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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더리치]스니커즈 리셀러가 '되팔렘'이라고?

  • 2020.07.09(목) 10:45

[이호준 ㈜플래튼 대표 인터뷰 下]
“리셀러에 부정적 시선, 개인보다 구조적 문제”
“스니커즈 리셀 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해야”

누구나 가슴속에 사직서 한 장씩은 품고 다닌다죠. '존버'만이 답은 아닌 회사 생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울컥할 때마다 ‘퇴사하고 내 사업 시작할까’ 하는 생각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겁니다. 귀엽고 소중한 월급으론 한 달 살기도 바쁘지만, 또 막상 창업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인데요.

창업은 처음이니까. 현실감 떨어지는 수백억 벤처 성공 신화가 아닌, 주변 사람들의 돈 버는 이야기 먼저 들어보면 어떨까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돈이 되게 만드는 바로 그 방법. [투더리치]가 창업의 A to Z를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빌려 전해드립니다.[편집자]

'되팔렘'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게임 캐릭터 ‘네팔렘’과 ‘되팔다’를 합성한 신조어로, 희귀한 물품을 사재기한 뒤 되팔아 시세 차익을 얻는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인데요.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러 역시 '그래봤자 되팔렘 아니냐'라는 편견 섞인 시선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이호준 (주)플래튼 대표는 "리셀러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시장환경 때문에 생긴 구조적인 문제"라고 진단합니다. 그가 월 수익 500만원 이상 거두던 리셀러 활동을 접은 이유와도 연관되어 있다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이유를 물었습니다.(上편에서 이어집니다)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많은가요

▲해외에는 많죠. 국내 시장이 아직 덜 열렸다고 표현을 하는 게 적합한 것 같아요. 특정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소수의 인원들만 이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어요. 반면 해외에선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이미 모든 사람들에게 열렸거든요. 참여 인원의 풀(pool)도 굉장히 넓어요.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에선 이미 리셀러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어요.

-전업 리셀러가 되려면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까요

▲초보자가 '나는 리셀러가 될 거야'라고 마음먹는다고 해서 바로 뛰어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신제품 발매 정보가 곧 돈이 되기 때문에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굉장히 폐쇄적이에요. 그래서 초보자가 시장을 바로 뚫고 가기에는 제한되는 부분이 많죠.

신상품 발매 일정, 발매 수량 등은 업체들끼리 뒤에서 공유하는 정보들이기 때문에 그 업체들과 연결고리가 있으면 리셀러로 활동할 때 도움이 많이 되죠. 하지만 그런 방식이 합리적이고 공정하다고 볼 수는 없어요. 초보자들에게는 권유해 드리기는 어렵죠.

-리셀 거래하다 보면 ‘이게 혹시 가짜면 어쩌지’ 걱정도 될 것 같아요

▲실제로 제품을 속여서 판매해 발생한 분쟁 사례가 많았죠. 그래서 분쟁을 중재해 주거나, 정‧가품 여부를 판정해 주는 몇몇 인플루언서가 있었어요. 오랜기간 다양한 제품을 실제로 봤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가품 여부를 판정해 준 거죠. 지금 그분들은 중개플랫폼으로 자리를 옮겨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요.

-전업 리셀러 활동 경험이 있나요. 당시 수익은 어땠나요

▲발매처는 한정판 스니커즈를 1인당 1족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해요. 그래서 전업 리셀러는 아르바이트생을 10명 이상 동원해서 신발을 사죠. 부끄럽지만 저도 아르바이트생을 써서 구매를 한 적 있어요. 한달 평균 500만원 이상 수익을 거둔 시기도 있었고요.

-리셀러라고 하면 ‘사재기’나 ‘되팔이’가 생각나요. 이미지가 썩 좋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죠. 지금까지는 소수의 리셀러가 한정판 스니커즈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시장을 독점적으로 운영했어요. 공평하지 않은 기회를 바탕으로 그들이 권력을 쥔 셈이잖아요.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밖에 없었죠.

그런데 이 문제는 리셀러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시장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시장에 참여하는 사람이 워낙 적었잖아요. 그래서 지금처럼 대기업들도 시장에 뛰어들고, 여러 인플루언서들이 지속적으로 한정판 스니커즈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알리고, 플래튼이 운영하고 있는 '슈프라이즈'처럼 시장을 개선하려는 여러 스타트업들이 활성화된다면 서서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업계가 개선해야 할 점은 뭔가요

▲신제품 발매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소비자에게 조금 더 편리한 한정판 신발 구매 경험을 선물하고자 하는 플랫폼들이 생겨나면 정보 불균형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겠죠. 소비자들이 ‘이 플랫폼에 들어가면 한정판 신발을 쉽게 구매할 수 있어’라고 인식하면 업계 이미지도 개선되고, 그에 따라 더욱 많은 사용자가 유입돼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거라고 믿습니다.

-해외 리셀 거래도 가능한가요

▲단순히 신제품 발매하는 1차 편집숍뿐만 아니라, 이 물량을 구매해 전시와 판매를 같이 하는 다양한 리셀숍이 전 세계에 존재합니다. 중국, 미국 등 해외 리셀숍 간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요. 국내 시세가 저렴한 모델을 해외에 판매해 시세차익을 얻거나, 반대로 중국이나 미국 시세가 낮은 모델을 국내로 들여와 마진을 남기는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미국에 팔려면 미국 리셀 중개 플랫폼을 이용해야 하나요

▲그렇죠. 미국 플랫폼 중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게 ‘스탁엑스’라는 플랫폼일 텐데요. 스탁엑스는 글로벌 물류기업 UPS랑 협약을 맺고 있습니다. 국내 리셀러 역시 스탁엑스를 통해 판매 계약이 체결되면 UPS 직원이 제품을 수거하러 본인 주소지로 찾아옵니다. 배송 기간이 조금 더 오래 소요되기는 하지만, 해외 거래도 충분히 가능한 거죠.

-리셀 시장에서 파생된 사업도 있나요

▲한정판 신발 관리용품 시장이 형성되어 있죠. 한정판 신발은 워낙 가격대가 높다 보니 상품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 소비자들이 관리용품에 많이 투자하거든요. 기본적인 제품으로는 한정판 신발이 잘 보이도록 전시하고 보관하는 신발 상자가 있고요. 신발을 착용하다 밑창이 닳아서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밑창 보강 제품도 많이 팔립니다. 아무래도 신발은 쉽게 더러워지거나 변색될 수 있으니 세척용품도 여러 가지가 있고요.

이미 해외에는 유명한 관리용품 브랜드가 많아요. 국내에서 만든 관리용품 브랜드는 사실상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국내 마니아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고 있는 제품들 역시 전부 해외에서 들어온 제품들이라 가격대가 높은 편이에요.

-초보 리셀러들에게 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처음부터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을 부업 아이템으로 권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리셀을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부분도 분명 존재하죠. 리셀을 단순한 돈벌이 수단으로만 바라보기보다 한정판 신발을 직접 구매해보면서 제품과 시장의 가치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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