텔, 아파트 등 부동산 정보를 한 곳에 모은 누적다운로드 수 2000만 건을 돌파한 국민 부동산 앱입니다.

이 직방은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전형적인 성공모델입니다. 국토교통부의 아파트매매 실거래 자료, 전월세 자료, 공동주택관리비 정보, 한국감정원의 실거래가격지수 통계조회 서비스 등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부동산의 시세와 정보 등을 제공합니다.

1000만명이 넘게 사용하는 SK텔레콤의 모바일 내비게이션 '티맵(T map)'도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에 공공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경찰청이 모은 교통CCTV영상정보, 도로교통공간의 사망교통사고정보, 한국도로공사의 재난교통사고 속보 등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를 적용해 서비스합니다. 예전에는 내비게이션과 라디오 교통정보방송을 동시에 틀어놨다면 이제는 티맵 하나로 두 가지 기능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겁니다. 공공데이터 활용 덕분이지요.

공공데이터는 데이터가 쌓일수록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집니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도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사이에서 공공 데이터 개방지수 1위를 차지했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4일 발표한 '2017 행정자치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공공데이터 개방실적은 2만1358개, 민간 이용실적은 188만4250건에 달합니다. 2013년 처음으로 공공데이터가 개방된 이후 개방실적(5272건)은 4배, 이용 건수(1만3923건)는 135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개인 데이터를 개별적으로 활용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공공데이터, 여러분도 한 번 활용해보시는 거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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