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표적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이 '오픈(개방형) 플랫폼' 전략을 가속하고 있다. 다양한 외부 개발자들이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발 도구를 전면 개방해 경쟁력을 끌어모으겠다는 것이다.
◇ 인공지능, '오픈 플랫폼'이 대세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텔레콤, KT,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공지능 사업자들이 잇따라 자사 플랫폼 개발 도구를 외부에 개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내부 개발자와 외부 개발자가 동일한 환경에서 인공지능 플랫폼 '빅스비'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개발 도구 '빅스비 개발자 스튜디오'를 선보였다.
카카오도 연내 자사 인공지능 플랫폼인 '카카오 아이'(i) 개발 환경을 외부에 개방할 계획이다. 그동안 카카오는 자사 플랫폼을 활용해 각종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도구 '카카오 i 오픈빌더'를 제휴사 대상으로 클로즈드 베타 서비스(폐쇄형)로 제공해왔다.
카카오 관계자는 "새롭게 선보일 개발 도구는 챗봇과 스피커봇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며 "최대한 이용하기 쉽게 구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SK텔레콤, KT도 외부 개발자에 자사 개발 도구를 오픈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 서비스를 쉽게 개발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누구 디벨로퍼스'를 지난달 공개했고, 네이버는 지난 6월 누구나 손쉽게 AI 챗봇을 만들 수 있도록 '클로바 챗봇 빌더'(Chatbot Builder)를 내놨다. 네이버는 이에 앞서 지난 2월 자사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를 활용해 챗봇형 서비스 혹은 스피커를 통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클로바 익스텐션 키트'(Clova Extension Kit·CEK)를 공개하기도 했다.
KT는 지난해 6월 개발자 포털과 기가지니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를 공개해 기가지니의 음성, 통화, 데이터 관리 등 기능을 기반으로 한 응용 서비스를 보다 쉽게 개발할 수 있게 했다. 지난 7월말에도 KT는 AI 음성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AI 메이커스 키트'(MAKERS KIT)를 출시하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프로그램별로 구축돼 있던 API(프로그램 개발 도구) 사이트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통합했다.
◇ 개방해야 산다…"서비스 특징따라 우위 나뉠 것"
인공지능 기업들이 개발 도구를 오픈하는 이유는 자사 플랫폼의 생태계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양한 외부 개발자들이 뛰어들어 자사 AI 플랫폼에서 활용 가능한 서비스를 많이 만들면 서비스 선택권을 대폭 확대해 사용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사용자 확대 및 서비스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오픈 플랫폼 전략을 빠르게 추진한 곳은 벌써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가장 먼저 오픈 플랫폼을 지향한 KT는 개발자 포털 오픈 이후 132개 법인과 1706명의 개인이 서비스 개발을 위해 등록했다. 또 SDK를 통해 2000여개의 앱이 개발되고 있다. SDK를 통해 상용화된 서비스도 증가중이다. 롯데슈퍼 장보기, 라이나 건강연구소, 그린카 등 35개 서비스가 상용화됐다.
네이버 역시 37곳에 달하는 기업이 CEK을 활용해 72개의 기술을 개발, 클로바 플랫폼에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배달 대행 앱 '배달의민족'이 이를 활용해 음성 주문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다.
다만 인공지능 플랫폼마다 내세우는 강점이 달라 당분간 개발자들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제조사이자 적용 가능한 제품이 무수히 많다는 점이 강점이다. 또 삼성 내부와 외부 개발자에 대한 차별이 없다는 점도 내세운다. 정의석 삼성전자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 총괄(부사장)은 "오는 2020년까지 삼성이 출시하는 모든 제품에 빅스비를 탑재해 수십억대 규모의 디바이스에서 동작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티맵, 뮤직, Btv, 옥수수, 11번가, SK스토아 등 내비게이션, e커머스, OTT(모바일 동영상) 등 다양한 영역에 정상급 서비스를 갖고 있다는 점이 셀링 포인트다. KT는 9월말 기준 무려 120만 가입자를 확보해, 가입자수 기준 국내 1위 인공지능 사업자라는 점이 매력이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 곧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영역에서 독보적 위치에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각각 풍부한 데이터에서 비롯한 기술력과 포털, 메신저 같은 1위 서비스와 연계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 플랫폼은 다양한 서비스 개발로 생태계를 키우려는 인공지능 업계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기존 스마트폰 기반 플랫폼과 달리 1,2위 사업자가 독식하는 게 아니라 저마다의 서비스 특징에 따라 우위 영역이 나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