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라이벌' 네이버와 카카오가 요즘 '핫(hot)'한 NFT(대체불가능토큰) 마켓을 선점하기 위해 맞붙었다. NFT란 디지털 자산에 붙는 일종의 '진품 확인서'. 그림이나 영상 등의 디지털 파일에 복제가 불가능한 암호를 블록체인 기술로 붙임으로써 희소성을 갖게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최근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블록체인 자회사를 통해 NFT를 사고팔 수 있는 마켓 출시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그동안 두 회사는 자체 코인을 나란히 발행한데다 한국은행의 디지털 법정화폐(CBDC) 모의실험 참여로 기술력을 과시하면서 꾸준히 경쟁을 벌여왔다. 두 회사의 새로운 경쟁 무대로 NFT 마켓이 부상하고 있다.
네이버 라인, 일본서 NFT 마켓 내년에 선봬
네이버는 일본에서 '라인 NFT'라는 이름의 마켓을 내년 상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운영하는 LVC는 지난 15일 이 같은 내용의 운영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라인은 시험 버전으로 NFT 마켓을 제공해왔다. 내년에 선보일 정식판에선 NFT를 라인 메신저나 자체 가상자산 지갑 '비트맥스 월렛'에 보관할 수 있다.
네이버는 2018년부터 가상자산 '링크'를 발행하면서 블록체인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링크는 쇼핑 등 라인의 서비스를 이용한 이들에게 적립금처럼 보상하는 가상자산이다. 올 8월엔 국내 거래소 빗썸에 상장했다.
링크는 지난해 일본 금융청이 관리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협회의 '코인 화이트리스트'에 올랐다. 일본에선 코인 화이트리스트에 오른 가상자산만 일본 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다.
링크의 강점은 일본에서 쓰일 곳이 많다는 것. 라인이 야후재팬과 경영 통합으로 생태계를 넓혔기 때문이다. 라인 메신저와 야후재팬의 지난해 기준 월 이용자는 각각 8400만명과 5000만명이다.
올해 7월 네이버와 카카오는 가상자산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은행의 CBDC 모의실험 사업자에 지원했다. 사업자로는 그라운드X가 선정됐다.
카카오, 메신저 활용 마켓 정식 서비스
카카오도 NFT 마켓을 열기로 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는 17일 '클립 드롭스'란 마켓을 정식 서비스한다. 올 7월 공개한 클립 드롭스는 그동안 시험버전으로 운영됐다.
이 곳에선 그라운드X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에서 발행한 NFT를 사고팔 수 있다. 구매한 NFT를 카카오톡 메신저에 탑재한 가상자산 지갑 '클립'에 저장할 수 있다.
카카오 역시 네이버처럼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역량을 모아왔다. 블록체인 플랫폼은 노드(서버)로 참여하는 개인 또는 단체에 의해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드 운영자들은 재단이나 협회를 꾸려 블록체인 플랫폼을 경영하기도 한다.
클레이튼은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이라는 협회가 운영한다. 해당 협회엔 카카오뿐만 아니라 LG전자, SK네트웍스, 신한은행, 넷마블, 신한은행, 아모레퍼시픽 등 다양한 기업이 회원으로 참여했다.
회원 기업이 기존에 제공하던 서비스들이 카카오의 블록체인 사업과 연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가령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화장품 보증서를 카카오의 블록체인을 통해 NFT 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이나 중고 시장에서 가짜 화장품을 판별할 수 있다. 가상자산 클레이로 상품을 구매하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현재 클레이는 빗썸과 코인원 등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상태다.
이더리움 지원 여부 '변수'
네이버와 카카오의 NFT 마켓 경쟁은 '이더리움' 지원 여부에 따라 성패가 엇갈릴 전망이다. 세계 첫 NFT 서비스로 꼽히는 '크립토펑크' 등 대부분 서비스가 '이더리움 중심'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서비스하는 마켓 및 가상자산 지갑은 자체 운영 플랫폼을 통해 발행한 NFT만 지원한다. 현재로선 이더리움을 비롯한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만들어진 NFT를 거래하거나 저장할 수 없다.
두 거래소에서 구매한 NFT를 다른 거래소를 통해 판매하거나, 다른 기업의 지갑에 보관하기도 어렵다. 마찬가지로 자체 플랫폼에서 만든 것만 취급하기 때문이다. 이용자 이탈을 막는데 도움이 되지만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그라운드X와 라인은 NFT 마켓과 지갑에서 이더리움을 지원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현재로서는 없다"고 답했다.
이로 인해 네이버와 카카오가 메타버스 및 게임과 연계한 서비스에 주력하지 않겠느냐란 관측이 나온다. 이용자 유입 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라인은 일본에서 네이버Z의 메타버스 서비스 '제페토'에서 사용할 수 있는 NFT 아이템을 지난달 11월 발행했다.
카카오는 그라운드X의 파트너 업체들과의 협업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게임을 징검다리로 NFT 생태계를 확대하는 것이다. 특히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의 회원사인 펄어비스, 넷마블과 협력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 게임 계열사인 카카오게임즈와 협업을 빼놓을 수 없다. 올 3월 카카오게임즈 이사를 맡고있는 최용석 성장지원실장은 그라운드X에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