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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법]③통신장애로 자율차 사고났다면 책임은

  • 2019.05.27(월) 14:35

자율주행차 제조사 책임한도 설정이 관건
'배상책임기금' 등 정부 역할론도 커질 듯
'도난사고·렌트카·무인택시' 등 상황판단도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인공지능(AI) 시대가 확산되면서 생활의 편리함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AI로 인해 새로운 리스크도 생겼다. 문제는 이런 리스크 발생시 대처할 수 있는 법·제도가 있느냐 여부다. 최근 국회가 나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인공지능(AI) 시대의 법제정비 방안'이라는 정책연구용역보고서를 받았다. 향후 법률 제정의 기초가 될 전망이다. 이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AI 시대에 나타날 수 있는 주요 이슈와 고민점을 살펴봤다. [편집자]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발간한 과학저널 '사이언스' 2016년 6월호에는 흥미로운 논문이 실렸다.

'자율차량의 사회적 딜레마'라는 제목의 논문은 맞은편 차량의 중앙선 침범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자율주행차가 부득이하게 사람을 죽이게 된다면 어찌될 것인지를 상황설정을 했다. 이때 자율주행차는 사람과 같은 윤리적 판단을 해야 하는데, 이 판단 역시 인간에 의해 정의된 알고리즘 또는 프로그래밍에 따른 것인 만큼 책임소재를 둘러싼 다양한 법적 문제가 야기된다는 결론이다.

설문조사에서도 이론적으론 다수의 보행자를 살리기 위해 차량 탑승자를 희생시키는 쪽이 옳다는 답이 나왔지만, 막상 자신이나 가족이 차량 탑승자라면 답변은 달라진다.

정책연구용역보고서 '인공지능(AI) 시대의 법제정비 방안'은 "자율주행차량 도입 이전에 자율주행차량의 윤리적 문제와 관련 법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심각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자율주행차량 관련 법적 문제에 대한 대부분 연구가 기초 단계에 머물러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자율주행기술의 발전, 자율주행차량의 보급상황, 해외의 논의상황 등에 따라 자동차보유자의 법 감정, 사회일반의 법적 합의, 적정한 책임분담 등의 관점에서 손해배상책임에 관해 검토되어야 한다"면서 "이들 상황을 감안해 2020년대 전반쯤에는 새로이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자율차의 장단점

자율주행차 단계를 구분할 때 레벨0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기능이 전혀 적용되지 않은 자동차를 말한다.

레벨1은 ADAS와 같은 자동화 시스템 중 한 가지의 시스템이 적용된 자동차, 레벨2는 2개 이상의 자동화 시스템이 통합돼 적용된 자동차를 지칭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판중인 자동차 대부분은 차간 거리유지 등 한 가지 자동화 시스템이 내장된 레벨1 수준이다.

레벨3은 제한된 조건하에서만 자율주행이 가능한 자동차, 레벨4는 완전 자율주행자동차를 의미한다.

이처럼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사람이 운전할 때 보다 안전하고 원활한 운전이 가능, 자동차사고를 줄일 수 있다. 또 교통체증 완화, 환경부담 경감 등 기존 도로교통시스템이 안고 있던 주요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다.

개개인 측면에서도 운전자의 운전 부담이 줄고 노약자 및 장애인의 이동수단 확보에도 도움된다.

또 자율운행과 관련한 산업·기술이 다른 산업·기술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커 산업경쟁력 향상에 긍정적이다.

반면 자율자동차의 구조 결합이나 기능 장애로 인한 사고가 생길 수 있다. 자동차 자체의 기기 결함뿐 아니라 데이터 오류, 통신장애, 해킹 등으로 인한 사고도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차를 둘러싼 각종 사고시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까.

독일은 2017년 6월 자율자동차를 위한 법개정을 하는 등 법제도의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영국도 법률과 지침 등을 통해 법개정 움직임에 동참했다.

일본도 2020∼2025년 기간을 자율자동차와 비자율자동차가 혼재하는 과도기로 설정하고 자율운전의 실현을 위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 레벨4 단계가 고민

레벨1과 레벨2의 자율운행차를 운전하는 경우, 운전자가 자동차 운전에 관한 주의의무를 부담하고 운전에 관여하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현행 법 구조를 변경할 필요는 없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즉 종전처럼 운행자가 책임을 부담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레벨3도 마찬가지다. 레벨3 정도의 자율운행 시스템에서 운전자가 개입요구를 받고 운전에 관여한 다음 발생하거나 개입요구에 응하지 않아서 발생한 사고도 운행자 책임을 따지면 된다.

문제는 레벨4 단계다.

일정한 조작을 완전히 자율운행시스템에 맡기도록 되어 있어서 이에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결함으로 발생한 사고일 경우 과연 운행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자율차 제조사에 보험료 미리 부담시켜야"

보고서는 레벨4 단계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법적 쟁점을 3가지 관점에서 살펴봤다.

첫번째는 현행 자동차운행자책임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험회사 등의 자동차제조업자에 대한 구상권 행사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자동차 이용자나 제조업자 등의 적정한 책임분담을 위해 보험회사에 의한 자동차 제조업자에 대한 구상권 행사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두번째는 현행 자동차운행자책임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롭게 자동차 제조업자에게 자동차 손해배상책임 보험료로서 미리 일정한 부담을 요구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자동차 결함에 의한 사고는 매우 예외적이었지만, 자율주행차는 고도화된 자율주행시스템에 의한 것이므로 다양한 형태의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자동차 제조업자의 책임이 어느 정도 전면에 나서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이다.

사후적으로 보험회사가 자동차 제조업자에 구상하는 방식은 소송 비용이 과다하게 나와 현실적으로 어렵다.

즉 고도의 자율주행시스템으로 주행하는 자동차의 경우 제조업자에게 구상책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전제로 미리 자동차손해배상책임보험 틀 안으로 제조업자를 끌고 들어와 미리 일정한 부담을 지도록 하는 방안이다.

보험료 추가 대상은 자동차 제조업자 및 수입업자다.

보고서는 "차종별로 사고율 등의 근거를 갖고 적정한 보험요율을 산출한 다음 자동차운전자 대신 제조업자 및 수입업자에게보험료를 부담시키면 된다"면서 "부담비율은 차량주행에서 어느 정도 자율주행시스템이 지배하는지를 기준으로 결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자동차운전자 외에 제조업자 및 수입업자에게 일정한 부담비율을 일단 설정한 다음 사고로 인한 지급 보험금액이 적은 차종에 대해선 제조업자 및 수입업자의 보험료 부담을 경감시켜주면 된다는 얘기다. 그러면 해당 자율주행자동차의 판매가격이 사실상 낮아지게 될 수도 있어서 자동차운전자, 제조업자, 수입업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차량주행에서 자율주행시스템이 지배하는 비율에 따라 제조업자 및 수입업자가 부담하는 보험요율을 공평하게 산출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

세번째는 현행 자동차운행자책임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율주행시스템 이용 중의 사고에 대해선 새롭게 시스템제공자책임이라는 개념을 만들자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자동차운행자가 전혀 관여하지 않는 자율주행시스템의 결함으로 사고가 났을 때 자동차운행자의 면책을 인정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자율주행시스템에 결함이 없다는 것은 제조업자가 증명해야 한다.

다만 이는 제조업자에게 자율주행차 판매 후 사실상 무기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란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부품제조업자 등 다른 관련자들도 있는데 제조업자에게만 책임을 집중시키는 것을 불합리하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 "배상책임기금 마련하자"

보고서는 자율주행차 배상책임을 위한 기금조성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율주행차 제조사에 부품이나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회사 등으로 하여금 일종의 시스템제공책임을 물어 배상책임기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자율주행차에 대한 신규검사를 하고 검사증을 교부할 때 일종의 기금납부의 의무를 지게 하는 방법이다.

이후 자동차운행자나 시스템제공자가 먼저 자동차사고의 손해를 배상한 다음 자신들 사이의 기여도(과실비율)에 따라서 책임보험 및 배상책임기금에서 구상권을 행사해 일정부분 돌려받으면 된다는 아이디어다.

◇ 특이상황도 살펴야…'도난사고·렌트카·무인택시'

만약 자율주행차 보유자와 관련 없는 제3자가 차량을 절취했을 때 사고가 났다면 어찌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보유자에겐 운행자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자율주행차 해킹으로 무단 조정시 발생한 사고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역시 일반적으론 운행자 책임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 사고 피해자는 발생했으므로 법적인 뒷받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예를들면 정부가 1차적으로 피해보상 후 구상권을 행사토록 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자율주행차 차체의 결함이 아닌 외부데이터의 오류나 통신장애가 발생, 사고가 났다면 어찌할까.

일각에선 외부데이터 오류나 통신장애의 경우까지 자율주행차 제조사가 감안하고 차량을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와함께 자율주행차 대여자(렌트카)나 무인택시 이용자의 경우 사고발생시 보상을 누구에게 받을 수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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