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암호화폐)·블록체인 업계에서 '증권형 토큰 공개'(STO·Security Token Offering)가 새로운 자금조달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가상화폐 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 방식의 자금조달이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에서 비롯했다.
하지만 STO 역시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STO의 느린 자금유입 속도와 함께 정부 규제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국내 대표적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 '체인 파트너스'가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로 '마루180'에서 개최한 미디어톡에서는 이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은 '증권형 토큰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란 주제의 발표에서 "STO가 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당분간은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증권형 토큰은 자산을 토큰 형태로 변환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방식으로 주식, 채권, 파생상품과 같은 전통 금융상품과 성격이 유사하다. ICO가 금지된 국내 사정과 전세계적으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의 영향으로 STO가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ICO가 자금조달 역할만 했다면 STO는 미술품과 부동산, 금 등의 자산을 토큰으로 바꿔 유동성을 제공할 수도 있어 시장성이 크다는 얘기다. 체인파트너스에 따르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의 증권형 토큰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에는 2조 달러(2240조원)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가상화폐·블록체인 업계에 등장한 프로젝트는 백서를 온라인에 공개하고 ICO를 통해 자금조달을 했으나, 함량 미달의 프로젝트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실제 작동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같은 허술한 방식의 자금조달은 가상화폐 가치의 폭락과 맞물리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도 밀려 증권형 토큰으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체인파트너스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ICO를 통한 월평균 조달액은 2억7000만달러로 상반기보다 74%나 감소했다.
그러나 STO 역시 현재까진 실험적 단계라는 분석이다.
한중섭 센터장은 "현재 STO로 자금조달을 완료한 프로젝트는 10개 남짓이고, 유동성이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증권형 토큰은 락업(lock up) 기간이 있어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지나야 거래 가능하다"고 말했다.
증권형 토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작년 하반기부터 관련 프로젝트가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실제 거래가 이뤄지려면 최소한 내년이나 2021년은 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 센터장은 "이에 따라 아직은 거래량이나 유동성이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STO가 새로운 성장동력은 맞지만, 단기간에 시장을 크게 바꿀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STO의 자산 유동화 방식이 기존 금융기관에서도 발견되는 방식이라는 점도 걸림돌로 평가된다.
따라서 기존 금융기관이 시장에 진입해 STO에 나설 가능성이 엿보이며, ICO처럼 투자 열풍이 불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증권형 토큰 시장이 규모의 성장을 이루려면 기관 자금 유입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는 명료한 규제 확립, 국제적 표준, 인프라 성숙, 신뢰도 높은 전통 금융기관의 참여 등이 거론됐다.
긍정적으로 보면, 올해는 STO 관련 인프라가 태동하는 시기이므로 각국 규제가 정비되기 전에 시장 진입 준비를 완료한다면 한때 전세계 가상화폐 거래소 시장의 주목을 끌었을 때처럼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혁재 체인파트너스 OTC 파트장은 "한국의 크립토커런시(가상화폐) 거래소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나 세계 1·2위를 다투던 빗썸과 업비트가 최근 40위권으로 밀렸다"며 "STO는 아직은 전세계적으로 규제가 확립된 것이 없으므로 적기에 뛰어들 수 있도록 준비하고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정부 입장의 변화를 촉구했다. 한중섭 센터장은 "미국의 증권형 토큰 생태계는 민간이 주도한다"며 "민간의 경쟁과 혁신을 통한 성장이 아니라 국가가 시장을 주도한다면 유동성이 없고 거래량도 안 나오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