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다.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자진 사퇴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서다.
스톡옵션 논란은 내부 갈등으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특정 경영진에 성과 보상이 집중된 반면 구성원들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고 나섰다.
카카오는 기존 공동대표 체제를 비롯해 단독대표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리더십 개편에 나설 계획이다.
정의정·정주환·남궁훈 등 차기 대표 하마평
14일 카카오에 따르면 류영준 대표 내정자의 자진 사퇴에 따라 기존 공동대표 체제 유지를 비롯해 여민수 단독대표 체제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차기 리더십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11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카카오 공동대표로 내정했으나 류 대표 내정자가 '스톡옵션 먹튀 논란'에 휘말리면서 지난 10일 자진사퇴하게 됐다.
류 내정자의 사퇴로 카카오 차기 경영 체제가 어떻게 꾸려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동대표제를 이어간다면 류 내정자 후임으로 정의정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정주환 신사업총괄 등 개발자 출신 리더들이 거론된다. 테크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내세우기에는 개발자 출신 리더가 제격이라는 판단에서다. 류 내정자 역시 개발자 출신으로 카카오페이의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이끈 성과를 인정받았다.
1971년생인 정의정 CTO는 SK컴즈에서 싸이월드 개발에 참여한 인물이다. 이후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네이버에서 검색관리시스템팀장과 모바일정보플랫폼팀장을 지냈다. 2013년 카카오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로 합류해 '카카오톡 채널'로 수익 사업을 이끌었다. 다만 정 CTO는 지난해 10월 CTO로 선임돼 보직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주환 신사업총괄(부사장)은 카카오T 출시를 기획 단계부터 주도해 현 카카오모빌리티 성장에 공을 세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20년 3월 카카오본사로 복귀해 신사업을 발굴·추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과 함께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센터 공동센터장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김범수 의장의 '복심'으로 통하는 남궁 대표는 카카오게임즈의 기업공개와 모바일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흥행을 이끌며 카카오게임즈를 게임업계 신흥 강자로 성장시켰다. 지난해 12월에는 카카오의 미래 10년 사업을 준비하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의 공동 센터장으로 발탁됐다.
카카오가 공동대표 체제를 접고 단독대표 체제로 선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단독대표를 비롯해 여러가지 가능성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내부 논의와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대로 공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부 갈등 수면위로…'공동체 결속' 과제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들이 '먹튀 논란'을 휘말리면서 임직원들의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오르는 모양새다.
카카오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카카오페이는 2017년 카카오에서 분사해 설립된 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포괄임금제를 유지하고 있고 유연근무제 또한 시행하고 있지 않다"며 "크루들은 지금까지 충분히 고통을 감내하고 회사의 성장을 위해 참아왔으나 그 결과 경영진은 수백억의 차익을 얻었고 크루들은 변함없이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의 성장은 카카오페이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 이뤄낸 결과인데 결실은 특정 임원진에게만 집중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노동조합은 카카오페이의 법정근로시간 초과와 포괄임금제 등에 대해 단체협약 및 임금교섭을 통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계열사 리스크도 다시 한번 부각됐다. 카카오는 그간 독립 경영 기조를 바탕으로 계열사들이 각자도생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회사의 몸집이 커지면서 그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들어 계열사들이 동시다발 상장에 나서면서 수익성 극대화에 매몰되는 등 각자도생의 부작용이 부각되고 있다"며 "카카오 모기업 자체의 문제보다도 일종의 계열사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카카오 내부에는 2017년부터 공동체 간 이슈를 조정하고 계열회사를 지원하는 '공동체컨센서스센터'가 있었다. 하지만 그간 계열사 리스크가 부각될 때마다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카카오 노조 역시 10일 류영준 대표 사퇴 발표 이후 낸 입장문에서 "계열사를 관장하는 컨트롤타워가 본사에 있지만 작동하지 않았다"며 "지난 한달간을 뒤돌아보면 위기대응에 실패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카카오는 기존의 공동체컨센서스의 명칭을 '코퍼레이트(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로 변경하고 역할을 강화하기로 했다. 카카오의 사회적 역할과 임직원의 윤리 의식 강화, 리스크 방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여민수 대표가 센터장을 맡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는 카카오의 지속가능한 성장 관점에서 공동체 전략 방향의 얼라인먼트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고민하는 조직"이라며 "미래이니셔티브센터와 함께 양축으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