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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유니콘 키우겠다' 선언한 배경

  • 2019.03.28(목) 14:45

사내 ICT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 가동
내년까지 3개 기술 사업화해 글로벌 진출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CTO)이 28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유니콘' 육성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국내 1위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이 사내 유망 기술사업을 독립시켜 글로벌 '유니콘'(unicorn) 기업으로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유니콘은 머리에 뿔이 달린 신화 속 동물을 뜻하는데, 경제 분야에선 시가총액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 스타트업(신생 벤처)을 말한다.

국내에는 쿠팡, 비바리퍼블리카(토스), 크래프톤(옛 블루홀), 우아한형제들(배달의 민족) 등이 유니콘으로 분류된다.

한국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손꼽히는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함으로써 혁신적인 인력 양성 및 유입을 이끌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기술·서비스를 만드는 게 1차 목표다.

특히 이를 통해 대규모 외부 자본도 유입시켜 SK텔레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생태계에도 기여한다는 포부다.

◇ "SK텔레콤 직원 여러분, 창업하세요"

SK텔레콤은 28일 서울 을지로 삼화타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사내 유망 ICT 기술을 스핀-아웃(사업화, Spin-Out)하는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CTO)은 "기술 스핀아웃 프로그램을 통해 유망 기술 기반의 글로벌 ICT 분야 유니콘을 만들겠다"며 "내년까지 3개 기술을 스핀-아웃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시킬 계획"이라고 자신했다.

시장으로 나간 기술은 SK텔레콤의 사업 영역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쓰이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또 외부 자본투자를 받아 사업화할 가능성도 높인다는 구상이다.

스타게이트는 ▲기술 상용화 가능성 검증 ▲거점 시장 검토 ▲사업화 ▲성장 지원 등 4단계로 구성된다. SK텔레콤은 각 단계에서 다양한 분야의 앞선 역량을 총동원해 사업화 성공을 지원한다.

거점 시장 검토 단계가 되면 ▲현지 시장 및 기술 동향 ▲사업 파트너 ▲투자자 그룹의 관심도 등을 분석해 제조업 연관 기술은 중국 시장, 미디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ICT 기술은 미국 시장 중심으로 사업화를 검토한다.

사업화의 경우 외부 투자를 받아 신규 회사 설립하거나 타사와 결합 또는 외부 파트너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등 크게 3가지 시나리오로 고안됐다.

사업화 형태가 결정되면 사업화 조직을 2~6명의 소수로 꾸린다. 빠른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사업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업화 초기 3년은 보상이나 처우의 하락 없이 사업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일종의 창업에 나선 SK텔레콤 직원은 해당 기업의 지분을 일정량 이상 갖고, 차후에 합류한 직원들도 스톡옵션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하는 등 기술을 사업화한 회사의 성장과 도전적인 직원의 성장을 동기화할 수 있도록 한다.

◇ 벌써 20여개 기술 사업화 검토중

SK텔레콤의 사내 창업 지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안에 따라 이따금 진행되던 창업 지원 프로젝트를 공식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제조업 특화 AI 데이터 분석 솔루션 기술을 개발했던 SK텔레콤 구성원들은 2018년 5월 '마키나락스'를 창업했다. SK텔레콤, 네이버, 현대자동차 등의 투자를 받아 미국과 한국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은 새롭게 마련한 스타게이트 프로그램에서 독자 개발한 20여개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 및 시장성을 검토 중이다.

자사 사업과 연계된 기술 위주로 구성하고 지원 규모도 사안에 따라 유동적으로 적용, 성공 가능성을 더욱 높인다는 방침이다.

우선 SK텔레콤이 독자 개발한 초소형 레이저 광학엔진 '옵틱스'(Optics)는 연내 스핀아웃될 예정이다.

아울러 ▲인공지능 기술로 음원에서 보컬, 반주 등을 분리하는 '음원 분리 기술'(AI Vocal Remover) ▲인공지능 기반 미디어 품질개선 기술 '슈퍼노바' ▲시청 이력에 따라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고 인공지능이 조건에 맞는 장면을 찾아주는 AI 맞춤형 미디어 디스커버리 기술도 기술 상용화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이종민 SK텔레콤 테크이노베이션그룹장이 기술 사업화 프로그램 '스타게이트'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 SK텔레콤을 스타트업 요람으로

SK텔레콤이 마련한 이번 프로그램은 세계적 ICT 기업 구글(Google)이 기술 기반 사업을 성장시키는 방식과 유사하다. 구글은 2009년 내부의 자율주행 연구 프로젝트를 웨이모(WAYMO)로 독립시켜 현재 자율주행차 분야의 선두 기업으로 만들었다.

이같은 방식은 국내 ICT 생태계 확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의 첨단 기술 스핀-아웃은 태양광전지, 평면TV 등 혁신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SK텔레콤에서 '실패해도 괜찮은' 스타트업 창업을 할 수 있다는 이미지 구축을 통해 우수한 기술 인력을 외부에서 영입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혁신적인 기술과 서비스로 무장한 각종 사업들이 외부 투자를 유치할 경우 국내외를 걸쳐 유무형의 자산이 SK텔레콤에 더욱 확충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은 "스타게이트는 글로벌 ICT 유니콘을 만들기 위해 SK텔레콤의 전문 역량을 결집해 만든 프로그램"이라며 "기술 사업화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대한민국 ICT 생태계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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