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2~3곳 이상 사용해 본 경험들이 있을 겁니다. 일반적인 국내 대중음악을 듣는 사용자라면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든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음원 콘텐츠 자체는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할인 이벤트에 따라 음원 서비스를 바꾸는 경우도 종종 있죠.
하지만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무한정 할인 이벤트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이에 음원 사이트들은 충성 고객을 만들기 위해 '추천서비스(큐레이션)'를 무기로 내세웁니다. 내 취향과 비슷한 음악을 내가 굳이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알아서 추천해주는 것이죠.
글로벌 음원 서비스 강자 '스포티파이'가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음악 추천 기능 덕분이었습니다. 스포티파이의 큐레이션은 전 세계 2억5000만명 이상의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분석과 전문 인력이 추천하는 선곡이 결합됩니다.
특히 최근엔 데이터 분석과 AI 기술 발전으로 추천 서비스가 더욱 정교해지고 있어 음원 서비스 기업들은 각사의 추천 서비스 특징과 장점을 적극 홍보하는 추세입니다.
333개 컬러로 표현하는 지니뮤직
최근 지니뮤직은 음악 추천 방식에 '색상'을 새롭게 적용했습니다. 바로 컬러와 음악을 매칭한 '뮤직컬러' 서비스입니다.
뮤직컬러는 지니뮤직에 있는 모든 음악을 333가지 컬러로 매칭하고 사용자들의 음악 감성 및 취향을 컬러로 표현합니다. 사용자마다 표현된 컬러에 해당하는 컬러의 음악을 추천해줍니다.
뮤직컬러는 사용자가 매일 어떤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자신만의 뮤직캘린더에 기록됩니다. 자신의 음악 감성이 매일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매칭된 뮤직컬러뿐 아니라 인기 있는 뮤직컬러의 추천음악도 확인할 수 있어 '음악 편식'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지니뮤직을 운영하는 KT뮤직 관계자는 "최근 MBTI가 유행하듯이 뮤직컬러도 음악의 MBTI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자신의 음악 성향이 컬러로 표현되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하는 재미요소가 있어 MZ세대를 중심으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뮤직컬러를 적용한 후인 지난 10월 30일 기준으로 전월 대비 전체 스트리밍은 12.5% 증가했습니다.
기존 큐레이션 기능은 추천음악을 단순히 나열하는 데 그쳤다면 뮤직컬러는 사용자의 음악 취향 정체성을 색상으로 표현하고 공유하면서 드러내는 요소 덕분에 사용자들이 추천받은 음악을 실제로 듣는 경험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KT뮤직 관계자는 "과거의 큐레이션은 추천하는 음악 리스트만 보여줬는데 이는 사용자가 직접 눌러서 듣게 하기까지 허들이 있었다"면서 "뮤직컬러를 통해 재미요소를 추가해 허들을 낮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의 힘, 멜론
멜론의 가장 큰 강점은 2004년부터 현재까지 오랫동안 서비스를 이어온 덕분에 방대한 데이터가 쌓여 있다는 점입니다.
양질의 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추천서비스는 더욱 정교해질 수 있습니다. 사용자 개인의 취향뿐 아니라 사용자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다른 사용자의 감상 이력을 바탕으로 클러스터링(유사성에 따라 데이터를 그룹으로 분류하는 알고리즘)된 데이터는 보다 정교한 추천이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또 멜론은 카카오에 인수된 후에는 카카오의 추천 엔진을 도입해 AI 기반 큐레이션 기술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카카오는 2014년부터 빅데이터를 활용한 AI 기술을 큐레이션 등에 적용했습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AI 기반 개인화 큐레이션 '포유(For U)'와 사용자 이용이력을 분석한 'MY' 입니다.
지니뮤직이 '뮤직컬러'로 사용자의 음악 취향을 표현했다면 멜론은 개인별 '뮤직DNA'가 있습니다. 뮤직DNA는 사용자의 음악 감상 횟수와 감상 패턴, 선호장르, 아티스트 취향, 감상스타일 등 이용 이력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음악이나 아티스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또 멜론은 큐레이션에 T.P.O(시간, 장소, 상황)를 반영합니다. 멜론을 운영하는 카카오 관계자는 "보통 음악은 감상에 시간과 공간 제약을 적게 받기 때문에 일상에서 가깝게 접하는 콘텐츠인 동시에 기분과 상황 등 감상 환경에 밀접하게 영향을 받는다"며 "멜론은 사용자의 상황, 기분 등 TPO를 입력해 큐레이션의 완성도와 만족도를 높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카카오 관계자는 "실시간, 일단위, 주단위, 월단위 등 미세하게 변하는 이용자의 취향을 추천에 반영한 덕분에 지난해 멜론5.0 출시 후 '포유'에서 재생되는 스트리밍수는 올 3월 기준 약 69%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플로, '마이크로 개인화' 추구
플로(FLO)는 '마이크로 개인화'라는 방향성으로 개인 맞춤형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멜론이 카카오의 AI 엔진을 적용한다면 플로는 SK텔레콤의 T3K와 협업해 AI 추천 기술을 고도화했습니다.
플로는 음악 추천에서 한 단계 나아가 재생 순서에도 기술을 적용합니다. 지난 5월엔 '내 취향 믹스(MIX)' 서비스 업데이트를 통해 사용자의 재생 이력, 선호 등 취향을 기반으로 플레이리스트 재생 순서를 재정렬해줍니다.
또 '점프(JUMP)'를 통해 사용자가 마음에 든 곡과 유사한 곡을 추천해주는 기능도 있습니다. 플로의 모든 플레이리스트에서 '점프' 버튼을 누르면 유사한 곡을 모은 '비슷한 플레이리스트'와 장르 및 테마별로 추천하는 '주제별 플레이리스트'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점프를 통해 무한대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음악 취향 기반의 '오늘의 추천' ▲선호 아티스트를 기반으로 추천하는 '좋아할 만한 아티스트 믹스(MIX)' ▲많이 들은 장르 기반으로 음악을 추천하는 '나를 위한 새로운 발견' 등의 개인 맞춤형 음악 추천 큐레이션 기능이 있습니다. 이 기능들의 사용 비율은 지난해 1분기 3%에서 올해 2분기 30%까지 상승했습니다.
최근에는 취향에 맞지 않는 곡은 추천에서 제외하는 '이곡 안 듣기' 기능도 도입했습니다. 아무리 정교한 추천 서비스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곡이 추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이곡 안 듣기'를 누르면 해당 곡을 AI가 더 이상 추천하지 않으며 플레이리스트나 차트에서도 자동으로 제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