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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유저 적극적 의사표시 '소통으로 화답된다'

  • 2022.08.30(화) 16:28

마차 시위 나선 게임 이용자들
게임사-이용자 관계 변화 의미

IT 중심지인 판교 일대에 중세 시대의 마차가 등장했습니다. 카카오게임즈의 인기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유저들이 회사의 게임 운영에 불만을 품고 마차 시위를 기획한 것입니다. 이에대해 카카오게임즈는 이용자 의견을 수렴해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게임유저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작년부터 트럭 시위 등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는데요. 유저들의 시위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마차 시위가 일어나기까지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는 실제 경주마를 모티브로 캐릭터를 육성하고, 경주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마 게임입니다. 일본의 '사이게임즈'가 이 게임을 개발했고, 한국에서는 카카오게임즈가 지난 6월 20일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이 게임은 국내 출시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작년 2월 일본 출시 후 약 1년이 지난 올해 4월에 14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도 구글 매출 1위를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며 일 매출 150억원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잘 나가던 우마무스메는 출시 2개월 만에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지나친 과금 정책과 함께 한국과 일본 서버의 운영 차별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카카오게임즈가 일본 서버보다 국내 서버에 10만원가량의 게임 재화를 적게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마차 시위가 일어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챔피언스 미팅' 공지입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챔피언스 미팅 공지를 이벤트 개최 3일 전에 게재했는데요. 이에 따라 유저들에게 쌓였던 불만이 폭발했습니다. 챔피언스 미팅은 3주 이상 캐릭터를 육성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용자 대 이용자(PVP) 이벤트이기 때문이죠. 일본에서는 같은 공지를 이벤트 시작 3주 전에 공지하면서 다시 한·일 서버의 차별적인 운영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에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이용자들은 경마라는 게임의 특징을 살려 마차 시위를 준비했습니다. 시위 비용은 이용자 200여명이 모금해 마련했는데요. 모금 시작 29분 만에 목표액이었던 280만원을 훌쩍 넘어선 954만원이 모였습니다. 
카카오게임즈 "개선하겠다"

지난 29일 우마무스메 이용자 대표로 나선 '종로타마모'(아이디) 씨는 카카오게임즈 측에 성명서와 불매 서약서를 제출했습니다. 종로타마모 씨는 이번 시위의 가장 큰 목적으로 '유저와 게임사 사이의 소통'을 꼽았습니다.

그는 "마차 시위를 통해 바라는 것은 카카오게임즈가 유저들과 소통하고 게임이 정상화되는 것"이라며 "이 게임이 망하는 걸 바라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용자 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운영 총책임자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는데요. 유저 대표 간담회 개최와 지속적인 소통 창구의 신설도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신설 콘텐츠 누락과 오역 문제에 대한 책임 소명 및 복구, 현 운영팀의 전면 교체 및 책임자 견책 등도 요구했습니다.

이용자들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트럭 시위나 불매 운동 등 추가적인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앞서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1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사과의 뜻을 밝히고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공지했는데요. 이 같은 공지가 게이머들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했습니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이용자의 의견을 수렴해 문제를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서비스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모바일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이용자들이 29일 카카오게임즈의 운영 방침에 반발해 마차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최현서 기자 stringstand@


유저와 게임사 소통문화로 이동중

이번 마차 시위는 유저가 회사 측에 소통을 요구했다는 것을 넘어 게임사와 소비자의 관계가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용자들은 게임사 운영 방식에 불만이 생기면 게임을 그만두는 식으로 의사 표현을 했었는데요. 최근 들어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 넷마블이 유통하고 있는 '페이트/그랜드 오더'의 한국 서버에서 진행되던 신년 캠페인이 갑자기 중단되는 일이 있었는데요. 유저들은 넷마블의 소통 미흡을 비판하며 세 차례 트럭 시위를 열었습니다. 결국 넷마블이 이용자 대표와 간담회를 열고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공지한 끝에야 사건이 일단락됐습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활성화로 유저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수 있게 되면서 게임사와 이용자들의 관계가 달라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게임사는 게임을 발표하고, 이용자들은 게임을 구입해 즐겼던 일방적인 관계에 변화가 생긴 것이죠.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마차 시위를 비롯한 이용자 주도의 행동은 기존의 수동적인 관계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라며 "게임사가 계속 이용자와 소통하지 않는다면 이용자 이탈로 이어져 게임사 매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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