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올 3분기 신작에 울고 웃었다. 본격적으로 신작 온기가 반영된 게임사는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신작 발표를 앞둔 게임사들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4분기는 하반기 대작들이 대거 출시돼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본격적인 실적 반영은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3N 중 넷마블만 웃었다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메이저 게임사 '3N' 중에서는 올 한해 다수의 신작을 발표했던 넷마블이 나홀로 성장하며 그간의 부진을 만회했다. 넷마블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4% 늘어난 844억원, 매출은 17.9% 증가한 6199억원을 시현했다.
이같은 실적 개선은 2분기부터 이어온 '다작' 행보 때문이다. 넷마블은 지난 5월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를 시작으로 6월 '일곱 개의 대죄: GRAND CROSS' 'BTS월드'를 연달아 선보인 바 있다. 3분기는 매출이 온전히 반영되는 첫 분기다.
이에 비해 신작이 아닌 기존 IP에 의존했던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넥슨의 경우 '던전앤파이터' 부진으로 매출이 크게 줄었다. 넥슨의 3분기 영업이익은 27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성장했으나, 같은 기간 매출은 24% 감소한 5817억원이었다.
넥슨의 스테디셀러인 '메이플스토리'는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고 'FIFA 온라인4'과 '카트라이더 러시 플러스' 등이 선전했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주력 게임인 던전앤파이터의 부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엔씨소프트도 신작 부재 영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했다. 3분기 엔씨소프트는 매출 3978억원, 영업이익 12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은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신작이 없던 엔씨소프트가 그나마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리니지'의 힘이다. 엔씨소프트 측은 "리니지는 리마스터 업데이트 이후 2배 이상 증가한 이용자 지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리니지2는 부분 유료화 전환과 대규모 업데이트 영향으로 매출이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4Q도 신작이 좌지우지할 듯
4분기 역시 신작이 대형 게임사의 실적 향방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V4'와 '리니지2M'에 기대를 걸고 있다. 'V4'와 '리니지2M'은 하반기 게임시장을 뒤흔들 대작으로 꼽혀왔다. 특히 두 게임의 출시일 간격은 20일에 불과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다만 매출 성장과 별개로 신작 출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크게 늘면서 당장의 실적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경우 4분기 리니지 2M 출시에 따라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7.8% 늘며 큰 폭으로 성장하겠지만 마케팅비 또한 크게 증가해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짚었다.
넷마블의 경우 연내 선보일 예정이었던 'A3', '세븐나이츠2' 등의 신작 게임 출시를 내년으로 연기했다. 다작보다는 게임 완성도를 높이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그간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 이후 꾸준하게 실적을 끌어줄 '대작' 게임이 없다는 지적이 받아왔다. 넷마블이 신작 발표를 미루고 '웰메이드 게임'에 보다 집중하게 된 이유기도 하다.
지난 14일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 2019에 참석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이전에는 게임을 더 스피드하게 선보이는 것이 전략이었다면 지금은 웰메이드 게임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것이 궁극적으로는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NHN 넘어선 카카오
중견게임사는 다양한 양상을 보였다. 눈에 띄는 부분은 카카오 내 게임 사업 부문의 매출액이 NHN의 게임부문 매출을 넘어선 것이다.
3분기 카카오 게임부문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인 99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같은 기간 NHN의 게임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한 988억원을 기록했다. 근소한 차이지만 NHN의 게임부문 매출이 줄어들며 순위 변동이 나타난 셈이다.
NHN의 게임부문 매출 하락은 일본 NHN 한게임 매각 영향에 따른 결과다. 라인디즈니 쯔무쯔무와 웹보드 게임 매출 증가에도 PC 온라인 게임 매출이 감소하며 전체 매출 을 끌어내렸다.
이에 비해 카카오 게임부문은 지난 2분기 검은사막의 국내 서비스를 펄어비스로 이관했음에도 '패스 오브 엑자일'과 '테라클래식' 등 신작 게임에 힘입어 큰 타격을 피했다.
위메이드는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92% 줄었으나 중국 내 IP 분쟁으로 인한 대규모 대손충당금이 발생했던 전년 동기에 비해서는 4641% 급증했다.
웹젠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은 25.9%, 영업이익은 7.0%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39.2%를 기록해 전년 대비 상승했다. 해외 매출 비중도 61%로 5분기만에 국내 매출 비중을 앞지르며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네오위즈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한 5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국내외 시장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게임빌은 지난 3분기 국내외 출시한 게임들이 견조한 성적을 거두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손실이 63% 개선됐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일본 부진과 인건비 증가로 부진한 성적을 냈다. 3분기 영업이익은 3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4% 감소했다. 지난 1분기 출시한 검은사막 모바일의 일본의 초기 효과가 감소함에 따라 검은사막 IP(지적재산권)에서 발생한 수익이 전 분기 대비 10.8% 줄었다.
컴투스는 서머너즈 워 e스포츠 대회인 SWC(서머너즈 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이 작년보다 한 달가량 미뤄지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1%, 17.7% 떨어졌다. 지난해 SWC는 9월에 열렸지만 올해 10월에 개최되면서 관련 매출 및 패키지 판매가 3분기 실적에 반영되지 못한 것이다.
중견게임사 역시 4분기부터 다양한 신작 발표를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펄어비스는 오는 4분기부터 내년에 걸쳐 '섀도우 아레나' '플랜 8', '도깨비', '붉은사막' 등 신작 4종을 순차 발표할 예정이며 컴투스는 이달 자회사 데이세븐의 여성 타깃 스토리 RGP '워너비챌린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위메이드는 올해 안으로 '미르4', '미르W', '미르M' 개발을 완료한 뒤 내년 중 차례대로 발표할 계획이다. 게임빌은 이달 26일 출시하는 '게임빌 프로야구' 시리즈의 최신작 '게임빌 프로야구 슈퍼스타즈'에, NHN은 캐릭터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애프터라이프'에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