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 중에도 4~5인치 화면크기 스마트폰이 아닌 100인치 대화면의 '나만의 극장'에서 영화나 유튜브 콘텐츠를 감상할 수 없을까.
#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화면이 아닌 내 방 전체를 마치 거대한 스크린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없을까. 방안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서 한쪽에선 유튜브 영상을 틀고 다른 나머지 한쪽에선 네이버 검색창을 띄워 사용한다면 어떨까.
영화 '킹스맨'이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나 나올 법한 장면이 현실화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안경형의 증강현실(AR)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았는데 기존 폐쇄형의 가상현실(VR) 기기와 달리 투명한 렌즈를 사용, 이용 중에도 앞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화질이 생각보다 선명하고 대화면으로 키워도 깨짐이 덜해 영상 콘텐츠를 더욱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다만 70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제품 가격을 무릅쓰고 선뜻 구매하기 아직 마땅한 즐길거리가 없다는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LG유플러스는 11일 서울 용산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계 최초 5G 증강현실(AR) 글래스 'U+리얼글래스'를 오는 21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산업 특수 현장용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한 5G AR글래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
U+리얼글래스는 안경처럼 기기를 착용하면 렌즈를 통해 눈 앞 가상공간에 스마트폰 화면 콘텐츠를 미러링해 보여주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기존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이 B2B 시장을 타깃으로 한 AR글래스를 내놓은 바 있으나 우리돈 약 230만원(2000달러)에 달하는 비싼 가격과 일반 안경 무게의 10배에 달하는 무거움(300g) 등의 한계로 기대만큼 확산하지 못했다.
이에 비해 U+리얼글래스의 출고가는 69만9000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에 속하고 무게는 88g으로 산업용에 비해 한결 가벼워진 것이 최대 장점이다.
안경처럼 착용하면 가상화면이 내 눈 앞에
이날 발표 행사장에서 제품을 사용해보니 생생함과 자유로운 사용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우선 U+리얼글래스를 안경처럼 착용한 이후 스마트폰에 케이블을 연결하니 '네뷸라(Nebula, AR글래스 플랫폼)'가 자동으로 실행되면서 눈 앞에 대화면이 펼쳐졌다.
안경 렌즈가 투명해 U+리얼글래스를 착용하고 콘텐츠를 감상하는 중에도 주위를 볼 수 있다. 마치 추억의 만화 '드래곤볼'에 등장하는 상대방의 전투력을 측정하는 AR기기 '스카우터'를 착용한 것과 비슷하다. 사용자를 둘러싼 360도 공간에 콘텐츠 화면 배치와 크기 조정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착용하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스마트폰과 동일하게 앱을 구동할 수 있기 때문에 화면 조절과 앱 선택 등 기본적인 작동방법만 익히면 큰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다.
AR글래스를 통해 눈 앞에 펼쳐진 화면에서 스마트폰을 리모콘처럼 활용하고 화면에 나온 포인터로 앱을 선택하고 작동할 수 있다. 케이블선으로 U+리얼글래스와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스마트폰이 스크린에 가상의 레이저 포인터를 쏘는데 이를 마우스 커서처럼 사용하면 된다.
나에게 맞는 화면 크기와 화면 위치는 화면에 나타난 포인터를 통해 조절할 수 있다. 최적의 화면 크기와 위치를 찾았다면 얼굴을 어느 방향으로 돌리든 화면은 내 시야를 따라올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다. 또는 얼굴을 돌리더라도 화면은 움직이지않고 한자리에 고정할 수도 있다.
소리는 U+리얼글래스에 내장돼 이어폰을 낀 것과 같은 음향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내가 무엇을 보든, 내가 어떤 음악을 듣는 나 외에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다.
U+리얼글래스의 장점은 콘텐츠를 내 눈 앞에 큰 화면으로 몰입감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과 멀티태스킹에 유용하다는 점이다. 화면은 100인치까지 확대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멀티태스킹을 할 때는 스마트폰 기능이 아무리 좋더라도 화면이 작아 한계는 있었다. U+글래스는 이를 극복했다. 앱을 동시에 최대 3개를 구동할 수 있다. 유튜브를 보면서 포털사이트에서 연예인 이름을 검색하고 친구에게 바로 영상을 공유할 수 있다. 프로야구 게임을 보다가 선수의 이전 경력을 확인할 수 있다.
U+리얼글래스를 이용하면 양손도 자유로워진다. 소파나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할 때 스마트폰을 팔로 들어야 하는 불편함은 사라진다.
아쉬운 대목은 고가의 기기임에도 선뜻 구입할 만한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다. 큰 화면으로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콘텐츠는 영화나 드라마를 꼽을 수 있다.
이 제품은 LG유플러스가 제공하는 동영상 서비스 'U+모바일tv'의 콘텐츠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으나 넷플릭스나 웨이브 등의 다른 회사에서 제공하는 OTT(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DRM(디지털콘텐츠에 저작권을 보호하는 기술) 제약 탓에 유료 회원이라 해도 이용할 수 없다.
U+리얼글래스는 스마트폰 화면과 '미러링' 하는 방식으로 AR 화면을 제공하기 때문에 DRM이 걸린 콘텐츠는 미러링 재생이 막힌다. 스마트폰에 있는 '모든' 콘텐츠를 대화면으로 즐기기엔 아직 시기상조인 셈이다.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부분이 장점이지만 U+글래스를 착용한 채 키보드 입력을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가상화면을 내 시야에 고정하면 스마트폰 키보드를 보기 위해 고개를 숙이는 순간 가상화면과 키보드가 겹쳐서 보인다. 가상화면을 정면에 고정시키면 가상화면과 키보드가 겹쳐보이지는 않지만 키보드로 입력한 화면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고개를 들었다가 숙였다를 반복해야 한다.
빠른 배터리 소모도 단점으로 꼽힌다. U+글래스는 스마트폰을 통해 전력을 공급받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U+글래스를 약 한 시간 반 정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영화 한 편을 보기에 빠듯한 시간이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30% 정도 남으면 안내 팝업창이 뜨고 U+리얼글래스 사용은 중단된다. 긴급한 상황에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배터리 30%를 남겨두는 것이다.
U+리얼글래스의 출고가로 69만9000원(VAT포함)으로 다른 AR글래스에 비해 저렴한 가격이지만 여전히 한계점은 있어 사용자의 지갑을 열게 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원격회의 시스템 출시·핸드 제스쳐 기능 개발 중
U+리얼글래스는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에서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앱들을 작동할 수 있다. 연내에는 U+AR, U+VR을 U+리얼글래스 전용 앱으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U+프로야구, U+아이돌라이브(Live) 앱에서도 AR글래스 전용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미국의 AR·VR 협업 플랫폼 개발 기업 '스페이셜(Spatial)'과 협업을 통한 원격회의 시스템 '스페이셜'도 출시한다. 스페이셜은 다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가상의 회의실에 모여 협업할 수 있는 AR글래스 앱 서비스다. 최대 10명까지 접속 가능하며 각 개인은 자신을 대표하는 아바타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진다. 가상 회의실에서 파일 자료나 동영상도 함께 볼 수 있다.
또 엔리얼은 화면 조작을 스마트폰이 아닌 핸드 제스처(hand gesture, 손짓)를 인식하는 서비스도 개발 중이다. 내년 상반기 핸드 제스처 기반의 앱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U+리얼글래스 색상은 '다크 그레이'로 제공된다. '5G 프리미어 플러스(월 10만5000원, VAT포함)' 이상 요금제 가입 시 '스마트기기 팩'을 선택하면 U+리얼글래스를 5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 가능하다.
U+리얼글래스 서비스는 U+5G 가입자만 이용할 수 있으며 현재 '갤럭시노트20'과 연동이 가능하다. 연내 'LG벨벳'과 'V50', 'V50S'으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준형 LG유플러스 5G서비스추진그룹장은 "U+리얼글래스는 B2C 대상으로 출시하는 첫 AR글래스로 가격은 더 내려가야겠지만 지금까지 출시된 AR글래스 중 가장 합리적인 가격이다"라며 "같은 오브젝트(Object)라도 스마트폰에서 보는 것과 AR글래스로 360도 시야를 확보한 상태에서 보는 것은 고객 가치가 크게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