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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옥 이야기]②판교·구로 랜드마크 주인은…

  • 2018.09.05(수) 14:12

엔씨소프트·넷마블, 나란히 신사옥 준비중
메머드급 규모 눈길, 오너 성공 신화 정점

최첨단을 달리는 ICT 기업들이 몰려있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이곳에서 특색 있는 건물을 꼽으라면 단연 엔씨소프트 사옥이다. 우선 천편일률적 정사각형으로 생긴 주변 다른 건물들과 달리 N자 모양이다. 판교역에서 바라보면 마치 테크노밸리로 들어가는 거대한 관문 같은 형태라 눈에 띈다.


또 서울시 구로구에도 엔씨소프트 사옥 못지 않은 지역 랜드마크가 들어설 예정이다. 모바일 게임 시장을 휩쓸며 무섭게 성장한 넷마블이 오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웅장한 규모의 신사옥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이 각각 판교와 구로에 사옥 건립과 함께 나란히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엔씨소프트 사옥이 게임 업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복지 시설을 갖췄다는 점에서, 넷마블 신사옥이 오너인 방준혁 이사회 의장의 성공 신화를 완성하는 상징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엔씨소프트, 판교 두번째 사옥 준비 
  
엔씨소프트는 벤처붐 시대인 지난 1997년 서울 역삼동에서 출발한 이후 테헤란로를 기반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설립 직후 삼성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는데 초대 홍승돈 대표이사에서 지금의 김택진 대표로 경영자가 바뀐 시점이기도 하다. 사무실을 옮기고 내놓은 대표작 리니지(1998년 9월 상용화)가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PC방 열풍을 타면서 제대로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화려하고 사실적인 3차원 캐릭터와 배경, 대용량 서버능력 등을 강점으로 한 리니지는 서비스 2년만인 2000년 12월 기준 '국내최초' 동시접속자 10만명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재무 실적도 급격히 개선됐다. 설립 첫해 5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3년만에 무려 100배 이상 불어난 582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때 영업이익 규모는 294억원으로, 이익률이 50%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이 높았다. 엔씨소프트는 실적 개선에 힘입어 2000년 7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유례없는 성장에 힘입어 엔씨소프트는 창업한지 불과 8년만에 강남구 삼성동 노른자 땅에 신사옥 건립을 추진한다. 지금의 삼성동 현대백화점에서 포스코사거리 방향으로 150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R&D센터(엔씨타워1)가 바로 그것. 2005년 부지를 매입해 2008년 완공된 이 건물은 총 1100억원이 투입됐다. 연면적 1만평, 지상 15층 지하 7층 규모이며 개발자를 위한 최적의 시설을 갖춰 업계 종사자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다.
 
엔씨소프트는 엔씨타워1 말고도 삼성동 일대 몇곳의 빌딩에 직원들을 분산시켰다. 2011년 업무공간 확보 차원에서 경암빌딩을 사들였는데 엔씨타워1과 거리가 100m 정도에 불과하다. 엔씨소프트가 테헤란로 시대를 마감하고 판교로 넘어온 2013년 이후 경암빌딩은 영업이 아닌 임대용으로 사용했다가 지난해 결국 처분했다. 삼성동에는 유일하게 엔씨타워1만 남아 있는데 이 건물은 현재 임대용이다.  
 
지금의 엔씨소프트 판교 사옥은 웅장한 규모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복지시설로 설립 초기부터 관련 업계에서 회자된 바 있다. 2013년 완공된 신사옥 판교R&D 센터는 지상 12층 지하 5층 규모이며 약 3500평의 대지면적을 사용하고 있다. 삼성동 엔씨타워1에 비해 5.2배 커진 규모로 약 30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직원들을 위한 사내병원과 수영장, 찜질방, 피트니스센터를 비롯해 150~200명의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어린이집을 갖춰 판교 기업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복지시설을 자랑한다. 임직원은 고급 레스토랑 분위기가 나는 사내 식당에서 삼시세끼를 거의 무료로 해결할 수 있다. 1세대 게임인들이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했던 것을 감안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6월 출시한 리니지의 모바일 버전 리니지M이 기대 이상의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전년(9836억원)보다 거의 두배 늘어난 1조7587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불어난 매출 외형 만큼이나 인력도 급격히 확대됐다. 판교 사옥을 새로 지었을 때만해도 2100여 명이었던 임직원 수는 작년 말 3500명까지 늘어났다. 이로 인해 작년 4월부터는 일부 인력이 판교 사옥 인근의 건물 3곳에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늘어나는 인력을 감당하지 못해 판교 사옥 근처에 추가로 건물을 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엔씨소프트는 성남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판교역 인근 공영 주차장 부지에 글로벌R&D센터를 짓기로 했다. 지금의 사옥 대지 면적의 2배를 웃도는 2만5720㎡(약 7794평) 규모이며 오는 2022~2023년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판교에 또 하나의 메머드급 사옥이 들어서는 것이다.

   

◇ 넷마블 구로 신사옥, 성공신화 정점

  
넷마블은 방준혁 이사회 의장이 지난 2000년 서울 테헤란로의 한 사무실에서 창업한 회사다. 게임 업계 최초로 '퍼블리싱', 일종의 유통 사업 모델을 도입하는 등 혁신적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이에 힘입어 넷마블은 한게임, 피망과 함께 3대 게임포털로 성장했다.

   

▲ 넷마블이 입주해 있는 구로구 지밸리비즈플라자 전경

 

방 의장은 2004년 넷마블을 CJ그룹에 매각하고 CJ 계열사인 CJ인터넷 사장직을 맡다가 2006년 물러나면서 게임 업계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CJ E&M의 게임부문 상임고문으로 복귀, CJ E&M의 물적분할로 떨어져 나온 게임개발 지주사 CJ게임즈(현 넷마블)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2014년 비로소 넷마블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자신이 만든 회사를 과감하게 매각한 이후 10년 만에 다시 오너로 돌아오는 독특한 행보를 보인 것이다.

 

CJ그룹 품에 안긴 넷마블은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머물다 옛 주인 방 의장의 복귀 시기와 맞물려 구로구 구로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의 마리오타워에 잠시 입주했다가 지난 2014년 8월 지금의 구로구 지밸리비즈플라자 건물에 입주했다. 사명도 CJ게임즈에서 넷마블게임즈(올 4월 지금의 넷마블로 변경)로 바꿔 달았다.

   

방 의장이 방향키를 잡은 넷마블은 이때부터 본격적인 성장세를 타기 시작했다. 2014년 연결 매출은 전년(1333억원)보다 3배 가량 늘어난 3624억원으로 확대됐다. 무서운 성장세 덕에 지난해 5월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 순조롭게 입성했다. 


이 과정에서 방 의장의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가 새삼 부각되기도 했다. 넷마블 상장 당시 방 의장의 보유 지분 가치가 웬만한 대기업 오너 부럽지 않은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증권사이트 FN가이드가 넷마블게임즈 상장일(작년 5월12일) 기준으로 집계한 국내 개인주주 랭킹 자료를 보면 당시 방 의장의 지분평가액은 이재현 CJ그룹 회장(7위)을 제치고 6위를 기록했다.

 

랭킹 10위 안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1위)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2위) 등 재벌 총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인터넷 기업 '오너' 가운데는 방 의장이 유일하다. 이 가운데 자수성가해 막대한 재산을 쌓아올린 인물은 방 의장 빼고 없다. 서울에서 태어나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어렵게 자랐으며 내세울 만한 스펙이 없는 방 의장이 우리나라 주식 부호의 지형도를 단숨에 바꾼 것이다.

 

▲ 넷마블이 오는 2020년 입주할 신사옥 지밸리 지스퀘어 조감도

 

방 의장 흙수저 신화의 완성은 넷마블이 오는 2020년 구로에 완공할 신사옥이 장식할 전망이다. 넷마블은 지난 2016년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추진하는 'G밸리 지스퀘어' 개발사업을 함께 추진키로 하는 협약식을 체결했다. G밸리는 옛 구로공단 터인 가리봉동과 구로동, 가산동 일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넷마블은 이 가운데 현 입주 건물과 가까운 부지에 4000억원 규모의 신사옥 지스퀘어(G-Square)를 세우기로 했다.

 

지상 39층 지하 7층, 연면적 18만제곱미터 규모의 신사옥은 구로의 랜드마크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 곳에는 외부 스타트업 사업자를 위한 사무 공간과 함께 지역 주민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4000평 규모의 공원과 스포츠센터, 의료집약시설, 박물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방 의장은 2년전 신사옥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식 자리에서 "제가 자라고 난 동네에 좋은 상생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는데 조만간 꿈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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