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 게임 전문개발업체인 게임빌에 지난해 12월 신입사원 한 명이 들어왔다. 올해 28세인 윤창식 씨는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지만 취업은 전혀 다른 게임업체로 했다. 맡은 업무는 게임기획. 어떤 시나리오로 게임을 전개하고 게임에 무슨 이벤트를 넣을지 등을 정한다.
전혀 다른 전공으로 게임빌 입사에 성공한 비법을 묻자 윤 씨는 딱 한 마디를 던졌다.
"토익이 아니라 '게임'에 푹 빠지면 됩니다"
▲지난해 12월 게임빌의 게임기획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윤창식 씨는 아마추어 게임개발자로도 활동했다. |
◇ "게임기획자에게 토익점수는 필요 없다"
-취업준비에 2개월 밖에 안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요즘 취업준비생들은 입사까지 평균 1년이 걸린다는 통계도 있는데, 비법이 뭔가요.
"전공은 토목공학과지만 어렸을 때부터 게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다들 어릴 때는 게임을 좋아하긴 하지만 저는 아마추어 게임개발자로 활동할 정도로 게임에 대한 열정이 강했습니다. 이런 점이 취업준비기간을 단축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요즘 대학생들은 영어점수, 인턴십 등 스펙(spec)을 쌓느라 대학 4년 동안 정신이 없는데요. 이러한 준비들은 어떻게 하셨나요.
"정말 게임기획자를 꿈꾼다면 토익점수 올리려고 학원을 다니거나 다른 자격증 등 이력서를 채우려고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게임 회사에서 원하는 건 자격증이나 공인영어시험이 아니니까요."
-그럼 게임기획자가 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했나요.
"이 사람이 정말 게임기획자로서 능력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척도는 바로 포트폴리오입니다. 이미 존재하는 게임을 분석하거나 새롭게 만들어 보고 싶은 게임에 대한 기획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이죠. 이를 통해 지원자에 대한 게임분석능력, 창의력 등을 볼 수 있습니다."
◇ 공채과정은 온전한 기다림의 시간
-준비기간은 짧았지만 그래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것 같아요.
"게임기획이라는 특별한 분야로 토익점수 등 보통의 취업준비생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공채과정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를 준비해 서류 통과를 기다리고 서류가 통과되면 긴장감에 휩싸여 면접 준비를 하는 등 공채과정은 비슷합니다. 공채과정 마다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부분이 바로 서류작성인 것 같습니다. 특히 자기소개서 작성을 가장 어려워하는데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자기소개서는 대부분 각 회사 인사팀 직원들이 확인합니다. 지원자는 많고 뽑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으니 제한된 시간 동안 많은 서류를 검토하고 가장 적확한 인재를 추려 내야하죠. 따라서 한 번만 읽어도 바로 눈에 띄는 요소들을 넣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눈에 띄는 요소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가령 평소 게임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일화를 자기소개서에 풀어준다든가. 아니면 게임 기획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해 온 노력들, 다른 사람은 없는 자신만의 경험이나 특기 등을 잘 녹여낸다면 눈에 띄는 자기소개서가 될 거라 생각해요."
-면접은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자세로 임하셨나요.
"어떤 분들이 면접관으로 나올지 모르고 저에게 어떤 질문을 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만큼 준비했습니다. 떨어지더라도 후회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면접 자리에서는 최선을 다해 임했습니다. 그래도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 "취업이 전부는 아니다…꿈을 가져라"
-어떤 회사에 취업을 하는 지도 매우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기업을 선택하는 본인만의 기준이 있었나요.
"우선 회사들을 쭉 살펴보고 어떤 회사를 가장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인지 우선순위를 만들었습니다. 그 우선순위에는 회사가 가진 다양한 요소들을 참고했는데요. 가령 복지, 문화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회사인지가 중요했습니다. 게임기획 업무이다보니 회사가 어떤 유형의 게임을 만들고 추진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정적인 일자리, 연금 등을 위해 공무원을 준비하는 일명 공시생들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기업 입사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게임업계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높은 임금을 보장한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게임에 대한 열정, 그리고 꿈입니다. 게임회사에 다니는 분들은 대부분 게임을 좋아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불안정하고 높은 임금을 받지 못해도 꿈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게임업계 종사자들입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한 때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해 공무원을 준비해야 하나 고민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엔 꿈이 더 중요했고, 게임빌 입사를 선택했습니다."
-일자리 부족, 청년실업률 증가 등 취업준비생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어떤 응원의 말을 들려주고 싶나요.
"다른 기업 첫 면접에서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았을 때, 정말 많이 낙심했어요. 낙담에 빠진 채로 다른 면접을 봤는데, 그 면접에서도 또 탈락통지를 받았죠. 하지만 얻은 것이 있었습니다. 내가 자질이 없고, 준비가 부족해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다른 분들이 나보다 더 많은 준비를 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낙담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더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하고 다음에는 더 열심히 해보자라는 의지를 갖고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