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게임, 교통 영역에서 쉼없는 사업 재편을 벌여온 카카오가 이번엔 콘텐츠로 시선을 돌렸다. 주요 콘텐츠 유통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운영사인 포도트리를 중심으로 관련 계열사를 묶어 관심을 모은다.
21일 카카오에 따르면 자회사인 포도트리는 45억원을 들여 모바일 분석 업체 밸류포션의 지분 100%(1만9714주)를 확보하고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주당 매입가는 액면가(5000원)의 46배인 22만8264원이다.
밸류포션은 카카오에서 지난 2015년 5월 분사한 곳이다. 게임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분석해 타겟 마케팅을 하는 플랫폼 회사다. 원래 카카오의 100% 투자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기존 지분율 52.4%)를 비롯해 회사 임직원들이 지분을 보유했으나 이번에 포도트리가 모두 사들였다.
▲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
이로 인해 카카오-포도트리-밸류포션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게 됐다. 이를 계기로 카카오가 포도트리를 콘텐츠 사업의 한축으로 삼아 계열 재편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포도트리는 현 이진수 대표(카카오 콘텐츠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의기투합해 지난 2010년 7월 설립한 회사다. 서울대 경영학과 92학번인 이 대표는 산업공학과 86학번인 김 의장의 6년 후배다. 두 사람은 옛 NHN 한게임에서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인연으로 김 의장은 지난 2015년말까지 포도트리 지분 2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했다. 당시 이 대표의 지분(9.8%)보다 김 의장이 더 많은 주식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김 의장은 보유 중인 포도트리 지분 전량을 카카오에 무상 증여, 카카오는 기존 보유분에다 포도트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현재 최대주주(57.1%)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카카오는 옛 다음커뮤니케이션즈와 합병(2014년 10월) 이후 다양한 기업들을 진공청소기가 흡입하듯 사들이며 계열사로 끌어 모았다. 이로 인해 지난 6월말 기준으로 자회사 수(해외법인들 포함)는 29개로 확대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서 한발 물러나 다양한 계열사를 비슷한 사업끼리 묶는 작업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를 통해 결제(카카오페이), 게임(카카오게임즈), 교통(카카오모빌리티) 등의 사업별로 계열사 재편이 일단락된 상태다.
카카오는 궁극적으로 주력인 광고만 남기고 각 사업들을 자회사로 떼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업별로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마련하고 각각의 전문성 및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다.
콘텐츠 계열사 가운데 포도트리는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웹툰과 웹소설 등 모바일에 최적화한 콘텐츠를 내놓으면서 카카오의 핵심 플랫폼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일정 시간 기다리면 웹툰, 웹소설의 다음 편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기다리면 무료'란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카카오페이지는 국내선 웹소설 플랫폼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연간 100%에 달하는 거래액 성장세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에서도 '픽코마'란 만화 플랫폼으로 급격한 매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이에 힘입어 카카오의 일본법인(카카오재팬)이 현지 증권 시장에 상장할 것이란 얘기가 외신을 통해 흘러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