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DX가 코스피로 이사갔다. 주주가치 제고와 투자금 수급 개선, 투자자 확대가 코스피 이전 상장의 배경이다. 정보통신(IT) 분야 중심의 기업이 코스닥을 떠나면서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이 퇴색하고 있다는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포스코DX는 5일 경기도 성남 포스코DX 판교사무소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코스닥시장 조건부 상장폐지 및 유가증권 시장 이전 승인의 건'을 통과시켰다.
포스코DX는 코스피 이전을 위한 요건을 갖췄다. 코스닥 상장사가 코스피로 이사 가기 위해선 신규 상장 신청일 기준 시가 총액 1조원을 넘겨야 한다. 지난 4일 종가 기준 포스코DX의 시가총액은 8조1339억원으로, 코스닥 상장사 중 시가총액 4위다.
포스코DX는 코스피 이전 상장 배경으로 주주가치 제고와 코스피 이전 상장을 통한 기관투자자 수급 개선, 투자자 저변 확대 등을 꼽았다.
업계도 포스코DX가 코스피로 이전 상장할 때 갖게 되는 이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시스템 통합(SI) 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종목만 할 수 있는 펀드에 들 수 있다는 점, 코스피를 통한 인지도 향상을 통해 투자 자금을 더 끌어올 수 있다는 것 등이 코스피로 이사를 하게 된 요인으로 꼽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코스피로 짐을 싸기도 한다. 코스피로 이전해 상장하는 경우 코스피 200에 편입 전 공매도를 수개월간 금지한다. 앞서 있던 공매도 정리도 진행되면서 공매도를 무력화하고 수급 개선 효과를 노릴 수 있다. 현행법상 코스닥150, 코스피200 종목에만 공매도를 할 수 있다.
주주의 목소리도 포스코DX의 코스피 이전에 한 몫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은 "사실 포스코DX와 같은 큰 회사는 코스닥, 코스피 구분 없이 어느 시장에 있어도 투자금 유치는 잘할 회사"라며 "즉 '기왕이면 다홍치마'인데, 주주들이 '코스닥에 있어서 대우 못 받는다'고 말한 입김이 작용해 코스피로 이전을 결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총 규모가 큰 IT 회사의 잇따른 코스닥 탈출로 시장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996년 7월1일 처음 문을 연 코스닥 시장의 본래 목적은 IT를 중심으로 한 중소벤처기업의 원활한 상장이었다.
진 그룹장은 "과거 코스닥에서 주름잡던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과 같은 큰 회사들이 코스피로 넘어가면서 코스닥의 질서가 어지러워졌다"며 "'코스닥은 2부 리그, 코스피는 1부 리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두 시장의 구분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코스닥 상장사를 위한 공시를 따로 개발하는 등의 특색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