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리셀(재판매) 플랫폼 '크림'이 계속된 적자에도 아시아 권역 C2C(개인간거래) 플랫폼에 잇따라 투자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크림은 일본의 리셀 플랫폼 스니커덩크를 운영하는 소다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 일본 시장 경쟁력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크림의 자체 현금창출 능력은 미미하지만 외부자금 유치와 함께 지배기업 네이버가 지원 사격에 나서면서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크림, 일본 리셀시장 1위 '소다' 자회사 편입
네이버의 손자회사 크림은 소다에 976억원을 투자해 9752주를 매입한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이는 크림의 지난해 말 자기자본(7억원) 대비 1만3617%에 달하는 규모다. 매입 방식은 현금취득으로 취득예정일자는 내년 3월29일이다.
크림이 이번에 소다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면 보유 지분율이 43.6%로 늘어나 최대 주주가 된다. 크림은 2021년 7월 소다에 355억원을 투자해 지분 14.9%를 확보한 데 이어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면서 지배력을 확대했다. 크림은 내년 상반기 소다를 연결 자회사로 편입하는 한편 기존 경영진을 유지하고, 일본 시장에서 별도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소다는 경쟁 플랫폼인 '모노카부'를 인수한 후 일본 리셀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말 당기순손실 54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규모는 전년(256억원 손실) 대비 2배 넘게 늘었으나, 같은 기간 매출은 4배 가까이 상승했다.
국내외 기업 지분투자 계속
크림은 사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에 지분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티켓베이 운영사 '팀플러스'의 지분 43.13%를 44억원을 들여 취득했고, 상품 검수를 전문으로 하는 '페이머스 스튜디오'의 지분 66.7%를 90억원에 취득하며 100% 자회사로 들였다.
아시아 권역 C2C 플랫폼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인도네시아의 C2C 플랫폼 'PT카루니아 인터내셔널 시트라 켄카나'(PT카루니아)에 12억원을 투자해 436주를 획득하면서 지분 29.36%를 확보했다. 크림의 첫 번째 투자 대상이었던 태국의 한정판 거래 플랫폼 '사솜 컴퍼니' 지분도 기존 30%에서 34.4%까지 늘렸다.
소다뿐만 아니라 크림이 투자한 해외 C2C 플랫폼 대부분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솜 컴퍼니와 PT카루니아는 각각 12억원, 2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크림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현지 핵심 플랫폼을 인수해 더욱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가 북미 1위 C2C 플랫폼인 '포시마크', 유럽 중고 거래 플랫폼 '왈라팝'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한 사례도 마찬가지다.
유상증자·지급보증 등 지원 나선 네이버
크림은 지난해 매출 459억원을 냈으나 영업손실 860억원, 당기순손실 2636억원을 기록했다.
크림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체 현금창출력은 미미하지만, 국내외 벤처캐피탈(VC)의 투자와 지배기업의 지원에 힘입어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크림은 200억원 이상의 시리즈A,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2206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받았다.
지배기업인 네이버도 수차례 자금을 수혈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약 500억원을 직접 투자한 바 있다.
또 크림이 소다와 사솜 컴퍼니의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밝힌 지난 4일 네이버는 492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선다고 발표했다. 크림 관계자는 "(소다 측에서) 주식매매 대금 지불을 네이버가 보증해달라고 요청해 지급보증을 서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