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사외이사인 선우명호 한양대학교 교수와 자율주행 연구개발(R&D)을 진행해, 사외이사 독립성에 흠결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선우 교수가 이끄는 연구실에 5G 장비 등을 지원, 자율주행차 기술 테스트를 진행하고 선우 교수를 모니터링 작업에 참여시켰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외이사가 회사 업무와 관련될 경우 이사회를 견제·감시하는 사외이사 본래 역할에 방해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사외이사 소속 연구실에 5G 장비 지원
LG유플러스는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선우 교수가 임원진(Directors)으로 있는 자동차제어연구실 에이스랩(ACE Lab)과 5G 기반 자율주행차 R&D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R&D를 위해 LG유플러스는 에이스랩에 자율주행 데이터 전송, 처리에 필요한 5G 장비와 관제시설 등을 제공했다. 이를 토대로 에이스랩은 5G 장비와 자율주행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했다.
LG유플러스 입장에선 5G 사업을 앞두고 기반이 되는 장비 검증을 에이스랩과 진행한 것이다. 에이스랩도 LG유플러스의 장비 지원을 받아 추후 자동차 제조사에 제공할 자율주행기술을 시험할 수 있었다.
즉 LG유플러스와 선우명호 사외이사가 이끄는 연구실이 사업적으로 관계를 맺은 셈이다. 이 경우 자칫 사외이사가 이사회내 독립성을 잃고 내부 경영진을 견제, 감시하는 본래의 역할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에이스랩과 자율주행 관련 계약이나 제휴를 맺은 바 없다"면서 "자율주행차 발전 차원에서 관련 기술과 장비 테스트를 진행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향후 계약, 제휴를 체결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는 진행된 사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선우 교수도 "LG유플러스의 연구용역을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받은 후 연구실에 통보해 에이스랩 측 연구자들이 참여했다"면서 "나는 연구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모니터링만 했다"고 말했다.
◇ "사외이사, 사업관여는 이해 상충"
LG유플러스와 선우 교수 모두 서로 사업적으로 연관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사외이사가 본업인 이사회 참석 이외의 R&D 등 회사 업무에 관여하면 이해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국내 한 경영대학 교수는 "이사회 내 주요 사안인 사업 관련 R&D를 사외이사와 함께 추진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위법 여부를 떠나서라도 이해 상충이 발생한다는 점 자체가 문제다"고 말했다.
정유진 한국지배구조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사외이사가 회사실무에 참여해선 안 된다"면서 "실무 참여는 보수를 받고 안 받고를 떠나 독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상법 제382조는 회사의 상무에 종사하는 자, 회사와 거래관계 등 중요한 이해관계에 있는 법인 이사, 감사, 집행임원 및 피용자는 사외이사를 수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외이사와 회사간 이해관계가 없도록 해 경영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해당 법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지만 업계에서는 자발적으로 사외이사와의 이해관계에 선을 긋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사외이사와의 업무 추진, 사외이사 관련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이 법적 문제가 없을지언정 도덕적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 자체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이다.
지난 2월 KB금융 우리사주조합과 노동조합협의회는 백승헌 변호사를 노조 추천 사외이사 후보로 올렸다가 철회한 바 있다. 백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 지향이 과거에 KB금융 계열사 KB손해보험의 법률자문 수임을 받은 바 있어 회사와 이해관계가 있다고 폭넓게 해석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010년 1월 사외이사 모범규준을 만들고 금융회사가 사외이사 소속 단체에 선임하기 2년 전부터 기부한 내역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사외이사 관련 단체에 대한 지원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해 유착을 막는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