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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종근당, 신약 개발 뚝심...드디어 빛 보다

  • 2023.11.07(화) 09:59

노바티스에 1.7조 기술수출…R&D 투자 결실
혁신 신약개발 통한 글로벌 제약사로 '성큼'

코로나 여파와 금리인상 등으로 위축돼 있던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희소식이 날아왔습니다. 그동안 눈에 띄는 기술수출 성과를 낸 적이 드물었던 전통 제약사 종근당이 주인공입니다. 종근당은 지난 6일 글로벌 제약기업 노바티스(Novartis)와 신약 후보물질 'CKD-510'에 대한 13억500만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계약금만 8000만달러(약 1061억원), 마일스톤은 12억2500만달러(1조6241억원)로 우리 돈으로 하면 총 계약규모는 1조7302억원에 달합니다. 지난해와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이자 종근당 자체적으로도 역대 최대 규모의 기술수출입니다.

종근당은 1941년 설립된 전통 제약사로, 1972년 독자적으로 원료와 완제의약품 연구개발을 위해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중앙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이후 제네릭의약품과 개량신약을 통해 국내 제약산업을 이끌어왔죠. 종근당은 지난 2011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첨단 연구시스템을 완비한 연구소를 건립했습니다. 신약연구소, 기술연구소, 바이오연구소를 갖춘 효종연구소를 설립한 후 본격적으로 신약 R&D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종근당은 최근 5년 사이 지속적으로 R&D 투자액을 늘려왔습니다. 2018년 1153억원에서 2019년 1380억원, 2020년 1497억원, 2021년 1635억원, 2022년 1814억원을 투자했고요. 매출액 대비 투자비율은 매년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늘 두 자릿수를 유지해왔습니다. 

종근당의 최근 5년간 R&D 투자 현황

그동안 R&D 투자를 늘리면서 기술수출에 성공한 사례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실패와 성공을 모두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종근당은 지난 2009년 미국 자프겐(Zafgen)사에 비만치료제 신약 후보물질인 '벨로라닙(Beloranib, 과제명 CKD-732)'을 기술수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2016년 미국 임상 3상 단계에서 혈전증 등의 부작용 위험으로 개발이 중단됐죠. 

이어 종근당은 지난 2008년부터 개발해오던 빈혈치료제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 'CKD-11101(제품명 네스벨)'을 2016년 일본 후지제약공업에 일본 내 임상, 출시, 독점공급권 등을 기술수출했습니다. 당시 계약규모는 비공개였는데요. 혁신 신약이 아닌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기술수출 계약규모가 큰 편은 아닙니다.

이후 미국 글로벌 제약회사의 일본법인 '비아트리스(Viatris)'가 후지제약공업의 바통을 이어받아 2018년 네스벨의 완제품 수출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네스벨은 지난 2019년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출시하며 전 세계 최초로 '네스프' 바이오시밀러 상업화에 성공하는 성과를 냈고요. 

또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종근당은 지난 9월 14일 미국 아클립스테라퓨틱스와 그 자회사 아클립스투에 당뇨병 신약 '듀비에(성분명 로베글리타존)'를 기술수출하기도 했습니다. 듀비에는 종근당이 개발한 당뇨병 치료제로, 아클립스는 종근당으로부터 듀비에의 위무력증과 추가 적응증 개발을 위한 세계 독점권(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제외)을 이전받았습니다. 

위무력증은 위장에 기계적 막힘이 없음에도 위에서 소화된 음식물이 십이지장으로 배출되는 것이 지연되는 운동성 장애 질환인데요. 미국에서만 약 60만명의 환자들이 이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당뇨병과 비만치료제인 GLP-1 약물 사용 증가로 인해 환자수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아클립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사전미팅을 거쳐 위무력증에 대한 임상2상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노바티스에 기술수출한 CKD-510은 샤르코마리투스병(CMT) 치료제입니다. 샤르코마리투스병은 유전자 이상으로 말초신경에 이상이 생겨 근육이 위축되고 사지가 변형되는 희귀난치성 질환인데요. 종근당은 2014년부터 'CKD-510' 개발에 돌입했고 유럽과 미국에서 임상1상을 진행,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했습니다. 세계적으로 CMT는 약 280만명이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아직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미충족 수요가 큰 분야인 만큼 개발 성공시 글로벌 제약사로 단숨에 도약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종근당은 이전까지 신약개발 제약사로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가능성이 더 큰 회사입니다. 종근당은 암, 희귀질환, 당뇨, 탈모, 전립선비대증, 녹내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만 해도 합성신약 6개, 바이오의약품 2개, 개량신약 9개 등에 달합니다.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이중항체 항암 바이오 신약 'CKD-702',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KD-508' 등의 개발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고요.

많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기술수출에 성공했지만 아직까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혁신 신약 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없습니다. 종근당이 이번에 기술수출한 'CKD-510'도 개발 도중 기술반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실패가 경험으로 쌓이면 언젠가는 혁신 신약 개발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종근당도 이번 대형 기술수출 성과를 발판 삼아 혁신신약 개발 성공에 한 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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