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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더리치]대기업도 군침 흘리는 한정판 운동화 시장

  • 2020.07.03(금) 23:14

[이호준 ㈜플래튼 대표 인터뷰 上]
“한정판 스니커즈, 발매 정보 자체가 한정판”
“대기업 플랫폼, 수수료 무료 정책 얼마나 갈지 의문”

누구나 가슴속에 사직서 한 장씩은 품고 다닌다죠. '존버'만이 답은 아닌 회사 생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울컥할 때마다 ‘퇴사하고 내 사업 시작할까’ 하는 생각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귀엽고 소중한 월급으론 한 달 살기도 바쁘지만, 또 막상 창업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인데요.

창업은 처음이니까. 현실감 떨어지는 수백억 벤처 성공 신화가 아닌, 주변 사람들의 돈 버는 이야기 먼저 들어보면 어떨까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돈이 되게 만드는 바로 그 방법. [투더리치]가 창업의 A to Z를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빌려 전해드립니다.[편집자]

"'나이키 X 사카이'? '지드래곤 X 나이키'? 이게 다 뭐람..."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한 이 녀석들의 정체가 궁금하셨을 텐데요. 바로 한정판 스니커즈(운동화)라고 합니다. 전 세계에 한정된 수량만 판매되는 아주 특별한 운동화죠. 높은 희소성 덕분에 원래 가격에 웃돈을 얹어 사고파는 '리셀(resell)' 거래도 활발하다고 해요.

그런데 한정판 스니커즈는 어떻게 해야 살 수 있을까요. 몇몇 모델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데 시세는 어디서 알아보죠. 리셀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한정판 스니커즈 정보 공유 플랫폼 '슈프라이즈'를 운영하고 있는 이호준 ㈜플래튼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한정판 스니커즈라... 생소하네요

▲한정판 스니커즈는 나이키, 아디다스 등 운동화 제조사가 발매 수량을 극히 제한하는 제품군입니다. 제품을 꾸준히 판매해 더 많은 사람이 신도록 하는 일반 운동화와 달리 최초 발매 이후 다시는 재발매하지 않는 조금 더 희소성이라는 가치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라고 할 수 있죠.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낯선 시장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이미 10년 이상 전부터 크게 활성화된 온 시장입니다. 그 중심에는 여러 유니콘 기업(약 1조원 이상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비상장기업)도 있고요.

-한정판 스니커즈는 가격대가 상당히 높던데요. 실제 착용 목적으로 사는 건가요

▲한정판 스니커즈 소비자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운동화를 공식 판매가, 즉 낮은 가격에 사서 웃돈을 받고 판매해 수익을 얻으려는 리셀 목적이고요. 두 번째는 본인이 좋아하는 한정판 스니커즈를 소장하거나 전시하고 싶은 수집 목적이고요. 마지막으로 한정판 스니커즈를 실제로 착용하려는 사람도 많죠.

-한정판 스니커즈는 어디서 살 수 있나요? 집 앞 매장에는 없더라고요

▲운동화 제조사들은 한정판 스니커즈를 아무 업체에나 공급하지 않아요. 한정판 스니커즈를 빼돌리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관련 직원들은 다 알거든요. 불미스러운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 신뢰성이 검증된 업체에게만 제품을 분배하는데 이마저도 물량이 굉장히 제한적이죠.

국내에서 한정판 스니커즈를 취급하는 매장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있고 그 외에는 부산에 몇 군데, 광역시 한두 곳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단순히 판매 대행만 하고 수익을 제조사와 나누는 업체가 있는 반면 한정판 스니커즈 물량을 우선 구매한 뒤 소비자들에게 다시 판매하는 업체도 많아요. 물량을 온전히 소진시켜야 하는 부담을 짊어지는 대신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할당받는 경우죠.

-그 정도라면 한정판 스니커즈는 발매 정보 자체가 한정판이겠어요.

▲맞습니다. 제조사가 자사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만 팔도록 할당한 물량이 따로 있거든요. 이 경우 공식 홈페이지에서 매주 업데이트되는 발매 일정을 확인할 수 있어요. 다른 매장들 역시 이 일정을 기준으로 한정판 스니커즈를 파는데 매장마다 판매 방식에 차이가 있어요. 이런 정보들이 파편화되어 있어 쉽게 찾아보기 어렵죠.

-한정판 스니커즈 구하려면 아파트 청약 신청하듯 응모해야 한다던데요.

▲해외에서는 미리 제품 발매 일정을 공지해두고 선착순으로 판매하면 '봇(bot, 일종의 매크로 프로그램)'들이 제품을 싹 쓸어가요.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 제품이 등록되는 걸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신발 사이즈를 선택하고, 결제까지 자동으로 이뤄지죠. 이런 프로그램 자체가 수백만원에 거래가 되고 있어요.

선착순 발매만 하면 봇들이 물량을 다 가져가버리니 판매처를 나누는 의미가 없어요. 어차피 특정 개인이 모든 물량을 독차지하는 상황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제품 구매 기회를 응모 방식으로 나눠줌으로써 문제점을 해결하도록 한 거죠.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이 일반 중고거래와 다른 점은 뭐죠.

▲보통 중고거래에선 제품 가격이 정가에 비해 떨어지지만, 한정판 스니커즈는 희소성이 높기 때문에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죠.

-리셀 거래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요.

▲얼마 전까지 대다수 거래는 몇몇 폐쇄적인 온라인 커뮤니티 내에서 이뤄졌습니다. 시세 정보를 찾아보는 것도 어려웠고, 진품 여부나 제품 하자 여부도 알기 힘들어 초보자들이 거래하기엔 까다로운 상황이었죠. 최근엔 국내에도 해외 플랫폼을 벤치마킹한 거래 중개 플랫폼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요.

-전 세계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수조원에 달하죠(미국 중고의류 업체 스레드업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약 20억달러(2조4000억원). 가장 큰 리셀 중개 플랫폼 업체인 미국 '스탁엑스'는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았고요. 게다가 시장 규모가 정체되지 않고 매년 성장하고 있어요.

-한국 시장도 그만큼 성장하고 있나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은 일부 마니아들의 '그들만의 리그'였어요. 워낙 폐쇄적으로 거래가 이뤄져 시장 규모 집계 자체가 어려웠죠. 그러다 2018년부터 국내 플랫폼이 등장해 본격적인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했어요. 올해부턴 대기업들도 리셀 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거예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 의류 쇼핑몰 '무신사' 등 대기업들이 리셀 중개 플랫폼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데요. 시장 반응은 어떤가요.

▲여러 기업들이 경쟁하면서 중개 수수료가 무료인 플랫폼이 늘어났기 때문에 각종 리셀 커뮤니티의 반응은 좋습니다. 실제로 개인 간 거래가 대다수였던 시절보다 훨씬 많은 거래량이 발생하고 있고요.

다만 새롭게 시장에 참가한 기업이 신규 사용자를 유치하기 위해 당장은 수수료를 받지 않지만, 리셀 플랫폼 기업의 가장 큰 수입원이 거래 중개 수수료와 진품 판정 수수료인 이상 현재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죠.(下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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