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카풀앱 논란]③논의 출발점은 '사회후생'

  • 2017.12.04(월) 14:02

'누가 손해고 누가 이익' 아닌 '사회전체 후생'으로 살펴야
KDI '거래량 연동규제' 제시…허용하되 규제적용은 동일시

최근 택시업계의 반발로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카풀앱 규제 개선 토론회가 돌연 취소됐다. 택시 관련 단체들은 자신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항의했고, 카풀앱 사업자들은 공유경제의 가치를 이어가야 한다며 맞섰다. 기존 택시사업자들과 새로운 시장을 열려는 신규 사업자간 모빌리티 갈등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이들 갈등의 원인은 무엇인지, 4차산업혁명 시대를 기다리는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던져주는지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 일본 택시업계가 승객 늘리기를 위해 요금체계를 바꾸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택시요금이 비싸기로 악명난 일본. 올해 초 도쿄도 23개구를 포함 일부 지역서 택시 기본료 구간을 2Km 730엔(약 7060원)에서 1.052Km 410엔(3960원)으로 변경했다. 택시로 1Km 정도 짧은 구간을 가고 싶어도 기본료가 너무 비싸 타지 못했던 승객수요를 늘리기 위함이다.

 

또 지난 8월부터 두 달간 니혼교통 등 4개 택시회사는 승차 전 미리 운임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시범운영했다.

 

승객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주행 거리와 예상 소요시간을 기초로 예상요금이 표시되고, 승차를 신청하면 택시가 출발지로 오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다만 교통체증이 심각해 예상보다 요금이 더 많이 나오는 경우 차 안의 승객은 마음이 불안해지기 마련. 이를 위해 택시요금이 3000엔(약 2만9000원) 이상인 경우 스마트폰 앱에서 표시해준 예상금액만 정액으로 내면 된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시범사업을 통해 이용자 증가 효과가 나타나면 서비스 지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일본에서 택시 이용자 수는 지난 10년간 30% 정도 감소했다. 특히 우버 등 새로운 경쟁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생존을 걱정할 상황까지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택시업계의 변화는 요금이 너무 비싸 이용객이 감소한다는 근본원인도 있지만 우버 등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이 위기감을 불러온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 韓, 조금씩 꿈틀대는 상생 움직임

 

우리나라에서도 4차산업혁명 시대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본격적으로 일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공유경제 서비스를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상생방안을 고민해보자는 제안이 연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풀러스의 출퇴근선택시간제가 법에 저촉된다며 경찰조사를 의뢰했던 서울시는 카풀 서비스 관련 시민·전문가·ICT 업계·택시업계 등이 참여하는 범사회적 토론회를 열어보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분위기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도 카풀 논란과 관련 공론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은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토의해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규제·제도혁신 해커톤(가칭)을 개최하려 한다"며 "서울시의 시간 선택제 카풀서비스 불허로 불거진 라이드 쉐어링(차량공유서비스) 등이 좋은 의제"라고 밝힌 바 있다.

 

논란의 당사자 중 한 축인 강신표 전국택시노동조합서울지역본부 의장은 지난달 21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린 '카풀 영업행위 근절 촉구 서울택시 4단체 기자회견'에서 "택시기사들의 생존권까지 위협하는 카풀서비스 영업시간 연장은 문제 있다"면서도 "공유경제와 택시기사들이 같이 살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풀러스 관계자도 "토론회 등을 통해 택시기사들과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다만 국회와 서울시에서 주최하려 했던 토론이 잇따라 무산된 후 현재까진 구체적 논의가 진행된 바 없다"고 밝혔다.

 

▲ [자료=아이클릭아트]

 

◇ 특정이익 아닌 사회후생 고려하라

 

공유경제를 허용할지 말지, 허용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할지, 그에 따른 규제 범위는 어떻게 마련할지 등에 대한 고민의 출발점은 특정 이익집단의 득실이 아니다. 사회 전체의 후생이 늘어날지 줄어들지를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가가 경제를 철저하게 관리감독하는 중국이 공유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배경에도 사회적 후생이 고려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인터넷을 활용한 공유경제는 과잉생산 흡수, 다양한 신사업 모델 창출, 고용 확대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물론 공유경제는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거래를 일부분 대체시켜 기존 사업자의 이익을 감소시키는 문제도 있다. 또 공유경제 분야에 따라 자산 손괴, 범죄행위(절도·성폭력 등), 교통사고, 채무불이행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제도적 기반이 미비한 현 상황에서 공유경제 문제 발생시엔 보험 처리나 법적 보호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김주환 KB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공유경제가 기존 사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지만 이는 공유경제와 같은 혁신이 기본적으로 파괴적 성격을 갖기에 당연히 나타나는 현상"이라면서 "(공유경제가) 무조건적으로 사회후생을 악화시킨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다"고 밝혔다.

 

김민정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기존 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오히려 기존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신규 공유경제와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만약 공유경제가 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규제차익을 누려 경쟁을 왜곡시킨다면 전체 시장의 질적 하락과 사회후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공유경제 관련 정책을 수립할 때 반드시 규제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 연구위원은 "공유경제는 여러가지 우려요인을 적절하게 통제한다면 사회후생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많은 경제학자들도 의견을 같이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부는 공유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공유경제의 특수성을 고려한 새로운 제도적 접근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 흥미로운 규칙 '거래량 연동규제'

 

KDI에서 제시한 새로운 제도적 접근법 중 하나가 '거래량 연동규제'다.

 

거래한도를 정해 한도 이상으로 거래하면 전문적·상시적 사업자로 간주해 전통적인 공급자 규제를 적용시킨다. 반면 한도 이하로 거래하면 비전문적·일시적 사업자로 간주해 완화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공유경제자뿐 아니라 기존 공급자도 경감된 규제를 받고자 한다면 거래량을 줄이면 된다. 신규 공급자도 상시적 사업자로 참여하고 싶다면 온전한 규제를 받으면 된다. 단 정부가 정확한 거래량을 확인하기 위해 플랫폼 사업자가 정부에 거래정보를 보고해야 할 의무를 지어야 한다.

 

예를들어 숙박공유의 경우 거래량이 적은 경우 임대소득 면세헤택을 주되, 일정한도 거래량을 넘으면 등록·허가제를 실시하거나 소방점검·임대소득세 등에서 규제를 적용시키는 방식이다.

 

김민정 연구위원은 "공유경제가 비교적 활성화된 미국, 영국 등 주요국에서조차 공유경제에 대한 제도화는 아직 초기 단계로 정착되지 않았다"면서 "결과적으로 보면 정부의 역할은 보완적으로 하면서 거래 참여자 보다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 중심으로 방향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덧붙였다. [시리즈끝]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