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택시업계의 반발로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카풀앱 규제 개선 토론회가 돌연 취소됐다. 택시 관련 단체들은 자신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항의했고, 카풀앱 사업자들은 공유경제의 가치를 이어가야 한다며 맞섰다. 기존 택시사업자들과 새로운 시장을 열려는 신규 사업자간 모빌리티 갈등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이들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지, 4차산업혁명 시대를 기다리는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던져주는지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스페인 남서부 세비야를 여행하던 김유성(가명)씨는 남부에 위치한 그라나다로 이동하기 위해 스마트폰 앱(어플리케이션)을 켰다. 기차와 버스표를 예매하지 않고 앱을 통해 그라나다로 가는 운전자를 검색했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검색하면 해당되는 운전자 리스트가 뜨고 옆에는 목적지까지 가는데 드는 비용이 뜬다. 김씨는 그 중 가장 가격이 저렴한 운전자를 선택했다. 카풀을 통해 목적지로 가는 동안 운전자와 대화도 하고 여행 정보도 얻으며 기존 택시나 기차, 버스보다 저렴하게 스페인 여행을 즐겼다.
▲ 프랑스 차량 공유 서비스 블라블라카 화면. '차로! 즐거운 길을 택하세요(En voiture! Prenez la route en bonne compagnie)'라는 문구가 써있다. [자료=블라블라카 모바일 페이지 갈무리] |
◇ 해외선 대중화 추세
김씨가 이용한 건 프랑스 차량 공유 서비스인 블라블라카(BlaBlaCar)다. 전 세계 22개국에서 45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운전자가 웹사이트에 목적지와 차량 종류 등에 대한 정보를 올리면 해당 노선 차량이 필요한 사람이 탑승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해당 국가 국민뿐만 아니라 여행을 온 외국인들도 블라블라카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한다. 실제 네이버를 검색하면 유럽여행 동안 블라블라카를 이용했다는 후기가 여럿 올라온다.
한국에서는 사업 철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우버(Uber)의 차량 공유 서비스가 미국에선 이미 대중화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시간대와 상관없이 일반 차량으로 승객을 태우고 영업할 수 있는 우버엑스(Uber X)와 목적지가 같은 경우에 손님을 태울 수 있는 카풀 서비스인 우버풀(Uber POOL) 등이 있다. 현재 우버는 미국을 포함해 캐나다, 멕시코, 프랑스, 중국 등 전 세계 632개 도시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중국은 모빌리티 등 공유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중국 국가정보센터에 따르면 중국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매년 40%씩 성장하고 있으며, 2020년 공유경제에서 발생하는 일자리가 560만개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 공유경제 시장은 3조4520억위안(약 567조원) 규모로 이는 전년대비 두 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滴滴出行)'은 4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500억달러(약 54조원)에 육박한다. 우버에 이어 세계 2위다.
지난해 춘절기간엔 190만명 중국인들의 고향 가는 길을 도울 만큼 대중적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해외의 카풀 서비스는 국내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활발한 상황이다.
◇ 영리목적·고객안전 문제제기도
하지만 논란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차량공유서비스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논란은 있었다.
우버는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우버 서비스가 점점 확대되자 미국 내 기존 택시기사들의 반발 또한 커졌다. 시카고 택시기사들을 중심으로 노조를 결성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 워싱턴DC 등 미국 주요 지역에서는 우버를 새로운 서비스로 규정해 합법화 시켰다. 샌프란시스코 당국은 우버와 같은 차량공유서비스가 확대되면 개인이 보유하는 차량 수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미국에서는(2017년 12월 기준) 305개 도시에서 24시간 우버 서비스가 합법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우버는 지난 2014년 프랑스에서 한국의 우버엑스와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팝(Uber POP)'을 시작했다. 기존 택시보다 20~40% 저렴한 요금으로 손님들을 끌어모았는데 어김없이 기존 택시기사들의 반발에 휩싸였다. 우버 서비스의 적법성 논란은 소송까지 이어졌고, 프랑스 법원은 우버팝에 대해 택시면허 없이 불법적으로 사업을 펼쳤다는 판결을 내렸다.
결국 2015년 7월 우버는 프랑스에서 서비스를 중단했다.
블라블라카도 소송 대상이 됐다. 다만 프랑스 법원은 블라블라카가 비영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우버팝과 서비스 목적이 다르다고 봤다. 블라블라카는 가격상한제 정책을 시행한다. 이는 해당 국가의 연료비와 거리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도록 해 운전자가 과도한 영리를 추구할 수 없도록 한다. 즉 운전자와 동승자의 교통비를 줄이자는 본래 취지에 집중, 과도한 상업화를 막았다는 점이 인정됐다.
반면 우버는 기본요금이 있고 경로, 예상시간, 거리, 현재 지역의 차량 서비스 수요에 따라 추가요금이 책정된다. 예약할 경우 수수료도 붙는다. 프랑스 법원은 블라블라카가 우버보다 영리목적이 약하다고 봤다.
안전문제도 논란이다. 모르는 사람의 차량을 탑승해야 하는 만큼 이용자는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실제 중국 디디추싱 운전자가 여성 손님을 성폭행하거나 납치·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져 중국 전역에 차량 공유앱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확산된 바 있다. 이후 디디추싱은 드라이버 얼굴·음성 인증,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차량번호·도착장소·도착 예정시간 등을 공유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사업자와의 논란, 안전성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카풀 등 차량공유 서비스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 흐름은 국내도 비슷하다. 차량공유 업체 풀러스는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75만대가 카풀 차량으로 등록했고, 누적 이용 고객은 370만명(지난 9월 기준)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풀러스 관계자는 "해외는 택시가 직접 카풀을 하고 중국 디디추싱은 하루 이용 건 수가 2500만건 정도 되는 것으로 안다"며 "이미 카풀 서비스는 세계적 추세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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